청춘의 얼굴,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영화에서 본 적 있으세요?

(어제 장기하 얘기하고 잤는데, 밤새 이런 일이 있었군요. 사랑해요, 듀게.)

 

 

영화를 보다가 '나에게 다시 못 올 시절의 표상'으로 느껴지는 얼굴을 본 적이 있으세요?

 

나는 다시 짓지 못할 표정이라든지, 나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감정이라든지...

그러니까 이십대면 십대의 어떤 얼굴이 그럴테고, 삼십대면 이십대의 어떤 얼굴이 그럴 수 있고, 기혼자들에겐 연애의 설레는 감정들이 그럴지도 모르고, 늙은이에겐 장년의 건강한 시간이 그럴지도 모르죠.

나에게 오지 않을 시간, 그런 시간의 표상인 얼굴...

 

(흠, 질문이 이상한가요? )

 

얼마 전에 가스파르 울리엘이 나오는 <The Last Day>를 봤겠지요.

그런데 어린 가스파르 울리엘의 얼굴이 가슴 저리도록 그랬더란 말이죠.

그의 시간을 나는 과거에 겪어본 것 같아요, 분명히. 내가 아는 것이죠, 그게.

무언가를 원하지만 분명히 알 수 없고, 이루어 지지 않고, 닿질 않아서 안타까운데, 본인은 그런 줄조차  잘 모르죠.

세상에 매혹당해 있고, 알고 싶고, 닿고 싶은 상태가 계속되던 어떤 시절이 떠올라요.

그런데 나에게는 지나갔고 오래 전의 과거로 봉해져 있어요. 이제 그런 표정은 내 얼굴로는 지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지요. 영화를 보는 동안요. 철저한 과거가 됐다는 걸 알게 돼요.

슬프지요.

왜, 그 가스파르 울리엘이 친구와 소녀와 셋이 춤출때요, 눈을 보면 정말이지 어쩔 줄을 모르겠는 거예요. 연민, 슬픔, 기억 같은 것들이 우르르와당탕~

주인공 가스파르 울리엘의 극중 상태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감정이 생산되는 겁니다. (설명하기 어렵네요.ㅠ)

 

<어톤먼트>를 볼 때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키이라 니틀리에게 편지 쓰던 장면의 얼굴이 그랬거든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그 기분을 알고 겪었다는 느낌, 그것이 과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나를 때릴 때요.

 

저것을 안다, 혹은 심지어 저것은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이다. 그런 느낌요.

 

여러분은 영화 중에 그런 얼굴, 그런 순간 본 적 있으세요?

 

 

(역시 좀 이상한 글이 되었나요? 그래도 꿋꿋이 올려보렵니다;; 아무도 대답 안 해 줄까나? )

 

 

 

 

 

 

 

 

 

    • 아..뭔가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은데 그런 순간이 없었으니,,,
      어제 장기하노래는 정말 좋았죠..
    • 사토라레에서 남자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했다가 차이는 장면이요. 사귀다 헤어진 적은 있어도 고백했다 차인 경험은 없는데 남자 주인공에 빙의됐었어요. 워낙 짝사랑을 많이 한 탓이겠죠.
      색계에서도 그렇고. 학생일 때 사람을 사고로 죽기 전까지의 시간이 참 불안하면서 아련했어요. '다시 오지 않을 초여름날' 같은 느낌. 그 전에, 여주인공이 피난을 와서 남자 선배에게 반하고 동지 어쩌고 하면서 학생들이 손을 겹치는 장면 나오잖아요? 그 때도 제 대학시절이 떠올랐어요. 입으로는 동지와 계급과 혁명을 외치고 있었지만 내심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배에게 머리 빈 애로 보이고 싶지 않은 신입생 여자아이. 전 여주인공이 그렇게 보였거든요. 역시 직접 경험한 바는 없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정말 어렸던 그 선배들, 후배들, 동기들 모습이 계속 겹쳤지요.
    • 러시/그러게요. 형들이랑 완전 달랐죠. 장기하를 보면서도 생각했다니까요. 유일한 20대 게스트인 그 사람을 보면서, 이적에게는, 루시드 폴에게는, 정재형에게는 다시 장기하의 시간은 없을 거야, 이런 생각요. '이게 하늘인건지 뭔지','뜨기도 전에 지는 게' 이런 노래 가사를 못 쓸 것이라는 생각요.댓글 역시 이상하지요? 아이고 설명하기 어려워요ㅡ.그래도 무플은 면했네요, 아싸~
      안녕핫세요/ 오, 그런 순간이 있으셨군요. 나만 그런 장면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역시. 그런 느낌 들 때 가슴이 아파요.
    •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 손을 잡고 도망가는 장면이었고 여자주인공은 천진하게 웃으면서 그 장면이 슬로우로 바뀌죠. 배경은 싱그러운 여름 풀빛이구요.
      영화자체는 참 별 볼일 없는 일본영화였는데 그 장면만은 아직도 생생하게 재생이 돼요. 곧 다가올 행복의 끝은 생각도 못하고 그냥 아이처럼 웃는 여자 주인공의 표정에서, 누구나 겪는 거지만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청춘이 느껴져서 거꾸로 마음이 참 아팠어요.
    • 너무 유명한 장면이긴한데
      400번의 구타에서 앙뜨완이 바다까지 오래오래 달리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그러고 나서 완전히 다른 소년이 되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저는.
    • 음.. 가스파르 울리엘의 그 영화에대한 묘사.. 완전 공감했어요~~
      전 스웨덴 영화 <아름다운 청춘>에 나오는 소년의 표정과 정서요. 영화언제 번역을 이상하게 해놓아서 그런데 원제는 저거 아니지만 그래도 청춘의 한 시기의 불안함, 막막함, 서러움 등등이 영화전반에 깔려있다고 느꼈어요. 화제가 되었던 연상 여인과의 성적 관계에서보다는.. 오히려 다른 데서요. 시대적 배경이 세계대전 중이었는데 그 시대의 불안함과 형이 입대해서 문제가 생기고 나서 혼란을 겪는 부분이라든지 스웨덴 날씨의 음산함? 축축함에서 오는 정서 같은게 소년의 얼굴표정이랑 묘하게 계속 겹쳐 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소년이 그 모든 것과 결별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지요.
    • 제게 가장 안타까운 추억에 가장 가까운 분위기와 장면의 영화는 '러브레터(이와지 슈운지의)'입니다.
      제게도 후지이 이츠키(남자)같은 첫사랑의 미소년이 있었더랬습니다 ㅡ.ㅜ
      도서관에서 커튼자락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났다하는 그 장면의 그 소년처럼
      절대 손에 닿지 않을것 같은 미소년이었지요.
      물론 추억이라 엄청나게 미화됐을지도...ㅡ_-;
    • '바보,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잖아'
    • 유니스 / 앗, 저도 [소라닌] 쓰러 왔는데..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라기보다 겪고 있는 체념? 혹은 겪지 못했던 열의? 같은 걸 봤어요. 그리고 위에 [사토라레] 이야길 보고 생각났는데 [린다린다린다]의 고교시절을 보면서 괜히 두근두근.
    • 정말 많은 영화가 있겠지만 로미오와 쥴리엣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_ㅠ
      그에게 청춘을 돌려줘.
    • 우리가 나이가 많이 들면, 중장년층이 나오는 어떤 장면들도 아스라히 이런 느낌을 주게 되겠지요? 애들 키우는 이야기나 직장에서의 고군분투기, 이혼, 재혼 같은 것들요. 지금은 주로 고교, 대학시절의 사랑, 불안, 막막함들이잖아요. 과거로 밀려나는 시간의 양이 많아지면 '그런' 장면도 많아지겠죠? 눙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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