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바낭] 하고 싶은 행동이 전부 다 나쁜 선택일 때
이성과 감성이 머리가 깨져라고 박치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사흘간 망설였던 고백은 의지와는 관계 없이 C가 시험 기간 일찍 끝내고 집에 가버려서 해 보지도 못하고 접었고요. 참 쓸데없이 고생을 사서 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여름 동안에 웬만하면 연락도 안 하고 지내려고 하는데 이것도 고역이네요. 안 본 지 달랑 이틀 됐는데 문자를 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려요. 차라리 남친이 멀쩡한 인간이었으면 포기가 쉬웠을 거 같은데.
별 상관도 없지만 그 남친이란 작자에 대해서 추가로 들은 걸 얘기하자면, 뻑하면 술먹고 끊겨서 헤어지자고 짖어대는 건 다반사고, 부활절 때는 취해서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대요. 그러고도 C는 진짜 100불 넘어가는 시계니 뭐니 선물을 해 주는데 (이번 생일 때는 몇백불 할 지 모르는 하키 티켓을 사네 마네 하더라고요) C 생일 때는 다른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았다고. 이런 미친. 이 상황을 꽤 잘 아는 다른 친구 말에 따르면 C의 전 남친들도 별반 다를 게 없어서 자신감 결여 때문에 이런 똥 같은 남친에게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얘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한은 말을 안 하려고요. 계속 찌질찌질거리다가 문자로 고백 비슷한 걸 하는 대형사고가 나는 게 무섭거든요. 그래도 실생활에서 써먹는 연기력으로 태연하게 (아니면 얘가 눈치가 없거나요) 같이 있는데, 다음 봄 학기에 수업 같이 듣자는 요청(?)에 잠깐 대답도 못 하고 멍을 때렸어요. 선택지를 뭘 골라도 지는 상황이에요. 며칠 전에는 기분이 더러워서 밤을 샜는데 아침에 얘가 왜 안 자고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러니한 기분이란 참.
사실 힌트를 그렇게 흘렸는데 못 알아차린 건 얘가 절 남자로 안 본다는 얘기겠죠 (아니면 눈치가 진짜 끝내주게 없거나ㅠ). 세상에 저는 공부 안하고 전체에서 5등 안에 드는 수업을 같이 공부하자고 1마일 넘는 거리를 자전거 타고 가서 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까요? 저번 주에는 이런저런 걸로 고맙다는 문자에 "I do try for some people :D" 이라고 답장을 보냈어요. SOME에다가 별표를 몇백만 개 그려넣고 싶었어요
여름방학 때 수업 듣기로 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분명 위에서 언급한 삽질을 할 거 같거든요
이거보시오 모짜르트 양반, 이게 왜 자꾸 내가 쓴 글 같은거요
으허허허 오해입니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니....
(지나간다고 또 안올거 같죠? 설마..)
한두 번 속아야 또 속죠
는 훼이크고 또 고생질을 하겠죠
토닥토닥......
"자신감 결여 때문에 이런 똥 같은 남친에게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와 "사실 힌트를 그렇게 흘렸는데 못 알아차린 건"을 엮어서 생각하면서(=눈치가 없거나 남자로 안 보인다기보다도 거듭되는 연인 관계 실패 속에 '이런 괜찮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을 보일 리가 없다'고 가능성을 닫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확 한 걸음 더 내딛어버리시면 안 될까요.
이도 아니면 그냥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타입일 수도 있어요.
한 걸음 내딛기엔 늦었어요. 학기가 끝나서 놀러 오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어요
저도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아마데우스 님은 그 여자분이 자존감이 낮아서일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나쁜 남자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들이 꼭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일까요? 그냥 그런 타입에 끌릴 수도 있어요.
그런 생각도 해 봤는데, 진짜로 화나서 깨질 생각도 했다가 돌아가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요...
도대체 뭐긴요. 그게 그 분이 즐기는 '연애' 일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서운해하고. 싸우고, (이번엔 진짜로) 헤어지겠다며 주변에 하소연하고, 그러다 감동하며 화해하고, 다시 잠시 좀 좋았다가...하는 감정의 동요와 고저를 즐기시는 걸 수도 있다구요.
설마 눈치를 못챘겠어요. 아마데우스님이 옆에 있는게 쓸모가 있으니까 모르는 척 하는 거겠죠. (ego booster? homework helper?)
그럴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