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과 최명길(탤런트 최명길 아닙니닷!)

올해 서울대 인문대학원 IFP라는 과정에서 매주 야간 수업으로 문학, 철학, 역사, 미학 등 훌륭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행운을 만끽 중입니다.

정말 혼자 듣기 너무 아까운 명강의가 많아서 종종  소개하고 싶습니다. 온라인에서 생각나는 대로 쓰는 글이라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부정확하게 전할지 두렵기는 합니다.

 

이미 팬이 많으실 한명기 교수님의 병자호란 강의를 듣고 그 분의 명저인 '역사평설 병자호란'도 읽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척화파 김상헌과 대립했던 주화파 최명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가 쓴 항복문서를 김상헌이 찢자 그 조각을 주우며 "나라에는 문서를 찢는 신하도

필요하고 나처럼 이를 붙이는 신하도 필요하다."고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지요.

 

하지만 끝까지 굴욕을 참고 항복을 진언하던 모습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최명길은 호란 발발 전, 국력의 차이를 현실적으로 직시하고 청과 화친하여 평화를 도모할 것을

계속 주장하나, 명나라의 신하로서의 절개를 주장하며 오랑캐와 일전을 벌일 것을 주장하는

척화파들에게 비겁자로 공격당합니다.

결국 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척화신들은 인조에게 강화도로 조정을 옮겨 농성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 때 비겁자로 비난받던 최명길은 인조에게 끝끝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전군을 이끌고 압록강 국경으로 나아가 일전을 벌일 것을 진언합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백성이 청군의 말발굽에 짓밟혀 참화를 입는 것을

그나마 최소화하려면 패하더라도 국경에서 패하고 강화를 맺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인조와 강경 척화신들은 우왕좌왕하기만 하다가

강화도로 도망갈 길마저 봉쇄되고 맙니다. 이미 적의 선봉대가 지금의 녹번동 일대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최명길은 자신이 청군 선봉대를 만나 담판을 벌이며 시간을 벌테니 그 사이에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시라고

진언하고 혼자 말을 몰고 적의 선봉장 마부대를 만나 청이 쳐들어온 명분이 무어냐고 따지며 담판을 벌입니다.

그 사이에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겨우 피신합니다.

 

호란 전에는 청을 정벌하자며 기세등등하던 도원수 김자점 등 강경파들은 남한산성으로 근왕병을 보내지도 않은 채 사실상 숨고,

동상과 굶주림에 죽어가던 남한산성의 나날은 최명길이 온갖 모욕을 당하며 작성한 항복문서로 마무리됩니다.

 

군사력에 비해 노동력이 부족하던 청 태종이 요구한 항복조건은

조선 백성을 청군이 끌고 갈 것인데, 압록강을 넘기 전에 도주하면 쫓지 않겠으나, 국경을 넘은 후 도주하여

조선으로 돌아오면 조선 임금이 이들을 잡아 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어기면 왕위에서 끌어내린다는 것이죠

영화 '최종병기 활'이 바로 이 시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박해일은 여동생이 압록강을 넘기 전에 구해내야만 했던 것이죠.

 

도주하려던 조선 노예들은 청군에 의하여 발뒷꿈치가 잘리는 고통을 당합니다. 도망 못가게 가기 위해.

그래도 천신만고 끝에 만주에서 도망쳐 압록강까지 도달한 이들을 맞이한 것은 조선 관군들의 화살과 어서 돌아가라는 명령뿐이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고통이 극심했습니다. 심양까지 끌려가 청나라 사람들의 첩으로 전락했다가

친정 부모가 몸값을 내는 등 여러 노력 끝에 고향으로 되돌아오지만 '환향녀'라는 멸시에 시달립니다.

임진왜란 등 전부터 있던 말이고, 후대 '화냥년'이라는 말의 기원이 됩니다. 

잘난 사대부들은 빗발치듯 인조에게 상소를 올립니다. 정절을 더럽힌 더러운 환향녀와의 이혼을 허가해 달라는.

최명길은 이에 반대합니다. 조정과 정부 대신들의 잘못으로 청나라에 끌려가서 능욕을 당한 것이니

잘못은 조정의 대신들에게 있는 것이고, 환향녀라는 비난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비난만 받습니다.

심지어 인조실록을 기록한 사관조차 최명길을 통렬히 비난합니다. 마땅히 죽음으로 절개를 지켜야 함에도 실절한 환향녀를

옹호한 것은 오랑캐와 다름 없는 짓이라고.

 

나무에 목을 매고 강에 몸을 던지는 여인들의 비극이 계속되자

최명길은 다시 진언합니다. 팔도에 절개를 회복하는 강, 즉 '회절강'을 지정하여 여기서 몸을 씻은 여인들은

절개가 회복된 것으로 국법으로 정하자는 것이죠. 금강, 소양강, 대동강, 예성강. 그리고 한양 및 경기 지역은 홍제천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당시 사회는 이 여인들을 감싸안지 않고 냉대했습니다.

그 자식들조차 오랑캐의 자식, 즉 '호로자'라고 부르며 차별했지요. 이 말이 '호로자식', '후레자식'의 어원입니다.

물론 이 또한 병자호란기에 처음 생긴 말은 아니고 전부터 있던 말이랍니다. 오랫동안 이민족 침입에 시달렸던 역사의 흔적이겠지요.

 

소돔과 고모라는 의인 10명이 없어서 멸망했다고 합니다.

이 잔인했던 시대에 최명길 외에도 의인은 곳곳에 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 최명길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있었을까요.


      엔하위키를 보니 당나귀 탄 사람을 보고


      니말은 왜 귀가 그렇게 기냐


      탄사람이 당나귄데요 그랬다는데


      영웅들은 한편으론 소인배들 보다 띨띨한 면도 많은 듯

    • 김두식교수 황금다방 팟캐스트에도 한명기 교수 나와서 병자호란 즈음의 역사 얘기 풀었었습니다.

      그리고, 화냥년과 호로자식은 호란 전에도 쓰였던 욕설이라니 검색 한번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하여 본문 수정하였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이나...무시무시한 전쟁이었죠. 쳐들어온 외적보다 조선의 위정자들이 더 무서웠던;;


      조선만 그랬겠지는 않겠지만, 조선 백성들 정말 착했죠. 정부가 저따위로 대응하는데 순응만 하다니! 저 정도 무능함에 제 목숨만 챙기려는 사악함을 보인다면 진작에 반란이 터지고...일개 농민이 일으킬 수 없다면 지배계층 내부에서도 터질 만도 한데...참;;


      서양사 공부하다 보면 정말 놀라운게...귀족이나 농민이나 정말 고분고분 하지 않더군요. 그네들은 정말 반란이 일상이더이다ㅋ 하다못해 그림 동화나 페로 동화 같은 민담집만 봐도 못된 임금이나 영주 엿먹이는 -.,- 얘기밖에 없다니까요...임금에게 충성? 이건 뭐 개나 주라는 식인지ㅋ


      문화 차이란게 정말 큰것 같아요.

    • 성적으로 일탈한 여성들에 대한 욕설이야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에서든 있는 것이니까요. 호로자식은...제가 학교 다닐때 교수님께 배우기로 부모의 삼년상을 치르던 부부가 낳은 자식을 부르던 욕설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모를 돌아가시게 한 죄인이 감히 부부관계를 가져서 자식을 낳다니! 하면서 말이죠--;;

    • 솔직히 선조랑 인조는 각각 일본군, 청군한테 잡혀서 목이 잘렸어야 하는 암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이 잡혀 목이 잘렸다면 왕조는 끝났겠죠?


      조선은 2백년만 가고 망했다면 그래도 나름 괜찮은 일 많이 하고 화끈하게 싸우고 벚꽃처럼 스러져 간


      왕조가 될 수 있었을텐데(...사무라이물을 많이 보긴 했어, 내가)


      그저 그저 왕실, 그저 그저 기득권층에 득되고 연명해 나갈 일들만 거듭 거듭 또 거듭하며


      지나치게 오래 갔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결국 전쟁도 아니고 매국으로 끝났죠.




      해방 이후에도, 조선 왕실의 큰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일본 왕실이 화환을 보내고 축의금을 내고


      참석도 한답니다. 둘은 친척이고, 그것도 상당히 가까운 친척이고, 양국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뭐라고 하건


      두 왕가는 상당히 친하죠. 조선왕실은 현대 한국에서 일컬어지는 기준으로 말하면 분명한 매국노들인데 말입니다.



    •  


      조선 왕조 정말 정말 명줄이 길더군요. 특히 말기에는 더욱 더! 외세의 침략은 하나도 못 막아내는 주제에 삶에 지친 백성들이 일으킨 난은 어찌나 잘도 진압을 하던지;; 특히 민씨 정권때가 대박이었죠!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지들 힘으로 진압 못하니까 청나라 군대 끌어들여.. 일본 군대 끌어들여...(물론 얘네들은 지들이 쳐들어오긴 했지만-.,- )


      외세 군대 끌어들여 제 나라 백성 죽이면서 정권 유지 급급하다가 일본한테...참;;


      대혁명 당시 프랑스에서는 '외세의 군대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의도' 만으로도 (실제로 외국 군대를 끌어들인게 아님! 시도만 했음!)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의 목을 베었는데 말이죠...( 부르주아 혁명파 진짜 대단...)


       

      • 민비는 심지어 임오군란때 남긴 말이 길이길이 전해오죠.




        '내 외국군에 잡혀 죽으면 죽었지


        저 비루한 백성 천것들한테 잡혀 죽지는 않을 것이야!'


        라고 악을 쓰듯 말했다고...




        그 민비가 무슨 황후니 어쩌니 떠받들리는 거 보면 진짜 어이가 없어요.


        이미연 조수미가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독을 푼 것이야~



        • 조선왕실은 부끄러움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무너지진 않았을거야라는 헛된기대와 살해된 사람에 대한 애도가 섞인거라 봐요. 쓸데없이 민비에 분칠하는대신 유관순과 남동순 열사나 잘 다뤄드리는게 나을텐데요... 에휴
          • 시작은 쿠데타와 찬탈이요


            끝은 매국이었던 왕조죠.




            한국사의 대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 그때나 지금이나 못난사람들이 싸워야할 대상앞에선 비겁하게 굴고 만만한(?) 여자에게 몹쓸짓 하는군요. 덕분에 최명길 이란 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 김성종씨가 소설에서 한국 남자들을 일갈하는 게 두고두고 기억납니다.




        멍청하게 전쟁해가지고 져서 여자들이 그 댓가를 치렀는데


        젊어 청나라 끌려가 성노리개가 됐다가 나이들어 버림받아


        겨우 고향에 돌아오면 화냥년이라 하고,


        나랏님들이 일본에 나라 팔아먹어놓고


        정신대(그때만 해도 종군위안부 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전이었습니다) 끌려 갔다 온 여자들을


        몸팔다 온 여자들이라고 욕을 하고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게도 했다.


        한국 여자들이 겪은 모든 고난은 한국 남자들 때문이었다고.




        아마 여명의 눈동자, 아니면 제5열 에 나왔을 겁니다.




        민비도 사실, 대원군하고 고종이 그렇게 시리얼로 병크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나섰다가


        욕을 먹게 되지도 않았겠지요.

    • 명성황후는 그 사람에 대한 역사적인 공식 호칭이기 때문에 굳이 민비라고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민비라는 호칭이 일본이 이 사람을 암살하고 제멋대로 왕후의 자리에서 폐위하자 보다못한 왕세자가 후궁의 예로도 어머니의 장례를 우선 치뤄달라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 좀 쓰기가 그렇거든요.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황제나 황후라는 호칭은 어떤 임금이 위대하고 뛰어난 제국의 통치자라 붙여지는게 아니고...--;; 그 당시 역사에서 붙여지는 호칭이니까요. 특히 왕권 강화 정책과 연관되서.


      명성황후는 대한제국 건국과 사후추존이라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에 그냥...쓰는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 사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분명 별개로 하고요.


       

      • 공식 호칭이야 말로 언제나 부를 필요가 없는 겁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그렇게 불러 주면 되는 거죠.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박근혜 대통령 각하'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영국 왕을 언제나 '유나이티드 킹덤과 북아일랜드의 왕이며, 대 영연방의 수장이자, 신앙의 수호자이신 대영제국 국왕 폐하'라고


        하지 않쟎아요.




        민비는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고(사후 일본인들이 격하시키려고 만든 말이 전혀 아님)


        일부러 추켜줄만한 사람이 전혀 아니기도 하고,


        고종을 광무태황제(던가 뭐던가)라고 꼬박꼬박 부르지 않으니


        민비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 영국 왕이나 대영제국 국왕 폐하나 같은 말인데요. 그냥 줄임말이죠. 그리고 고종은, 임금의 묘호인 조종은 원래 중국 황제들 호칭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도 그냥 같은 실례에 불과합니다. 다만 민비에 대해서는...조선에서는 임금의 정식 아내를 왕후라고 하는데 왜 첩의 호칭인 비가 붙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당대라고 하셨는데 그게 명성황후 생전에 그렇게 불렀단 말입니까? 임금의 중전을 민비라고? 중전 민씨도 아니고? 다만 이 사람이 죽은 직후에 조선 사대부들의 기록에 민비라고 불린건 저도 봤죠. 사후에 폐위되서 후궁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나 했습니다만.;;

        •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황제나 황후라는 호칭이 위대한 임금과 그의 아내라서 추켜세우는 호칭이 아니고 그냥 '역사적 사실'이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그들 임금들의 호칭이 왕에서 황제가 된건 그냥 실제 있는 역사적 사실이잖습니까?

    • 물론 위정자의 잘못은 역사의 교훈으로 엄격히 비판하여야겠지만, 우리 선조의 역사 자체에 대해 자학할 일은 아닙니다.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지정학적 위치가 숙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은 문명 발생 이후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세계 최강이었고, 최근 그 익숙한 지위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이웃한 나라 중에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독립성을 지켜 온 나라는 우리와 베트남 정도입니다.  그 중국마저 위협하곤 했던 강력한 북방민족이 끊임 없이 우리를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민족감정의 왜곡 없이 보면 일본 역시 언제나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크고, 강력한 나라였습니다. 심지어 삼국시대 이래 우리와 일본의 국력 격차가 가장 줄어든 것은 바로 지금 현재이고, 그것도 4분의 1 이하 수준일 것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러시아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영향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아 온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역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얼른 다 실감을 못하지만 국력비교를 보니 꼭 4배 차이가 나는거 같군요.

      • 맞는 말씀이십니다. 우리 역사 전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죠. 지나간 역사는 그냥 그대로 옛날 일이라고 받아들이면 좀 맘이 편해지더군요.


        그리고 다른 나라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언급하신 중국이나 일본도 끔찍한 흑역사가 있었고 (솔직히 저한테 조선 백성 안하고 일본이나 중국 백성으로 태어날래? 라고 만약 신이 묻는 다면...제 귀에는 너 교수형 당할래, 참수형 당할래? 하고 묻는 걸로 들릴 정도....ㅠ 지배계급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백성들의 신세는 비슷하거든요;;)


        서구 유럽 역시 종교 전쟁과 종교 재판소의 이단 심판이나 마녀 사냥 같은 끔찍한 역사들이 수백년 동안 줄줄이 사탕이라서;;


         


        다만 역사에 대해서는 언제나 비판적인 입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을 자학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얘깁니다;;


        제가 서양사(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공부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하나가 바로 그들의 역사 비판 의식이었죠. 물론 좌파나 중도 우파 역사학자들에 한에서이긴 합니다만, 그 사람들 자기 나라 역사 정말 대차게 까더군요;; 험한 표현 죄송합니다만, 정말 무슨 자기네 조상 욕하는 역사적 사명이라도 띄고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ㅋ

    • 들어보고싶은 강의 시리즈네요. 소개 감사합니다. 최종병기 활 외에도 2012년작 단막극(KBS 드라마 스페셜)에서 환향녀 관련 소재를 다뤘던 적이 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한 번 도망치면 귀에 화살을 박고, 두 번 도망치면 뒤축을 자르지요..

      이 글을 읽고 떠올리니 이해도가 더 높아집니다. 최명길같은 분의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어지지 못한 조정의 분위기와 개차반 인조와 김자점일파에 대한 분노가 새삼 이는군요.

      "환향, 쥐불놀이" 라는 제목인데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IPTV 집에 있으심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 고맙습니다. 한번 찾아볼께요.

    • 중국은 언제나 세계 최강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중국과 마지막 전쟁을 벌인게...당의 고구려 멸망 이후 무려 천 수 백년전 얘기니까요. 고구려 멸망 이후 30년만에 일어난 발해 이후로는 우리는 언제나 중국과 좋은 친구로 지냈죠-.,- 대신 거란과 여진(나중에는 만주족)과 몽골의....침략이 줄을 잇는...-_-;; 중원에 한족의 중국만 있는게 아니라서요ㅋ 중국인들도 자기들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얘기 꺼내기 시작하면 끝도 없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본도 역시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죠. 삼국사기 신라 부분 읽다보면 참;; 일본이 쳐들어온 기사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래도 얘네들 하고는 임진왜란 전후로는 수 백년간 그럭저럭 사이좋게 잘 지냈죠.ㅋ


      그런데 일본과 국력 차이가 그렇게 났었나요? 근대 이후도 아니고 이전에? 저로서는 처음 듣는 얘기네요;;

      • 일단 16세기에 30만이 넘는 대군을 해외로 몇년이나 파병한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국력과 시스템이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은 지금도 그런거 못할걸요. 이런거 해낼 수 있는 나라가 몇개 없어요, 지금도


        10개도 안 될 겁니다.




        그리고 18세기에 이미 일본은,


        산업 혁명도 하지 못했던 주제에,


        유럽 열강들 틈에 끼어 세계 20위 안인가 10위 안의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한국만 일본이 명치유신 전에는 조선같이 듣보잡이었던 줄 알고 있는거죠.


        똑같이 서양세가 왔어도 누구는 털리고 누구는 그들을 가늠해 보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막기도 해 가면서 자신을 급속히 근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럴 만한 역량이 있었고 없었고의 차이인 겁니다.




        일본은 유럽 나라들하고 개국 조약 협상을 할 때 유럽어로 했어요, 중국 통역 같은거 없었습니다.


        (주로 네덜란드 어로 함)




        반면 조선은, 아마 월남도 그랬을건데, 중국에서 통역자를 초빙해다, 중국어로 중국 통역관한테 말하면


        그 중국 통역관이 유럽 관리한테 말해주고 그랬습니다.


        국사에 나오는 그 '조-미수호통상조약'도, 영어 원문엔 '수호'가 없는데 조선이 하도 거기에 집착을 하니


        중국 통역관이 슬쩍 바꾼 거라고 하죠.


        영어본 제목은 이렇습니다.


        Treaty of Peace, Amity, Commerce and Navigation[1] (Korean: 조·미수호통상조약) 


        평화, 우호, 통상과 항해 조약 이지요. 


        뭐 군사적으로 도와준다 이런 말은 없~음~!



    • 정화의 남해 원정 얘기를 하시는군요. ㅋ 사실 중국 만큼 대국으로서 명암이 큰 나라도 없을듯 합니다. 님이 말씀하신 대로 16세기까지 저렇게 동남아와 중동에 유명세를 뿌리다가 17세기부터 급락;; 심지어는 남동부 해안을 털어대는 일본의 왜구들을 토벌하는데 무려 한 세기가 걸리는--;; (척계광이 등장해서 학익진 전법으로 일거에 토벌할때까지 -.,- ) 저 개인적으로는 이순신 장군이 명이 저렇게 일본에게 쳐발리는거(험한 표현 죄송;;) 보고 거북선을 비롯한 판옥선과 수군 전비를 그렇게 열심히 마련한게 아닐까 추측을...ㅋ


      그러다 결국 말기에는 명은 만주족에게 정복당하고 말죠-.,-  그리고 300년 가까이 만주족하에 통치...한 세기만에 그 갭이 워낙 커서 말이죠.


      (사실 청은 순수한 의미의 중국이라기 보다는...;; 뭐 한족 지배계층과 만주족간에 적당한 타협으로 제국을 유지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말씀하신 일본의 에도 막부에 대해서는 저도 그들 근대화의 성공이 유신 세력들 보다는 이전의 막부 정권의 공헌이 크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일본의 경제력이 당대 유럽 국가들에도 뒤지지 않았단 말이군요? 허긴 그 얘기가 맞다면 토막파의 공격에 몰린 막부측이 프랑스에 군대 지원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되는 군요.


      당시 에도 막부는 생존을 위해 프랑스에 지원군을 요청했었고 프랑스는 이를 거절했죠. 그리고 똑같이 영국에도 통보합니다. "막부의 군사 요청을 거부했다. 역시 영국도 유신 세력의 군사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거절하라. 일본에서 내전이 이 이상 길어지면 곤란하다."


      이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자본가들은 일본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면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막부와 유신파의 내전이 길어질 경우 그 투자금에 대한 손실 우려 때문에 저렇게 제동을 건 것이죠. 그 결과 도쿠가와 막부를 멸문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영국과 프랑스가 중재를 하여 메이지 유신군 승리....ㅋ


      저 기록 보고 처음에 고개를 갸웃했던 생각이 납니다. 대체 일본의 경제력이 얼마나 되면 영국과 프랑스, 거기다 미국의 자본가들이 지들 투자자금 회수가 걱정이 되서 내전 개입도 안할까?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때  -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이나 동학농민운동 - 우리 조선은 외세군의 개입으로 엉망친창이 됐구먼ㅠ


      근데 님의 설명을 들으니 대충 이해가 됩니다. 이미 18세기에 일본의 경제력이 그 정도였군요.


      당대 조선의 실학자들이나 -특히 정약용 -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들의 글에도 에도 막부의 경제력에 강한 인상을 받으며 우리 조선도 본 받아야 한다는 글들이 언급되고 있죠. 그런데 뭐...결과는 아시는대로-.,-

    • 근대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정말 지정학적으로 축복받은 케이스죠.ㅋ 동북아의 냉온대 기후권에 속하다 보니 서양인들이 환장하는 차, 커피, 설탕, 초콜렛같은 기호 식품이나 천연 고무 같은 작물들이 전혀 생산이 되지 않거든요. (이 기호 식품들은 물론 유럽에서는 전혀 재배되지 않는...;;)


      이런 작물들이 재배되는 동남아의 국가들,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들이 서양 제국주의자들한테 어떤 꼴을 당했는지...;; 거기다 조선과 일본은 역시 석유나 황금, 다이아몬드 같은 지하자원도 거의 나지 않아서 영국이나 프랑스같은 진짜 무서운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을 피해 갈 수 있었죠.ㅋ


      이들 나라들이 조선이나 일본에서 바라는 건 그냥 안전하게 태평양을 건너 다닐 수 있는 - 물론 남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외 식민지들을 원활하게 관리하기 위한 -  항로 확보를 위한 공짜 항구를 얻는 정도?  

    • 뭔가 역사 오타쿠분들(결례인 표현이라 죄송^^) 가슴에 불을 당긴 것 같네요. 말씀들에서 배우는 점이 있어 좋습니다. 단지 교수님들에게 들은 강의 내용 중 바로 위 Bigcat님 말씀(일본은 지하자원도 거의 나지 않아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을 피해갈 수 있었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언급하고 갈께요. 마르코폴로 및 대항해시대에 일본이 황금의 나라 지팡구로 불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 가장 귀중한 화폐와 같은 자원, 즉 은의 세계 최대 생산국 중의 하나였다는 거죠. 멕시코와 함께 양대 은 생산지. 은 제련기술도 뛰어났고(그런데 그것이 한반도에서 전래된 기술이라고도 하는듯). 그리고 당시 최고선진국인 중국은 유럽의 물건 중에 변변한 것이 없어 무역할 것이 없고, 단지 은을 가져 오면 교역을 해 주는 상황이라 유럽국가들은 은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죠. 그래서 콜럼버스 이후 스페인 침략자들이 아즈텍, 잉카제국을 멸종에 가깝게 정복하는 비극이 있었고.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왜 일본은 그렇게 침략하지 못하고 나가사끼 등 개항에서 교역하며 카스테라나 전래시켰느냐? 이미 중세의 일본 자체가 잉카제국처럼 범선에 양아치 수십 수백명 데리고 가서 멸망시킬 수 있는 수준의 국력이 아니었던 거겠죠. 결코 작지 않은 큰 국토와 많은 인구, 경제력, 오랜 전란과 숭무 문화로 쌓인 강력한 군사력, 선진 무기를 발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능력 등등.  그런데 이 지점에서 가슴 아픈 것은, 만약 조선에 은 같은 귀한 자원이 있었다면, 포르투갈, 스페인이 범선 두어 척 보내서 흉악한 피사로 등 일당을 풀어도 치명적 타격을 받고 휘청거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점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반도에는 당시 멀리 유럽에서 배타고 와서 털어갈 수준의 귀한 물건이 그닥 없었던 듯해요. 중국 사신들이 탐욕스럽게 뇌물로 요구하며 탈탈 털어간 것도 주로 인삼이니까. 뭐, 물론 잉카 제국 멸망에는 정복자들이 가져 온 병균이 총보다 더 큰 역할을 했음이 '총, 균, 쇠'에 자세히 써있죠. 일본인들은 유럽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조차 강했던 것일지?^^; 

    • 일본이 멕시코와 함께 세계 최대 은 생산지중의 하나였군요...몰랐었습니다.^^;; 다만 마르코 폴로가 언급한 황금의 나라 지팡구는 일본이 아니고 동남아의 다른 나라로 추정됩니다. 왜냐면...마르코 폴로는 만리장성의 존재를 몰랐고 아예 동북쪽으로는 오지 않았던 듯 하니까요. 거기다 그가 묘사한 부분에 더 합치되는 몇 개의 나라가 동남아 부근에 있거든요. 사원 지붕에 온통 금칠을 한다던가...실제 당시 해양 항로를 봐도 동남아 쪽 라인이 더 일반적이니까....


       


      일본의 유럽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은, 아마도 가축을 길러서 그럴겁니다. 언급하신 '총, 균, 쇠'에서도 나오는 얘기 같은데 중남미 인디언 국가들이 그렇게 쉽게 유럽 병원균에 당한 이유가 이 사람들이 유럽 만큼 목축을 하지 않아 면역성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거든요. 당대 조선이나 일본에서는 물론 유럽 만큼은 아니어도 가축 사육은 하고 있었으니까 서양인들이 전염병을 들여왔어도 면역체계에 큰 문제는 없었던 듯 하네요. ㅋ


      여튼 일본은 확실히 만만한 나라는 아니지요. 그런데 밖으로는 과대 포장되는 측면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는 과소평가를 하는 특이한 나라긴 합니다.ㅋ 메이지 유신 당시 그네들 지식인들 글을 보면 온통 서양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공포로 가득하다니까요. 서양인들이 한 번 마음만 먹으면 자기네들 다 죽은 목숨이라는 둥 여기서 한 발만 삐끗하면 우리 일본은 망할 거라는 둥...심지어는 이런 불안감이 태평양 전쟁까지 이어져서 미국과의 전쟁에 패하면 모든 일본인들이 인종청소를 당할 거라는 헛소리를 해대며 국민들을 전쟁에 몰아넣다가 원폭을 무려 두 번이나 쳐맞는 사태가...--;;


      여튼 중요한 건 이 얘기가 아니고....


       


      한명기 교수님 강의를 직접 들으신다니 정말 부럽습니다.ㅠ 전 그 분이 쓴 책 <광해군>때부터 팬인데 그 숱한 역사 강좌에 한번도 가 보질 못하고 있네요;;


      (이놈의 직장 노예 신세...ㅠ) 병자호란에 관한 책도 사놓고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있고-.,-


      역덕 얘기 들으니 반갑네요. 예, 사실 제가 최근에 제 정체성에 대해 깨닫고;; 정말 혼자 흐뭇해 하고 있답니다.ㅋ 사실 전 제가 그동안 어떤 성향의 사람인줄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불혹의 나이에나 겨우 그걸 알다니ㅋ


      예, 전 역덕입니다. 20대 시절에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만 좌절해 버리고...ㅠ...왜냐면 역덕이었지 역사학자 재목이 아니었으니까요...ㅠ....지금은 그냥 저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답니다. ㅋ


      님 덕분에 간만에 좋은 얘기 많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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