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과 내 조각난 시간들

저는 여러 책을 여러 곳에 두고 한꺼번에 읽습니다.

화장실에는 가벼운 에세이나 짧게 짧게 읽을 수 있는 단편들이나 만화책,

침대 머리맡에는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읽고 싶었던 책들,

가방에는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릴 때나,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등에 잠시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가벼운 책과

혹시 생각지도 못한 여유시간이 날때를 대비한 소설이나 조금은 집중력이 필요한 책.

이외에도 사무실 책상, 차 안, 친정집, 시댁, 자주 방문하는 친척집 등

혹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났는데 읽을 책이 없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벌어 질 것 처럼

여기저기 준비를 해 두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이 생기고

읽어도 읽었는 지도 모르게 대충대충 넘어간 책들도 생기고 해서

항상 새해가 되면 작년에 읽다 만 책들의 목록을 적으며

읽다 만 책을 다 읽는 것을 새해 독서 목표로 삼지만

어김없이 연말이 되면 또 그런 책들이 늘어나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독서습관이 언제부터 생긴것인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해진 때는(더 많은 장소에 더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준비해 두는 것)

자투리시간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가 아닐까 합니다.

자투리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의 의미는 여가의 총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여가의 총 시간은 현저히 줄었으며 그나마도 30분 내외로 조각나 버렸다는 겁니다.

출산과 육아의 황홀한 경험(이라고 쓰고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읽지를 못합니다)과 직장생활을 겸하다 보니

1시간 이상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때 이를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책을 여기저기 두고

일주일동안 밀린 구몬수학이라도 하는 것 처럼 조급하게 읽어대는 것 같아요.

 

디스크조각모음처럼 내 조각난 자투리시간들을 모아서 한번에 사용 할 수 있다면

그 수수료로 매일 하루 삼십분쯤은 악마에게 바쳐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과한걸까요.

 

책을 집중해서 읽기 위해서는 집안일과 육아가 끝난 후 운좋게도 아이를 재우며 같이 잠들지 않은 날들 중

다음 날 출근해서 해야할 일들에 대해 걱정하며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되는 일주일의 하루 정도,

그 나마도 반 수면상태로 읽은 부분을 또 읽고 또 읽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덜 피곤한 날,

그러면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입니다.

 

아기도 이쁘고 이 어려운 시기에 백수도 아닌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육아와 직장생활을 잘 해나가도 있다는 것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신께서 너는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무언가를 바래도 된다, 이루어주겠노라. 하신다면

맘놓고 책만 읽을 수 있는 시간(하루 2시간 정도면 족합니다)과

버스나 지하철에서 멀미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바래봅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폰 문자도 보낼라치면 구토를 동반한 어지러움증이 생기거든요)

 

아무튼 남들과 조금은 다른 독서습관이 있으신지요?

그리고 저같은 상황 또는 저보다 더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 다들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읽고

생각들을 정리해나가시는지요?

 

때가 때이니만큼 한마디 덧붙이자면,

제가 사는 지역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 투표율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희미하게 미소를 보이시는 윗분들의 표정을 보니 (네..출근했습니다...ㅠㅠ)

기분이 확 상하네요..

 

 

 

 

 

    • 체화된 독서 습관 부럽습니다.


      저 같이 아주 안읽는 사람이 더 많아요.

      • ㅎㅎ 독서습관이라고 적으니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독서습관이라기 보다 약한 수준의 활자중독? 정도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전단지, 버스광고판,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땐 화장품 같은 거 뒤에 있는 성분표까지도 막 읽고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읽는 책들도 여기 분들이 말씀하시는 어려운 책들도 아니구요..


        어려운 책들이 다 좋다는 건 아니지만 잘 읽히는 책만 골라읽는 것도 여기저기 읽다 만 책들을 벌려놓기만 하는 것 만큼 좋은 습관이 아니거든요..^^

    • 저도 한번 잡으면 끝날 때까지 읽던 사람이었는데 거실에 한권 침대에 한권 책상에 한권 이렇게 분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조각난 시간도 있고 핸드폰으로 놀기도 하구요 습관이 달라지더군요.여러권 분산해서 읽는건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불안이 끼고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해요.
      • 그런걸까요.? 그러고보니 뭔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안정되고 싶다, 여유롭고 싶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반증인것 같네요.
    • 나중에 혹시 책 쓰실 계획이신가요?

      혹시 그렇더라도 앞으로 살 날 많잖아요.

      그냥 같이 잠드시고 그래야 피로가 풀리죠. 버스에서 책 읽지 마세요.

      저는 다시 돌아간다면

      아이한테만 집중하고 싶어요.

      아이가 가장 이쁠때이거든요.

      그리고 늘어져있는게 쉬는거더군요.

      너무 그러하여 집안 운용을 못하면 그것도 문제지만.

      그저 신문이나...
      • 아아 그렇죠.. 아이가 정말 이쁘죠. 아무래도 말씀하신것처럼 책 읽는 시간을 늘이려고 하면 애기 볼 시간이 줄거나 시간은 그대로더라도 열심히 이쁜 모습을 구석구석 다 못볼 수도 있긴 하겠죠. 그러고보니 신문은 잘 안보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습관이 안 돼서 인 것 같아요. 책을 쓸 생각은 없지만 '서재 결혼시키기' 작가인 앤 패디먼의 가족처럼 나이들어서 눈이 보이지 않으면 녹음을 해서라도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싶기는 해요.. 그러려면 더욱 더 좋은 독서습관을 가져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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