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랑 평생 처음으로 영화관에 간 날
시골에서 아버지가 언제 내려오냐셔서..짝사랑하는 여편네 꼬실 생각 접고 내려갔습니다. 늦게까지 자고(엄마가 안 계신 틈을 타서)때마침 인사드리러온 조카랑 형수랑 밥먹고 나니까 오후..되게 어정쩡하게 시간이 남아서 뭘할까하다가..(시내에서 집까진 차로 가도 좀 멀어서)제가 갑자기 영화를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아버지는 시골 내려와서 단 한번도 영화 보신적이 없었다며 가자고 하셔서...역린을 봤습니다. 평은 별로지만 정도전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재밌어하실 거 같았고..저도 안본게 이것뿐이라 보게 되었는데..
캐릭터가 너무 많고 흐름이 왔다갔다해서 정신이 없긴하지만,재밌었어요. 표적은 평과는 정반대로 배우들 캐릭터도 별로였고 내용도 별거없고 괜히 틱 장애를 가진 사람을 깊이도 없이 다뤄서 짜증만 불러일으켰는데..여기선 캐릭들이 크고 작아도 매력적이었고,왕이 액션히어로긴 해도 나름 논리적인 아이라서 좋았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중용의 23번째장을 인용한 묵직한 주제의식도 좋았어요..음모가 무너지게 된 게 약간 허술해도..대의따지느라 사람을 안 챙기면 대의고 뭐고 망한다는 이야길하는 것 같아 맘에 들었어요..아버진 너무 음모가 복잡하고 길어서 나중에 다시 봐야겠다고 하셨지만 재밌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전 불만이 있다면 2시간 넘는 길이랑 정은채 얼굴이..정은채는 얼굴이나 분위기가 너무 서구적이어서 안맞는 것같았어요..아 정순왕후도 좀..한지민 양 너무 했던 캐릭 우려드시는 경향이(조선명탐정인가에서 했던 연기톤)..
가장 좋은 건 현빈의 연기..군대갔다오더니 이 냥반 좀 깊어지셨쎄요.. 현빈의 목소리로 들으니 마지막 대사도 감명깊었습니다
강추해용..영화도..아버지랑 데이트하는 것도요
언제나 아빠랑 같이 처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것이 ET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똘이장군.....
바로 전에 뮤지컬 피터팬을 온 가족이 다 본 뒤, 음악 감상 때문이 아니라 공연을 보러 극장이나 영화관을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제가 엄청난게 해대던 똘이 장군 선전에 휘말리어 엄마한테 조르고, 엄마가 아빠한테 떠맡기고. 결국 아빠랑 둘이 봤는 데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보고 나셔서 넌 재미있게 봤니? 라고 물으시던 아빠한테 차마 재미없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네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아마데우스와 인디애나 존수 2가 있군요. 살아계셨다면 영화는 참 많이 같아 보러 다녔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