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당보고 투표를 합니다만 ㅡ 지방선거 잡담

모든 선거에서 투표할 때 첫 기준은 정당입니다. 그 다음은 후보결격사유, 마지막으로는 공약을 봅니다.

제가 지지하는 정당인 노동당이 1순위고, 2순위는 녹색당, 3순위가 정의당이구요. 다만 정의당의 경우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새정련에 밀릴 수가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인 대구인 경우 세 당 모두 후보대응을 많이 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도 대구시장 후보에는 정의당만 후보를 낼 예정인 거 같아요.

평소같았으면 자연스럽게 3순위로 갔겠지만, 5월 초 여론조사를 보고 4순위를 더 강하게 고려해야 하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새정련 후보가 마지막 기준에서 덜컥 걸려서 어쩌나 하는 중입니다.

보통 새정련 후보에게 표를 줘야하는 상황이 되면 어지간한 공약에는 매우 너그러워지는 편입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은 정치적 지향의 문제는 포기하고 선거공학적 문제만 고려하기로 마음먹은 거라 반농담삼아 영혼을 파는 투표를 하는데요.

이번 대구의 김부겸 후보의 공약에는 정말로 영혼을 팔아야 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박정희 컨벤션 센터 건립' 공약입니다.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아니고 새정련 김부겸 후보 맞습니다. 김부겸 후보는 민주당 경선 때부터 이 공약을 걸었는데요, 당연히 대구의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반발을 받았고 이에 대한 김부겸의 변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진보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만이 영호남 갈등해소를 위한 방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논란은 김부겸 예비후보가 24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역사적 화해를 이루겠다”며 영호남의 교류와 화해를 강조하며 “상징으로 박정희 컨벤션 센터를 짓고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하면서 두 지역민의 오해와 불신을 녹이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http://m.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3632


하아... 작금의 지역갈등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뭐라고?)의 상호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진짜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그걸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는다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는 건 뭐라고 코멘트를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부겸과 새정련에게 인혁당 사건 추모공원이나 기념비 설립 같은 공약을 기대하는 거 아닙니다만... 안해도 될 공약을 하는 건. 백보양보해서 공과 과를 가려볼 수 있다고 해도 박정희 기념하는 건물을 올리는 건 과를 어느 정도 가려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 다음 과의 상세내역(특히 인혁당 사건)을 그 기념관에 새겨넣기로 한다면 고려해 볼만 한 일일 수도 있어요.

지난 번 글을 쓸 때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하다가 말았어요.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정리가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상당히 명확한 문제같기도 합니다. 제가 표를 줘서 김부겸이 당선이 된다면 저는 민주화운동 경력이 있는 야당 후보가 대구에서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데에 표를 준 게 되는 거니까요. 당선 안되더라도 이 공약을 가진 후보에게 표를 준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이 표 하나를 주려면 제 경우엔 영혼을 팔아야 하는 일이 될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을 하는 건 대구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시민들이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이번이 지금까지보다는 가장 현실성 있는 기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권영진 후보도 박정희 사당 하나 만든다고 그러면 고민이 덜 될까요? 그래도 여당이 하냐, 야당이 하냐는 다를 거 같구요. 게다가 정의당에 표를 주지 않으면서까지 할 일인가도 고민입니다.

여기 늘어놓는다고 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 점심시간을 틈타 써 봅니다. 듀게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 어제 저녁에 시장 입구에서 명함 돌리고 있는 후보에게 먼저 가서 악수를 청했습니다.


      노동당 후보였거든요.
    • 선거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에요.

      더 싫은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표를 던질 충분한 이유가 된다 생각합니다.

      김부겸 후보가 낙선할 경우 누가 당선될지를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똥을 먹어야 한다면.

      똥맛 나는 똥보다 카레맛 나는 똥이 그나마 견딜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둘 다 먹기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된 순간부터

      정상적으로 할 수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미 역사적 진실과 관계 없이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 됐다고 봐요. 이것이 선거에 그대로 드러났고..


      이를테면 새만금 같은 것이지요.

      비록 그것을 반대하지만 이미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


      김부겸 후보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대구 시민입니다. 제 지지정당 순위도 노동당(구 진보신당)-녹색당-(기타)이고요. 수성 갑 유권자로서 지난 총선에서 이연재 후보와 김부겸 후보를 놓고 굉장히 고민했었어요.(그 전 총선에서는 고민없이 이연재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만) 김 후보의 선거구 선택에 내심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40%에 달했던 김 후보의 득표율과 이연재 후보의 3%를 보면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2008년 진보신당이 얻었던 20%는 잠재적 야권 성향의 지지율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슬펐고요, 물론 통진당 일을 비롯해 진보정당이 안팎으로 힘들었던 것도 있었겠죠. 그래서 김부겸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꽁한(...) 마음이 좀 남아있습니다. 뭐 스무 살 이후로 차악 선택 논리와, 될 사람 밀어주자 논리를 아주 지겹게 생각해 오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새정연 등에 대해 정치인 개인의 인품 외에 정책 등에 대해서는 큰 기대도 없기도 하고(...) 해서 놀랍게도(!!) 저 공약이 아주 충격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 역시 저 공약에 찬동해서 표를 던진다면, 스스로 영혼을 파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긴 합니다. 

      아직 고민 중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제 선택은..

      김 후보에게 투표를 할 생각이긴 해요. 그 전에 저 공약의 철회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요. 솔직히 한두 단체에서 우려와 비판을 한 것도 아니고 제가 후보 홈에서 글 몇 번 쓴다고 혹은 어떻게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그게 영향이 갈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혹시라도' '혹시라도' 이번에 사람들이,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청소년-20대들이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정말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제게 그런 투표를 하라고 유혹하고 있네요. 아.. 제가 정의당(소속 몇몇 의원-정치인들을 지지 응원하나 당에 대해서는 특별한 느낌이 없는) 후보를 잘 모른다는 것도 이쪽 선택을 하게끔 되는 요인이기도 하고요.
    • 이건 차악의 문제가 아니라 낙선운동이라도 불사해야할 사안인데요? 저런 공약이라도 들이대대야할 지경이면 차라리 후보를 안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달빛처럼 / 감사합니다! 작년도 쉽지 않았지만 올해 당에 힘든 일들이 겹쳐서 당 생각만 하면 가슴이 좀 아파요. 님 댓글보고 좀 가벼워졌어요.


      그러니까 말이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차악 혹은 차선 선택론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정치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 중심축은 지역감정에 기반한 양당제 고착화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특히 그 때문에 해를 거듭할 수록 새누리당은 선거만 잘 하는 당, 새정련은 선거에서 조차도 무능한 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기도 하구요. 특히 올해 들어 새정련이 보이는 무능함은 임계치에 다다랐다고 생각하고 이게 최근 9주 연속 정당지지율 하락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봅니다.

      다만 새누리당과 정부가 보이는 비정상적, 비인간적 행태를 잘 알고 있고, 진보정당 일부가 오랜 문제를 드러내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기에 차선, 차악 선택론의 유효성이 높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 isaactoast/ 제가 '민주화 운동 경력의 새정련 시장이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대구에 짓는 것'에 유난히 크게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글을 올리기도 했구요. 새만금의 예를 드셨는데, 주어진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저 공약으로 정치색을 가리고 당선이 되는 것은 새만금을 살리는 운동을 하던 시민단체가 직접 새만금에 방조제를 지으면서 우리가 하는 거니까 갯벌은 망가지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순간이동 / 08년의 결과는 저는 변화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바람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한나라당도 싫고 민주당도 싫은데 저들이라도 대안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 표가 온전히 진보신당의 것이 아니더라도 큰 희망을 보았다고 여겼구요. 이후 당이 그 신뢰를 이어갈만한 행보를 보이지 못해 많이 안타까워요. 뭐, 길게 보면서 열심히 '잘' 하는 수 밖에 없겠죠.

      제가 만약 김후보에게 표를 준다면 저 역시 그에게 저 공약의 철회나 수정을 요구할 거에요. 하지만, 이게 문제인 것이 이미 공약이라 이걸로 문제를 삼으면 삼을 수록 김 후보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당선이 된 후 고치거나 철회한다면 시민들에게 표를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될 거라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생각하면 할 수록 왜, 어떻게 책임지려고 저런 짓을 벌였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저 역시 그 말씀하신 '기회'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네요. 전 새정련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인데 왜 새정련은 그 바닥 아래로 내려가는 걸까요.


      soboo/ 예전이라면 저도 말설임없이 당장 김부겸 후보에게 항의하고, 주변에도 절대 뽑지 말자고 벌써부터 이야기하고 다녔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어요. 참..
    • 프레키/ 제 주변 남자분들이 장인어른이라고 부릅니다. ㅎㅎ 대선 때 생각하면 쉽겠지만 문 후보는 저런 공약 안 냈잖아요. ㅠㅠㅠㅠ
    • 박정희 컨벤션센터 이야기 김부겸 후보가 출사표 던지고 나서 바로 했죠.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산토끼들은 별로 관심 안갖고 오히려 집토끼들을 잃을 공약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 Quinny/ 처음 경선 때 저 공약을 보고 다시 기사 제목을 확인했었어요. 내가 읽는 게 민주당 기산지 새누리당 기산지 모르겠어서요.


      amenic / 대구에도 꾸준히 한 2 ~ 30% 정도는 민주당-새정련에 표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새정련은 그 사람들을 무슨 짓을 해도 새누리당만 아니면 우릴 찍어줄 사람 취급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자신들에게 투표한 시민들을 박정희컨벤션센터 설립의 공범자로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요. 하여간,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 DJP연합에도 투표를 했는데 그까짓 박정희이름이야 뭐... 어차피 김부겸이 당선 안된다면 박정희 컨벤션 센터가 아니라 박정희시 육영수시 박지만로(뽕쟁이들 와서 드리프트 하면 좋겠다) 이지랄할 놈들이 당선될 텐데요 뭐..

    • 국회에 "동서화합포럼"이라는게 있다죠. 그에 관한 기사 "동서화합포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란 제목으로 국회보 2014년 4월호에 실렸는데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역사적 화해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를 엿볼 수 있지 않나 해서 가져와봤습니다.




      [새누리당 경북지역 의원들과 민주당 전남지역 의원들의 모임인 ‘동서화합포럼’이 3월 3일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경북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1월 전남 신안군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데 대한 답방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병석 국회부의장 등 새누리당 의원 13명과 박지원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구미시 상모동의 생가 추모관을 참배하고 박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건립해 놓은 민족중흥관을 관람했다. 기념행사에서 이철우 새누리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행사가 일회성, 전시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며 도지사, 시장·군수와 회의도 하고 자매결연도 해 진정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밝혔다. 이윤석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도 개회사에서 “민주화 세력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와 산업화 세력의 대표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함으로써 모범적인 동서화합을 이루고 통일 초석을 이루자”고 말했다.]

    • l'atalante/ 경북도지사 새누리당 예비후보 중 한명이 박정희시 얘기를 했었죠. 박승호였나, 중도에 사퇴하기는 했습니다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차악, 차선 선택론은 위에서 얘기했듯 지금은 유효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잔인한오후/ 대구와 광주 간에 '달(구벌)빛(고을)동맹'이란 걸 맺었어요. 그래서 5.18이나 2.28같을 때 서로 오가고 시장들이 서로의 시에서 일일 시장을 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동서화합포럼도 달빛동맹과 관련이 있겠네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이렇게하고도 떨어지면 김부겸은 어떻게 되는거죠?


      그후에 새누리당에서 공약에도 없던 '박정희 컨벤션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반대도 못하겠네요..


      당선되도 제2의 조경태가 될 확률도 크네요.




      정말 울화통이 터지게 만드는 후보군요..이런 후보를 공천하다니.


      울화통이 터지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라면 부겸에게 투표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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