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확산되고 있는 반 지성주의 (Anti-Intellectualism)

어제 있었던 논쟁과 아래의 글을 보면서 그냥 떠오른 이야기입니다.

꼭 관련이 있는 글은 아니고요. 굳이 관련을 찾자면 "우린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다"라는 위로글? ^^

사실 전 미국 정치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고요. 그냥 미국 관련 커뮤니티에서 보고 줏어들은 내용과

데일리쇼를 보는게 전부입니다.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꼭 지적해 주세요.


오바마 대통령 후보 시절, 오바마 후보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엘리티즘(elitism)이었죠.

흑인이라고는 하지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대학, 변호사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오바마가

무슨 수로 일반 서민들(소위 Joe the plumber)들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였죠.

그리고 맥케인 진영에서는 우리는 너희와 똑같은 서민이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고요.

존 스튜어트는 자긴 대통령은 나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요.


사실 폭스 뉴스의 한 프로그램 진행자인 Gretchen Carlson은 미스 아메리카 출신에

스탠포드 우수 졸업 및 옥스포드 대학 공부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여러분도 저같다면 oooo 이 단어가 뭘까? 궁금해 하셨을 텐데요

제가 구글에서 찾아 봤더니 이러이러한 뜻이라더군요." 식의 바보 연기를 합니다.

데일리쇼의 존 스튜어트가 폭스의 빌 오라일리 쇼에 나갔을 때 오라일리는

네가 오죽 일반 서민들과 괴리가 되어있으면 그런 소리를 하냐? 식의 논지를 펴곤 하죠.

존 스튜어트의 대답은 일반 서민이 누군데? 너도 엘리트잖아. 이고요. =)


이러한 안티 엘리티즘이 폭스 뉴스의 글렌 백의 활약으로

얼마 전부터는 anti-intellectualism으로까지 확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글렌 백이 대학교를 진보 사상, 사회주의 사상을 주입하는 악한 기관으로 규정했거든요.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오바마나 민주당을 욕해서

이러이러해서 잘못 알고 계신거다라고 설명을 해드렸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미안하다, 대학이 그런 곳인 줄 알았으면 널 보내지 않았을 텐데"라고 하셨다죠.


폭스 뉴스로 대변되는 미국의 "일부" 보수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이

바로 콜베어 리포트에서 만든 truthiness라는 단어입니다.

"논리나 실제 사실과는 무관하게, 직관적으로 오장육부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을

말하는데요, 제가 볼 때 우리 사회에서는 "진정성"이란 단어가 비슷한 역할을 하죠.



어쩄든 이런 사태에 대해 염려하며 가장 자주 인용하는 말이
바로 (아마도) 아이작 아시모프가 한 말입니다.

Anti-intellectualism has been a constant thread winding its way through
our political and cultural life, nurtured by the false notion that
democracy means that my ignorance is just as good as your knowledge.
반 지성주의는 우리 정치, 문화적인 삶 속에 끊임 없이 파고 들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에선 나의 무지가 너의 지식과 동등하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초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우리나라에선 이런 반 지성주의나 엘리티즘의 정서가
오히려 좌파 쪽에 깔려있는 것 같지 않나요? 대표적인 게 2002년 대선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우리 교육이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우리 사회에서의 과도한 반권위주의, 반계몽주의적 태도도 그런 예겠죠. 근데 문제는 머핀탑님 지적처럼 진보 내에서 이러한 태도가 '민주적' 태도로서 찬양받고 권유되는게 더 자주 보인다는 것이죠. 이른바 '꼰대'는 가라 이런 것?
    • 평소 제 생각이랑 비슷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누군들 쉽게 똑똑해지나요.
      내 무지가 남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에게 죄책감마저 소거해주는 비열한 성질이란 걸 알았을 때, 다들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자신의 무지에 당당한 사람은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 나의 무지가 너의 지식과 동등하다는 잘못된 생각... b
    • 자신의 무지에 당당한 사람하니 왜 갑자기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머릿속에...
    • 아, 그런데 학벌이나 출신 성분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엘리티즘은 나쁜 것이 맞고요.
      제가 어정쩡하게 동의하는 것처럼도 보이는 엘리티즘은, 지성과 논리, 근거에 의거한 엘리티즘입니다. =)
      그런데 사실 저도 엘리티즘이란 거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아직 못 정했어요.
      분명 더 많이 알고 더 논리적인 의견을 따르는 게 맞지만, 확장하면 민주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데까지 갈 수 있잖아요.
    • 극우가 중우정치를 찬양하는 꼴이네요. 뭐 지금도 충분히 미국은 중우정치꼴인 거 같은데. (미국가서 캘리포니아나 동부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사람들 사는거 보면 이게 국민소득 4만달러의 나라 사람들이 사는 거라고 믿기 어렵죠)
    • 엘리티즘은 머핀탑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 예전 트위터에서 한 논객의 "반지성주의는 하급 먹물들이 경쟁우위를 위해 소환하는 자멸책"이란 표현을 보고 공감한 적이 있어요. 그 분 말에 따르면 민중이 아니라 주로 민중을 참칭하는 일부 먹물들이 반지성주의의 주범이라는건데 이유는 '경쟁우위를 위해' 결과는 '자멸'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한국 웹 공간 한정해서요.
    • 대학가에선 공화당을 지지하는사람이 별로 없나보나봅니다 어쩌면 열등감으로 젊은표를 분열시킬려는 의도처럼 읽기기도합니다
    • 농담인데 너무 진지하게 반응하시면 ㅠ
      머핀탑이요, 맛있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아랫부분이 없으면 허전하단 말이죠. 아랫부분이 없으면 머핀탑이 아니라 쿠키 같이 되어버려서 그 존재가 불분명하게 되어버리고요.
      아, 자기 농담 자기가 설명하는 것처럼 비굴한 게 또 없는데;;
    • 미국 보수층의 기이한 반엘리티즘은 역사가 꽤 길지 않나요? 대표적인 대결구도가 재벌가에 아이비리그 출신인 케네디와 가난하게 자랐던 비아이비리거 닉슨. 공화당의 대부나 다름없는 레이건도 명문대 출신은 아니구요. 지금도 민주당 의원들이 공화당 의원들에 비해 학벌이 좋긴 좋죠.
    • 우리나라는 지식권력이라는게 있어온 적이 없기때문에 반지성주의가 더 걱정되요. 맹목적인 것 같아서요.
    • 해삼너구리/ 사실 저도 그런 농담으로 이해하면서 웃긴 했어요. 그 다음에 혹시 제가 뭔가 큰 실수한 거 아닐까 싶어서 리플 단 건데 좀 너무 진지하게 달았군요.
      사실 머핀탑 닉네임 이해해 주시는 분 별로 없거든요. 농담 직접 설명하는 끔찍한 짓을 하시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해요. ^^;;

      ㅋ'/ 지금 통계를 못 찾겠는데, 미국 대학생들 중 민주당:공화당 지지율이 2:1쯤 될 거에요.

      bulletproof/ 맞아요. 그래도 반 교육 정서까지 오게 된 건 처음이 아닐까도 싶어요.
      아니면 그냥 글렌 백 같은 캐릭터 덕분에 더 흥미롭게 된 것뿐일 수도 있고요. =)
    • 해삼너구리/옆구리살 얘기하시는 줄.....
    • 딴소리인데 머핀탑만 팔기도 하더군요.
    • 이렇게 짧게 이야기 하면 오해하실지 모르지만 건강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찮니즘으로 생긴 오해는 귀찮니즘으로 넘어가렵니다.
    • 자두맛사탕/ 어, 정말요? 머핀탑만 파는 가게는 사인펠드 시트콤에서 나온 아이디어인데.
      실제 실천하는 곳이 있나요? 혹시 국내면 어딘지 좀 [....]
    • truthiness 를 진정성이라고 해석하시는 것은 아니옵니다. 진정성이 동기에 가까운 말이라면 truthiness 는 반응에 가까운 말이겠저
    • 본글을 읽고 있자니 이디오크러시가 떠오르네요. 둘이 서로 크게 관련은 없을지 몰라도요.
    • troispoint/ 저는 truthiness란 단어가 사람들의 반응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어차피 만들어진 말)
      정확한 번역은 아니라는 말씀은 맞네요. 우리말의 진정성에 대입된다기보단 우리 사회의 진정성에 대입된단 의미였습니다.
      주장의 내용이나 그 안의 논리 및 근거보다, 그 밖에 있는 감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니까요.
      지적 감사하고, 글은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
    • 머핀탑/어휘력 딸린 제가 지적질한 게 무리이긴 했습니다. 오장육부로는 아는데 어휘력 땜시 해석까지 그나물이 되기도 하니깐요.
    • 아주 재밌는 말들 많네요 그레첸 칼슨이 궁리해낸 말,여러분이 저 같다면..
      정서는 당분간이죠.
    • 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게, 그만큼 지성주의(혹은 계몽주의)가 폭력성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라 느껴요.
      지식인들은 그 지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 우리나라가 이것보다 나았으면 좋겠지만.. -_ㅠ. 이 반지성주의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 조중동과 한나라당이죠. 이른바 메인스트림들은 오히려 이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에 누구보다도 민감합니다.

      성균관스캔들에서 금난전권관련 에피소드가 나올 때 노론 벽파의 수장인 갑수옹이 명언을 했는데 "우리가 몇 백년 동안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더 이유가 뭔지 아는가? 비록 지도자는 등질지언정 백성들의 마음에선 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엠비와 조중동이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아직도 주류로 대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입이다.

      조중동이 가끔 '서민'에 대해 기사를 보면 한겨레보다 훨씬 눈물나고 절절하고 직감적으로 잘 적습니다. 진보가 라캉과 지젝과 마르크스를 운운하면서 인권과 계급에 대해 논할 때말이죠. 물론 아주 가끔이고 물타기 시도라는 게 눈에 보입니다만,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인다는 확신은 없죠.

      그리고 메인스트림을 전복하려는 우리나라 좌파들은 이 부분에 대해, 그 감정적인 촌스러움에 대해 공감해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요. 그저 계몽하려고 할 뿐입니다. 저는 항상 이런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데요, 앞에 적었던 글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렇게 똑똑하고 올바른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조금의 공감과 아량을 베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거죠.

      엠비가 아침방송 나와서 울고 이재오가 90도 인사하고 그런거 가식적이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 함께 눈시울을 적시고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르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건 정말 그들이 순진할 정도로 무지해서 일지 모르겠지만 그럼 우리가 거기다 대놓고, 공부좀 해서 니가 속는다는걸 깨달으란 말이야!!! 라고 소리만 치고 있을 건가요? 이런 게 앞으로 진보좌파가 풀어가야하는 숙제입니다.

      덧. 그나저나 집에 오자마자 듀게라니. -_ㅠ 폐인 한명 추가네요.
    • 반지성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역시 계몽과 교육, 그리고 조직화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반 대중이 비문자적 이미지에 조작당하기 쉽다는 일면적인 현실앞에 굴복해서 같이 이미지로 경쟁하겠다는 전술은 장기적으로 볼때 실패하기 쉽죠.
      대중은 각종 선동선전과 이미지 조작에 취약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각성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스스로 의식화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대중을 확고한 정치 자원과 동맹세력으로 조직화하지 못하면 결국 리버럴 엘리트들은 대기업같은 강력한 이익집단에 종속되고 그렇게 되면 일반 시민대중이 사는 세계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그 틈을 우익의 반지성주의 선동이 먹혀든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리버럴 정치세력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약점인 것같습니다.

      그리고, 반지성주의는 대중을 오로지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열등한 존재로만 보기때문에 반지성주의 자체가 교묘하게 변형된 엘리티즘이죠.

      abneural님이 언급하신 "반지성주의는 하급 먹물들이 경쟁우위를 위해 소환하는 자멸책"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반지성주의를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사람들 자신들이 권력과 부를 획득하기 위해 정치적 자원을 얻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죠.
    • 세간티니/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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