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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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임스 서버의 원작 단편 소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국내 출시 제목부터 보다시피 본 영화가 원작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금세 감지하셨을 것입니다. 어차피 단편 자체가 장편 영화감이 아니니 1947년 버전처럼 이야기를 부풀리고 다른 요소들을 추가시키는 건 이해가 가지만, 결과물은 별로 흥미진진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내내 상상 장면들을 삽입해서 짜증났던 1947년 버전과 달리 본 영화는 초반부 이후로 비교적 얌전하게 가는 편이지만, 주인공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후로 영화는 할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네거티브 필름 하나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별별 일 다 겪는 라이프 매거진 직원 주인공 월터 미티의 이야기야 진솔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가 상상만 했던 여정을 거치는 동안 이야기는 가면 갈수록 단조로워졌고 전 그저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좋은 자연 풍경들만 감상하곤 했습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별 감흥이 없는 가운데 그저 허공에 붕 떠있기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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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리 펀치]

 전형적인 중산층 교외 주민 더글러스의 삶은 권태롭고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동네 약사로써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상사이기도 했던 장인은 사위를 걸핏하면 무시하고, 운동광인 아내도 남편에게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고, 그의 십대 아들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문제아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더글러스는 동네에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젊은 유부녀 엘리자베스와 우연한 기회를 통해 눈이 맞게 되는데, 이들은 바람피우는 것뿐만 아니라 약물 남용까지 하면서 일탈을 부리다가 더 이상 단순한 일탈로 볼 수 없는 상황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중산층 교외 속의 일탈이란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위기의 주부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여기저기 튀어나오는 코믹한 순간들에 제인 폰다의 덤덤하게 빈정거리는 내레이션까지 곁들여지니 [케미스트리 펀치]는 정말 [위기의 주부들] 스핀오프 시리즈 에피소드 같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막가지 않은 가운데 너무 쉽게 이야기를 결말낸다는 점이 실망스럽고, 샘 락웰 등을 비롯한 좋은 출연 배우들을 그다지 잘 활용하지 않은 것도 아쉽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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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맨 2] 

 2004년 영화 [앵커맨]는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샌디에이고 TV 앵커 론 버건디와 그의 뉴스 팀 일당들을 갖고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연달아 던져대는 꽤 웃기는 풍자 코미디였습니다. 개봉 이후 늘어난 인기에 힘입어서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다시 뭉쳐서 내놓은 속편 [앵커맨 2]는 무대를 1970년대 샌디에이고 TV 방송국에서 1980년대 뉴욕 케이블 TV 방송국으로 옮기면서 여러 어이없는 순간들을 제공하지만, 전편에 비해 웃음 빈도가 낮은 편입니다. 캐릭터들부터 재탕 인상이 팍팍 드는 것도 그런데 영화 속 코미디들은 잘 먹히지 못한 경우가 빈번하니 상영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인상이 들지요. 적어도 윌 페럴, 스티브 카렐, 폴 러드 등의 기본기가 있는 좋은 코미디 배우들뿐만 아니라 깜짝 출연하는 배우들 덕분에 영화는 지루하지 않지만, 속편이 나올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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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전편을 나쁘지 않게 봤기 때문에 본 영화에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앤드류 가필드야 좋은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고,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은 잘 만들었고, 가필드와 상대역 엠마 스톤은 잘 맞는 한 쌍이지만, 영화의 각본이 워낙 이것저것 다루려고 하다 보니 산만하고 설익은 인상을 준 탓에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말이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약한 악당 캐릭터들 등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 아직까지는 [스파이더맨 3]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이 시리즈에 전보다 더 걱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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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그럭저럭 볼만한 매끈한 리메이크 작이니 별 유감은 없지만, 80분을 겨우 넘는 원작에 비해 상영 시간이 98분인 [표적]은 속도나 효율 등 여러 면들에서 한 두 단계 아래입니다. 이야기에 여러 수정들을 가하는 동안 두 중심 캐릭터들 간의 균형이 망가진 게 가장 눈에 띠는데, 덕분에 이진욱은 류승룡에 비해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참고로 원작 캐릭터는 그보다 더 많은 걸 합니다). 그런가 하면 유준상과 진구는 중요 조연들로써 너무 애쓰는 티가 나고(진구 출연 장면들을 보는 동안 관객석에서 실소가 간간히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변경된 결말은 원작보다 더 엉성하고 더 말이 안 됩니다. 입장료 값 날렸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본 영화보다 약간 더 나은 원작을 추천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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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리 갓 포기브스]

 상영 시간 내내 지루해 하는 동안 문득 로저 이버트 옹의 말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었습니다.  


“There's probably a level of competence beneath which bad directors cannot fall. No matter how dreary their imaginations, how stupid their material, how inept their actors, how illiterate their scripts, they've got to come up with something that can at least be advertised as a motion picture, released and forgotten. But a talented director is another matter. If he's made several good films, chances are that sooner or later someone will give him the money to make a supremely bad one.”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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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인 파리]

결혼한 지 30년이 넘은 중년 인텔리 부부 닉과 메그는 그들 관계의 재충전을 위해 주말을 파리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옛날에 그들이 신혼여행을 즐겼을 때처럼 파리는 여전히 멋진 곳인 가운데, 처음에 겪은 불편에도 불구 이들은 서서히 도시 분위기를 즐겨가지요.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여러 문제들로 티격태격하고, 그러다가 [위크엔드 인 파리][비포 미드나잇]의 후반부와 크게 다르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피터 오툴의 말년의 명연으로 빛났던 작은 영화 [비너스]에서 이미 협력한 적이 있는 감독 로저 미첼과 각본가 하니프 쿠레이시는 한 오랜 관계 속에 쌓여 온 감정들을 정직하게 바라다보는 동안 의외의 순간들을 자아내고, 짐 브로드벤트와 린제이 덩컨은 오랫동안 인생을 함께 보내 온 중년 부부로써 훌륭합니다. 닉의 옛 미국 친구로 등장하는 제프 골드블럼도 재미있는 조연 연기를 선사한 가운데, 영화 속 파리 풍경이야 좋은 구경거리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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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텍사스의 한 깡촌 마을에 사는 십대 소년 개리는 마을 근처 숲에서 목재 회사를 위해 잡나무 죽이는 일을 감독하는 조 밑에서 일하게 됩니다. 한 때 교도소에 있었지만 이제는 건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조의 도움을 받는 동안 개리는 조에게 아들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고, 점차 암담해져가는 개리의 인생을 지켜보면서 조는 서서히 갈등에 휩싸입니다. 개리를 위해 뭔가를 해야 된다는 생각은 커져만 가지만 동시에 전과자로서 그는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고, 그러다가 선택을 내려야할 순간이 다가오지요. 오랜 만에 독립영화 영역으로 돌아온 감독 데이빗 고든 그린의 최신작인 본 영화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굴려가면서 현실감이 묻어 나오는 근사한 순간들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출연 배우들도 이야기에 상당한 사실감을 제공합니다. [머드] 이후로 좀 더 자란 모습으로 나온 타이 셰리던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근래 별로 좋지 않은 영화들에 계속 나온 탓에 놀림거리가 되곤 했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오랜 만에 절제된 자세 속에서 호연을 선사합니다. (***1/2) 


 P.S.

 영화엔 비전문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개리의 알콜 중독자 아버지를 연기한 개리 풀터는 우연히 그린의 눈에 띠어 캐스팅된 길거리 노숙자였습니다. 연기가 참 좋았는데, 유감스럽게도 영화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후에 사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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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색깔: 꿀색]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 때문에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칠 까봐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근처 극장에서 조조 상영을 한 덕분에 겨우 보게 되었습니다. 상영 시간이 꽤 짧다보니 좀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을 거란 인상이 들었지만, 감독/원작자 본인의 이야기인 해외 입양아 성장담으로써 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 가운데, 2D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가 혼합된 이야기 방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주 여러 큰 영화들이 국내 개봉을 하는 걸 고려하면 금세 극장에서 내려질 것 같은데, 볼 기회 있으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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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 매치]

[그루지 매치]의 설정은 듣기만 해도 도무지 진지해질 수 없는 설정입니다. 왕년의 라이벌들이었던 두 전직 권투 선수들이 어쩌다가 30년 만에 다시 대결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 둘 다 환갑 훌쩍 넘은 할아버지들이란 걸 고려하면 웃음이 피식피식 나올 수밖에 없지요. 다행히 주연배우들인 실베스터 스탤론과 로버트 드니로는 [록키][분노의 주먹]이 금세 떠오르게 하는 그들 존재감으로 영화를 어느 정도 지탱하는 편이고, 영화 만든 사람들도 그들이 맞붙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서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앨런 아킨과 킴 베이싱어 등의 조연들도 든든합니다. 물론 스탤론과 드니로 이 두 노장 스타 배우들이 클라이맥스 장면을 위해 노익장 과시하는 건 흥분되기 보다는 걱정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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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에서]

재작년 국내 개봉된 다큐멘터리 [크레이지 호스]의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신작 [버클리에서]는 상영 시간 동안 내내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 대학을 그저 이리저리 둘러다 볼 뿐인데, 무려 4시간 동안 별 다른 설명 없이 진행되는 본 다큐멘터리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인내가 요구됩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주변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가는 모습에 별 놀라지 않았지만, 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미리 알고 본 전 매우 인상적이면서도 유익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볼 여유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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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노운 노운]

 에롤 모리스의 신작 [언노운 노운]은 모리스의 전작 [전쟁의 안개]와 자동적으로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전쟁의 안개]가 전직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S. 맥나마라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본 작품은 또 다른 유명한 전직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에게 초점을 맞추었지요. 맥나마라처럼 럼스펠드도 할 말 많은 머리 좋은 영감님이고 모리스도 그에게 상당히 자주 질문들을 던져대니 인터뷰는 흥미진진해져 가지만, 가면 갈수록 그리 솔직해 보이지 않아 보이는 럼스펠드는 9/11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선 그리 새로운 걸 얘기하지도 않고, 국방성 재직 당시에 쓰여 졌던 그의 수많은 메모들은 단서들이기보다는 진실을 가려버리는 눈보라 같아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빙빙 도는 인상이 들어도 모리스의 전작들만큼이나 본 다큐멘터리엔 모호한 흥미가 있고, 대니 엘프만의 음악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에 가서 결국 항복(?)한 모리스는 럼스펠드에게 왜 처음부터 인터뷰에 응했냐고 물어보는데, 여전히 럼스펠드는 모리스의 질문을 또 비껴나갑니다. “저도 그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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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코 쿨트라]

마약 조직들의 급속한 세력 확장 때문에 멕시코 국경 도시 후아레즈에서는 살인 사건 수가 급속도로 늘어왔는데, 2010년에 3000명 이상이 살해당하기도 한 이 우범 도시는 같은 해에 단 5명이 살해당한 옆 동네 미국 도시 엘 파소와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런 위험한 동네에서 현장 수사관 리치 소토와 그의 다른 경찰 동료들은 가능한 몸을 사린 가운데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그들의 일과는 매일 위험하고 피곤하기 그지없고 시민들의 항의 시위 와중에서도 그들은 또 다른 살인 사건들로 바쁩니다. 그런가 하면 LA에 사는 가수 에드가 퀸테로는 다른 동료 가수들처럼 멕시코에 일어나는 마약 범죄 사건들을 갖고 만든 노래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인데, 사람 질겁하게 만드는 가사에도 불구 인기는 불어나기만 하고 본인들이나 그들 팬들도 노래들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범죄들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런 요지경에 대해 별 다른 비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샤울 쉬와즈의 다큐멘터리 [나코 쿨트라]는 영화 속 두 상반된 주인공들 사이를 담담히 오가면서 요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그 결과 보여 지는 암담한 큰 그림은 슬프면서도 살 떨리기 그지없습니다. (***1/2)

 

 

 

    • 아래 qqn님도 추천한 꿀색 보기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네요.


      아카시아꿀색 보다 진한 밤꿀색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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