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에 가고 싶어요.
어제 새벽 내내 잠을 못 이루면서 이 글을 쓸 까 말까 고민했어요.
어쨌든 그냥 마음 먹은 김에 어짜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써봅니다.
살다 보면 마음의 곳간에 채워진 슬픔들을 더 이상 가두지 못하는 날이 가끔 오곤 해요.
물론 제가 지금 상황이 '살다'라는 단어에 부합 하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긴 하지만 여기선 논외로 하죠.
어쩌면 일기장 같은, 무의식의 흐름에 무책임하게 모든 걸 맡긴 다분히 불 친절한 글이 될 꺼 같기에,
또 한 누군가의 투정 혹은 우울한 감정의 발현이 듣기 싫은 분은 여기서 잠깐 skip을 누르고 가셔도 되요.
각설하고 다시 글을 진행 시켜 볼께요.
거의 1년 반 만에 듀게에다 글을 써보게 되네요.
약 4개월 정도 였나 듀게가 멈춰있을 동안 이 곳이 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다시 돌아온 듀게엔 솔직히 예전만큼 애정을 느끼진 못했던 거 같아요.
무언가 낯설기도 하고, 또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쳐버리거나 사라진 사람들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어요.
저 또한 1년 반전의 대선 이후 또 다시 일상에서 무기력한 상황에 빠졌어요.
누군가의 승리에 철저히 감정이입하고 그 승리를 자극 삼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저는 세웠고
그것을 역으로 말하자면 패배했을 시에 저 자신에게 도망칠 최선의 '핑계'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그렇게 지난 정권이 들어섰던 2007년 12월 19일 이후 저는 우연하게도 최악인것처럼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했어요.
우연히도 제가 한국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보겠다라는 마지막 노력을 한 날도 저 날이 마지막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줄곧 도망치다가 현실을 가끔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와요.
제 존재가 이대로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는 세상이고 결국은 전 이렇게 골방에서
우울함과 무기력증과 싸우며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그 와중에도 몇 번의 기사 회생할 찬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주변인들의 조언대로 무언가라도 하면서 현실을 깨닫는 게 더 나은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최대한 제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고 해도 30살이 넘은 트렌스젠더에게
그 들이 해왔던 방법대로 그들을 쫓아가서 평범한 일상의 길로 돌아갈 방법이 있었을까요?
아무리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한국 사회에서 제가 그런 식으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방법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지는 오래였어요.
물론 알아요. 이 모든 것들이 제 두려움에서 오는 방어 기제라는 것을.
그저 현실이 무서워 도망친 이의 변명 일수도 있다는 것을 요.
저보다 잔혹한 현실에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디선가 늘상 듣곤 했어요.
도망칠 기회조차 박탈 당한, 아니 그런 것조차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당장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이에게 제 이런 이야기들은 철없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전 스스로 기나긴 침묵에 스스로 묶여 있었어요.
누군가에게도 제 이러한 감정을 말할 수 없었기에 가끔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면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당시의 감정들을 공유하며 위안을 하곤 했어요.
그렇게 그렇게, 기나긴 시간들의 우울함을 스스로 참아내며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오고 있어요.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아마도 누군가 이 9년이라는 숫자의 무게에, 이 비현실적인 숫자에 당황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조차
말 문이 막힐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실 1-2년만 이렇게 지내다 보면 그 이후엔 모든 게 비슷해져 버려서 어느 순간 제 자신 마져 잊어버렸기에
저 9년이라는 숫자는 저에게는 적어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지나쳐버린 숫자에 지나지 않아요.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도
미쳐버리거나-사실은 가끔 전 제가 정상인가?라는 생각은 가끔 해요 (...)-
죽을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제가 너무나 겁이 많기에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제 마음 속에 여전히 작은 가능성 하나 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If you do not believe you can do it then you have no chance at all."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럴 기회조차 사라져버린다.
저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인 아르센 벵거라는 감독이 한 말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저 말을 마음 속에 품고 꾸준히 무언가 해온 일이 있었어요.
다만 언제나 마침표를 찍을 때면 사회로 나아갈 용기라는 방점이 필요했고
늘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일이 반복되곤 했어요.
그리고 올 해 저는 단 한 가지.
죽어도 해보고 싶던 일이 생겨버렸어요.
저 말을 해줬던 아르센 벵거는 잉글랜드 1부 리그팀인 아스날이라는 팀의 감독이에요.
제가 어떻게 그 팀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한창 우울하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무언가 도망칠 것들이 필요했고 그 중에 한 가지 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전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음악,E-sports,축구,야구 등 그저 '보기만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행위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빠져있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해외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아스날이란 팀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아스날은 두 가지 시선의 양 극단에 위치한 팀이었어요.
무엇보다 제 기억엔 닉 혼비가 애정 하던 팀이었다라는게 저의 마음을 끌게 만들었고
두번째로 세스크 파브레가스라는 어린 소년이 보여주는 플레이에 매료되었어요.
그리고 전 그 양 극단의 시각 중에 한 가지 시선이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고
그렇게 전 이 팀을 완전히 사랑하게 되었어요.
물론 그 사랑의 대상은 사실 아스날 자체보다는 아르센 벵거라는 감독.
혹은 그가 생각하는 가치들이나 철학들이었죠.
그때가 아마 09-10 EPL 시즌이 시작되던 때 쯤 이었을꺼에요.
저에게 아스날이 모든 것들의 우선 순위에 제일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게.
제가 아르센 벵거의 철학에 매료되게 된 건 서형욱씨가 쓴 기사때문이었어요.
아스널 아슨 벵거의 레볼류션 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죠.
그 이후 저는 벵거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그때부터 해외의 기사들을 읽거나 칼럼 글을 읽기도 했어요.
물론 워낙 소심한 성격이고 또 한 제 이러한 상황들 때문에 누군가와 이런 생각들을 교류할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저 기사가 쓰인 후 5년이 지난 지금
아스날은 위에서 말한 두 개의 시선 중 비판적인 시선이 압도적인 팀이 되어버렸어요.
아르센 벵거는 새까맣게 후배 감독인 무링요에게 '실패의 스페셜리스트' 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어버렸죠.
9년의 무관. 그리고 당시에 장미빛 미래를 기약했던 유망주들은 모두 '우승' 혹은 '돈'을 위해 팀을 떠나버렸어요.
그리고 아스날, 그리고 아르센 벵거를 지지하던 수 많은 팬들조차 그의 안티로 돌아서 버렸구요.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죠.
우리는 현실에서 늘 결과를 강요 당하고 살고 있어요.
우리의 상황이 어떠하든 늘 누군가의 성공 신화만이 유일한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현실 세상에 살고 있죠.
특히나 저 아스날이 속한 EPL은 세계 최고의 리그중의 하나이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철저한 프로 세계에요.
그리고 저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돈'이라는 것을
아스날의 9년 무관.
그리고 두 기름 부자 구단주를 등에 업은 첼시와 맨시라는 팀의 우승들이 증명했어요.
물론 아스날에게, 혹은 벵거에게 변명할 이유가 있었어요.
올해를 제외하고 아스날이 근 10년동안 쓴 이적료는 강등권팀보다 아래였고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주급은 늘 4-5위를 기록한 팀이었기 때문이죠.
우리에겐 상식이 있죠.
우리가 돈을 번다면 그 돈을 번 것만을 가지고 지출을 해야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나 축구계엔 저 기름 부자들이 들어온 이후 상식이 무너져버리게 되었어요.
수많은 팀들이 경쟁을 하기 위해 적자를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고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 부지로 치솟기 시작했어요.
즉 팬들의 즐거움이라는 명목으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팀이 적자를 내든 망하게 되든 일단 선수부터 질러 라라는 말이
당연한 말이 되어가는 시장이 되어버리고 있어요.
그렇게 '리즈 유나이티드'의 교훈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모든 사람들은 첼시와 맨시의 성공 신화만을 쫓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구단주를 소위 말하는
슈가 대디-해외 언론에서 이런 구단주를 일컫는 용어-를 원하는 상황에 이르러게 됐어요.
그런 시장에서 아스날은, 아르센 벵거만은 자신의 고집을 지키고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버는 돈 만을 쓰면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철저한 실패로 보이는 이 남자의 고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에요.
재 작년쯤에 아르센 벵거 감독이 언론에서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유럽에서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가 가진 한 해의 이익내에서
매우 책임감있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모든 클럽들은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는 스스로 의 모델을 유럽의 독일에서 발견했습니다"
"저는 사회의 위기 속에서 축구 역시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믿어요."
"당신은 사회의 삶의 질이 떨어져 가는 이때 축구만 언제나 거품으로 향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꺼에요.
사회와 축구 시장이 함께 동작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시 유럽은 그리스 사태로 인한 유로 존 위기로 커다란 경제 위기를 맞던 시점이었어요.
저 시점에 유럽의 실질 축구 관객수는 줄어들고 있었지만 구단들의 씀씀이는 여전했어요.
선수들의 주급은 계속해서 증가했고 이적료 역시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하고 있었죠.
결국 몇 몇 팀들의 주도로 축구 시장의 거품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요.
저 인터뷰는 유럽의 탑 클럽 들의 '의무'를 이야기하면서 EU의 수장이던 독일이 경제 위기 속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유로 존 위기에 대처했듯이 많은 빅 클럽 역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었어요.
저는 그가 비단 축구 클럽의 감독이 아니라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것들에 많은 감흥을 얻곤 해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누군가는 축구 감독이니 축구 감독이나 잘해야지
사상가나 재정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라고 비난하기도 하죠.
아무튼 각설하고 이런 아르센 벵거의 아스날은 올 시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고 있어요.
9년 동안의 긴축 재정 끝에 자신들이 번 돈으로 처음으로 월드클래스의 선수를
그것도 드라마틱하게 마지막 날 영입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 놓았어요.
그리고 EPL 13-14 시즌이 끝난 현재 비록 아스날은 4위에 그쳤지만 지난 07-08 이후
최고의 승점을 기록했고 1시즌 동안 가장 많이 1위자리에 올랐던 팀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어요.
물론 좋았던 전반기와는 달리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고질적인 스쿼드 문제등으로
다시 4위에 그침으로써 또다시 온갖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요.
하지만 모든 EPL팀들의 일정이 끝난 지금 아스날은 마지막 '도전'이 남아있어요.
그들은 FA컵 결승에 올랐고 상대는 다소 약팀인지라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에요.
그렇게 그들은 그들을 못박고 평가 절하했던 9년 무관이라는 악몽에서 탈출할 준비를 마친 셈이에요.
물론 아스날 팬이라면 10-11시즌 약팀이라고 여겼던 팀에게 트로피를 넘겨준 악몽을 기억하고 있어요.
아스날의 결승 행이 확정되던 한 달 반 쯤 전,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지에 가서 저 경기를 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그렇기에 저의 계획은 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향을 고려했고
이를 위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외국의 마케팅 회사에 컨택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중의 한 회사가 호주의 holler라는 회사였는데 제가 이들의 광고 마케팅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캠폐인이 있었어요.
http://sluggishs.egloos.com/1343554
이런 캠페인이었고 또한 이들을 생각한 건 그들의 홈페이지에
Supporting same-sex marriage in Australia라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데드라인을 한 달 전 쯤으로 잡고 있었지만 익숙해진 무기력한 일상에서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기 까지 너무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던 시점이었죠.
근데 그 날 세월호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었고 그 이후 저는 또 다시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 무기력증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 또한 스트레스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핑계 일뿐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결승전이 일주일 남은 지난 일요일 저는 이렇게 또 다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무기력하게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한국의 이러한 Viral 마케팅을 하는 회사에 제 아이디어를 보내게 됐어요.
그리고는 3일이 지났던 어제 새벽에 제 메일을 읽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망연 자실 했어요.
저는 늦었지만 무언가 최선을 다했자나 그래도 용기를 냈자나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었지만 무언가 마음 속에서 도저히 이러한 상황들을
버티기 힘들어서 미친 짓이라도 해야지 않을까.
무언가 발악이라도 해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그렇게 잠이 오지 않아 트위터 리스팅을 하던 중 제가 리스팅하던 전 CNN 진행자이자
현직 키보드 워리어(...)이자 구너-아스날팬을 지칭하는 말이에요-인 피어스 모건이 FA컵 티켓 두장을
누군가에게 주겠다라는 글을 썼길래 저도 모르게 Mention을 보내는 짓을 해버렸어요.
물론 그가 봤을지 안 봤을지 조차 불 분명 하지만요...
그리고 한 숨도 자지 못한 체 정신이 몽롱한 상황에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요.
저는 한국 시간으로 2014년 5월 18일 새벽 한시까지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에 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간절한건...
옳은 길이라고 믿었기에 묵묵히 길을 갔던 한 남자의 성공의 시작을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게 끝이 아니기에 수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고 그렇기에 또 다시 그들이 거짓말같이
져버리더라도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그들의 9년. 그리고 저의 9년.
그저 우연한 숫자의 일치지만 이 숫자가 똑같이 끝을 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Ps. 이 글을 쓰고 나서보니 이 몽롱한 정신이 사라졌을때
벽을 향해 하이킥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Ps2.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나 음악 한곡을.
엇 오래간만입니다. 1년만이군요. 근데 오래되었는지는 몰랐습니다. 엘지팬이셨던거로 기억되는데, 이래저래 스포츠팀으로 스트레스가 많으시겠어요. 아스날을 응원하지는 않지만, 이번만큼은 뱅교수가 FA 컵을 들어올리길 기원해보겠습니다.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shyness님의 웸블리행과 아스날의 FA컵 우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