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태어날 때는 우리 모두 똑같았는데...

 가끔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분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듯이 말하고는 제 눈치를 살핍니다. 목소리가 잘 안들려서 "네?" 라고 웃으며 반문하면, 풀이 죽은 표정으로 "아, 죄송해요' 라고 말을 합니다. 


 몸을 가볍게 떨거나, 앞 뒤 혹은 좌우로 흔들거나, 손을 비비기도 하고, 무릎 사이에 양손을 모아 넣어두기도 합니다. 시선을 잘 못 맞추고, 가끔 대화가 끊기면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당황합니다. 그리고 자기 탓이라며 자책하는 말을 합니다. "제가 말을 잘 못해요"  

 

 외모가 뛰어나지 않고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 일 때가 있습니다. 주로 단점을 가리기 위해서 장점도 같이 덮어버리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사실 저도 잘난 점 하나 없는 사람이고 내성적이고 어두워 보인다는 말을 들었던 시절도 있고 콤플렉스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동정할만한 입장이 절대 아니지만 때때로 궁금해집니다.
 
 왜 그럴까? 우리가 태어날 때는 모두 똑같이 벌거벗고 양손 주먹 꽉쥐고 울면서 태어났는데, 왜 어떤 사람은 자신감 넘치고 반짝반짝 빛나보이고 어떤 사람은 그늘이 지고 힘들어 보일까? 

 

 부족한 외모, 부족한 스펙, 부족한 경제력 때문일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아는 남성 두 분은 모두 타고난 키가 작고 마른 체질에 얼굴도 주변에서 '잘 생겼다'는 평을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명은 운동으로 키운 널찍한 어깨와 유머 감각, 귀여운 미소, 많은 친구를 가졌습니다. 그 분의 외모가 어떤 동물을 닮았는데 (귀엽거나 멋진 이미지의 동물은 아닙니다), 누군가 그 동물로 별명을 지어 부르자, 그 분은 그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낸 춤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를 놀리던 친구들도 그 춤이 멋있다며 따라 추더군요.

  

 또 다른 한 명은 본인이 못가지고 태어난 부분 때문에 종종 마음 아파하는 게 말 속에서 베어 나옵니다. 표정과 행동에 그늘이 져 있고, 말과 행동이 당당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밥을 사지 않으면 아무도 같이 먹어 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럿이 있다가 대화가 끊기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분에게 "너의 노력이 부족해. 자신을 갈고 닦아야지"라고 말을 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무언가가 그 분의 "키는 작지만 근육이라도 키워서 다부진 몸을 만들까?" , "잘 생기진 않았지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면 돼", "내게 어울리는 옷은 무얼까?". "머리 스타일을 바꿔 볼까?", "나의 매력은 재치와 지성이지"라는 생각을 할 기회 조차 꺾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얼까요?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흔한 말로 자존감.. 부모와의 관계에서 처음 형성된다는 그것..

      가족들에게 무시당하던 사람은 어디 가서도 주눅이 들어있더라고요. 당장 제가 그렇습니다 ㅠ
      • 역시 유년기의 사랑 받고 존중 받는 경험이 중요한가 봐요. 제가 글 중에서 예로 든 분이, 어른이 되어서라도 사랑을 듬뿍 받고 극복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뭔가 안타깝더라구요.


        혹시 이것도 시기를 놓치면 극복이 어려운 것일까봐 걱정입니다.

    • 눈을 잘 못마주치고 동물을 형상화한 춤을 출줄 몰라도 행복하게 살수있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을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 짠하네요

      저도 뭐 자신감은 없지만...
      • 네...정말 짠해요. 저도 자존감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동정은 아니고 뭔가 감정 이입도 되고 그래요.

    •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택할 수 있다면 다시는 태어나지 않고 싶습니다...
      • 마지막 문장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댓글 달기 조심스러워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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