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다, 왜?

아래 잘 사는 것에 대한 글을 보면서,

평소 하던 생각 한 줄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무자식이 '상당수 사람들한테' 상팔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맞습니다.

아니, 한국 사회 뿐만이 아니라, 세상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중하층에 들어가는 인생들한테는

무자식이 상팔자가 되는 상황입니다.


간단히 한국으로 예를 들면,

나 혼자 살 때 평생 필요한 돈 5억원.

그런데 내가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둘 가질 경우 평생 필요한 돈은 20억 원? 또는 그것을 넘습니다.


문제는,

이 돈은, '보통의' 한국 노동자가 평생 벌어들이는 총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총 수입을 남겨 저축하고 투자해서 굴려 만들어낼 수 있는 평생 자산도 대부분 초과한다는 겁니다.


이럴 경우, 그만한 돈을 벌지 못할 경우에도 많은 사회 성원들이 그걸 달성(추구?)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있습니다, 주로 북서 유럽 나라들에 있지요. 바로 사회복지, 공공서비스입니다.


북유럽이 탈상품 사회라죠,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당연히 '상품'인 것들이 거기서는 상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를테면 교육, 의료, 보육 같은 거라는군요. 공공 서비스, 복지로 제공되기 때문에 상품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공공 서비스, 복지로 제공될 때 이를테면 비용이 한달에 20만원이라면, 이걸 운영해서 자본이 남겨먹으면서

제공하려면 비용이 50만원, 100만원, 이렇게 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비용 경쟁력이 형편없어지죠.

그래서 아주 고급, 아주 특화된 것이 아니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한국은 노동자 평균 임금이 2700만원, 대충 25000달러라고 치면,

웃긴게 노동자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2만 달러도 못받고, 나머지 절반 이하가 정규직에 좀 좋은 직장인으로

3만 달러 이상을 받는 극도로 계층화, 단층화된 노동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이의 이동이 아주 어려워요.


미국 사회가 한국 사회보다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것이, 미국은 그 사이를 넘나드는 비율도 더 높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비율과 숫자도 한국보다 훨씬 더 큰 겁니다.

거기다 한국에서는 미국 사회가 생산하는 부의 대부분이 금융자본들에 독식되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놀랍게도 2010년인가 통계로도(최진기 생존경제에서 봄), 미국 GDP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5%인가

된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15조 달러의 미국 경제에서, 노동자 및 그 가계로 흘러가는 부가 10조 달러 이상이라는 거죠.


그렇기에 미국이 힘이 있는 겁니다. 미국이 갑인 거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객이고 가장 큰 최종 소비자이며

재화와 서비스에 돈을 주는 사람입니다. 이 역할을 대체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고, 대체할 의지가 있는 나라조차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 이야기는 이쯤에서 줄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 한국인이 성장해서 노동자가 되어, '운좋게' 정규직 자리를 꿰어찬다고 해도,

그가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25000달러X30년 해도 750000달러,

뭐 대충 8억이라고 치죠,

그런데 그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둘 가질 경우 그가 필요한 돈은 20억! 응?


그럼 한국의 앞 세대들은, 한국같은 저임금 국가에서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웠나?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의 재산까지 차지한 사람들의 압도적 다수에서

관찰되는 재테크 비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부동산이죠. 한국의 임금 상승보다 몇배나 더 압도적으로

올라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자 그런데,

한국은 노동자들을 너무 착취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노동자들은, 한국 부동산의 호갱님들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원도 없고 일본이나 독일같은 하이테크 국가도 아니며, 유태인들같이 돈놀이에 귀신인

계층도 없습니다. 수익률 높은 금융업에 대해 일본도 한국도 80년대부터 군침을 삼켜 왔지만, 서양인(특히 유태인)들과의

대결에서 판판이 패배하고 힘들게 벌어 쌓아올린 자산을 가지고, 허울좋은 '레버리지'(빚입니다)를 이용해

대결하는 서양인들한테 져서, 서양인들한테 두고 두고 이른바 '양털깎이'를 당했습니다.


뭐 국가나 사회 레벨로 마무리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므로, 자꾸 번지는 이야기는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결국, 부모한테서 받은 게 없고 내가 용빼는 재주가 없는 보통 한국인이라면,

그 한국인한테 결혼과 출산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옵션입니다.


무리해서 그것을 추구한다면, 뭐 어떻게 가지게 될지는 모르나 무진장 고생을 하게 될 것이고

고생한 보람을 누리기는 커녕, 결국 말년에는 빚으로, 자기가 빚내어 사서 빚 갚느라고 열심히 고생했던

바로 그 집을, 자녀들한테 물려주지 못하고 결국 은행한테 빼앗기게 될 겁니다.

자녀들은 여전히 빈곤층 또는 중하층에서 머물게 될 거고요.


그런 일이 두세 세대 계속되면,

아마 20세기까지의 한국인들이 그렇게나 집착하고 매달렸던,

'핏줄을 이어가는 일'을 22세기부터는 아마 많은 한국인들이 기본적으로 포기하게 될 겁니다.


오우 멋진 신세계!

진단은 있으나 처방은 없어요.

개혁은 혁명보다도 어렵거든요.


    • 다른건 모르겠지만 혼자 돈 많이 가지고 산들 얼마나 재밌겠어요.


      새끼 낳고 처절하게 살아야 사람이 사는거란 생각도 합니다.

      • 저는 왜 꼭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전 처절하게 살기도 싫고, 처절하게 사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싫더라고요.



    • 이런나라에서 아기를 갖는다는 자체가 이기적인거 같아요. 

    • 마치 한국의 과거 높은 출산율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측한 선인들의 놀라운 지혜 때문인 것처럼 글을 쓰셨군요. 요새는 방드라디식의 결말도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라 참 찝찝하지 그지 없네요.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이미 핏줄을 잇겠단 각오 같은 것은 이백년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이 벌써 5년에서 8년 전에 안정적인 최저치에 도달했구요. 그리고 그 경향성이 한국만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변수가 어찌되었든 아기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전세계적인 경향이고 자랑하시는 미국도 인종별로 출산률을 나누면 후대에 유입된 쪽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평균을 벼텨주는 그림이죠. 

      • 결혼 연령이 올라가고 피임법이 발달하고 산업구조가 바뀝에 따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를 갖고싶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갖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과도한 사교육비용 등 경제적 요인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이죠.


        출산만 포기하나요. 결혼도 포기하는 걸요.


        비정규직인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서 아이를 갖는 경우 매우 흔해요.

        제 주변의 출산적령기 사람들만 봐도 경제적 요인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 사람들이 상당수죠.
    • 요새 젊은이들의 이런 얘길 들으면 부모님 세대는 "요새 애들은 배고픈 거 모르고 자라서 지들 밖에 몰라서 그런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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