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 수업을 듣는데 조선불교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점..

조선=성리학탈레반의 불교폭파


의 도식이 마른 껌딱지처럼 견고하게 통념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게 일종의 편견이더군요.


확실히 조선조에 들어서 결국 불교가 전조만큼의 위상을 잃은 것은 사실인데, 불교 자체가 파/괴/한/다 급으로 망했다기 보다는, 국가와의 공적 관계가 서서히 단절되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게 맞더군요. 그나마도 그게 견고하게 정착된 것도 무려 17,8세기나 가서야 가능했고..


물론 개국세력인 신진사류들부터 사림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통치한 엘리트 유신들의 정책방향은 분명했습니다. 불교는 낡은 것이니 나라의 위에서 밑바닥까지 이념을 성리학으로 교체하자는 거죠. 근데 역시 신라때부터 천년을 사상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지배한 불교의 영향력은 암만 정책을 내세운다고 쉽게 바뀔 수 있는게 아니었구요.


조선초의 억불정책이란것도 신앙 자체를 공격했다기보단(물론 정도전은 신앙 자체를 길바닥 똥막대기 취급 했지만;), 여말에 국가가 불교를 관리할 수단을 잃으면서 너무 비대해지고 엉망진창 난립하게 된 불교를 억제해서 현실적 균형을 찾는데 초점이 있었습니다. 사상이니 이념이니를 떠나서, 국가경제라는 현실문제였던거죠. 사원이 가진 토지와 그 토지의 면세특혜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면역인 승려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였구요. 실록 기록에 보면 건국하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중이 너무 많고 사원이 이렇게 흥하니 어쩔거임'이라면서 징징대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그렇다고 그 빡세다는 유신들이 폐불을 밀어붙였느냐? 그 정도로 강경한 의지도 없었고, 쎄게 나가봤자 왕이 허락을 안해줌ㅇㅇ


불교관련 제반 제도도 고려때 것이 대체로 유지되고... 조선시대 승려들은 개국하자마자 산으로 숨고 절이 다 불타고 했을거 같은데, 무려 연산군때까지도 스님들 과거시험 격인 승과가 시행됨. 승려ver. 품계인 승계와 승려의 벼슬인 승직도 이름만 바꾸면서 계속 유지. 성리학 총본산일거 같은 안동에서, 15,6세기까지도 관과 사족이 협력해서 사찰 중건하는 기록이 나올 정도...  승려는 천민이다? 소위 승려가 팔천 운운하는 얘기는 아예 사료상의 근거조차 없답니다. 일제시대 학자 뭐시기가 처음 한 얘긴데 무비판적으로 계속 수용... 


조선후기로 가면 확실히 불교에 대해 아예 정책 자체를 별로 논하지 않는 수준이 됩니다. 이제 유신관료 체제의 자신감이 확실해진거죠. 이때쯤 되면 진짜로 국가 공적 영역에서는 목소리를 못내고 소위 산중가풍이 정착되지만, 그럼에도 교단의 법맥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가만 보니까 오히려 많이 훼손되고 망가진게 일제강점 연간이더만요. 


뭐 국교로 취급됐던 고려적 영광에 비하면 초라해진건 맞지만, 그렇다고 절이 무너지고 스님이 돌맞으면서 천민이 되고 하는 이미지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는걸 알게 됐네요.

    • 왕비랑 아주 가까왔던 스님도 있고,


      궁궐에 무시로 드나들었던 스님도 있고 하던데요.



      • 왕실불교 전통은 계속 이어졌어요. 다만 이건 좀 구분해서 봐야 하는게 왕실내의 일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이었죠. 문정왕후처럼 왕실여성이 권력을 잡아서 국가정책에 관여한 것은 특이한 케이스이고...

    • 유교가 여성을 홀대했기 때문에 (유교사상에 세뇌된) 이름난 열녀 효녀 현모양처를 제외하면 부녀자들의 정신적인 도피처가 불교가 되어서 망할래야 망할 수가 없었을겁니다.




      조선시대 정치를 남존여비 성리학 체계를 수립한 남자가 지배하게 되었다지만 그 남자는 여자가 지배하는데 뭔수로 마누라들이 다니는 절을 때려부수겠어요... 



    • 유자들이 절 불태우는 것도 억불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땅 빼앗아 날름하려고 하는 경우가 상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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