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래드너의 영화 <리버럴 아츠> 좋네요. (스포有)

듀게 어느분 글에 언급되있길레, 어? 이거 내 얘긴데? 하고 찾아서 무척 즐거이 보았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영화 속 여장부 페어필드 교수님 말마따나,
'맥아리 없이 감성만 넘쳐서는 강단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맨날 책이나 들춘' 유약하고 현실도피적인 주인공이
나이 서른 다섯, 사는 게 별 재미도 없고, 지루한 직장생활 하면서 끊임없이 대학시절을 그리워하던 중인데,
은사님의 퇴임식을 계기로 모교인 오하이오의 캐년 콜리지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만난 젊고 생기 넘치는 어느 19살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책 바깥의 세상으로 걸어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시절 내내 책보고 생각에 잠겨 있느라 사람들도 안 만나고,
늘 혼자 심각한 채로 근심걱정 가득했던 저의 지난날을 돌아보게 만들던 영화더군요. ㅎ
보고 무척 찔리던 대사가 있었는데,
"우리는 '고독에 맞서기 위해' 소설을 읽지만, 한편으로 상당시간을 1100쪽짜리 책을 읽는데 쓰면 그만큼 사회생활은 줄어들게 되는거죠.."
책을 보는 내내 고독이 줄어든 동시에 늘어나는 역설..
인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작 '진짜' 인생에서 멀어지는 그 기분.. 왠지 알 것만 같은..ㅎㅎ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것만으로 자기계발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직접 인생을 사는 것과 읽고 깨닫고 현명해지는 건 분명 다르다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처음 봤을 땐 취향에 우열이 있다고 믿는 교양속물들을 날카롭게 꼬집는 영화인가 싶었는데,
결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고,,
인생을 머리로 살지 말고 몸으로 살라는 얘기.. 좋았습니다. ㅎㅎ
감독이 How I met your mother의 Ted라는데,
인터뷰를 찾아보니 얼마간 자전적인 요소가 담긴 영화라는군요.
수년 전 모교에 방문해 그의 전작인 happythankyoumoreplease를 상영하다가,
학생들보다 흠씬 나이든 자신을 보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하다 쓴 시나리오라고.
마치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가 그렇듯,
명랑함과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고 따뜻하게, 어떤 성숙과 깨우침을 이야기하는 좋은 영화였네요.
조쉬래드너가 더 좋아졌습니다. 생각보다 깊고 원숙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그만큼 속이 단단한 탓에 작품 속에서 그처럼 명랑할 수 있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전작도 찾아보려구요. ㅎㅎ 쨌든 영화 추천드려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다고, 어떤 사람은 책 보고 영화보며 문화적 교양 쌓는다고 분위기잡을 때, 다른 사람들은 연애하고 드라이브하러가고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거나 장사를 하면서 각자 인생과 대인 관계에 밑천이 될 뭔가를 그 시간에 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