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구로사와 아끼라 자서전 비슷한 것' 리뷰

놀랍게도(?!) 구로사와 아끼라 감독은 글도 잘 씁니다^^

영화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감독이 쓴 자서전은 보기 힘들죠.......아니 보통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자서전이 보기 힘들죠

구로사와 본인도 별로 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서문에 본인이 존경하는 감독중 한 명인 쟝 르노와르가 자서전을 낸 것을 보고 용기를 내 봤다고 밝힙니다.

결국 제목도 이런 절충안적인 제목으로 타협


요 근래 책을 보고 감동을 받았던 적이 거의 없어........ 책 리뷰는 쓸 생각을 안 했는데

이 책은 정말..........얼마만에 책 붙잡고 울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라쇼몽이 베니스에 상 받을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위트있으면서도 간결하게

적어가는데 그 사이사이의 행간이 뭉클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눈물을 흘린 대목은

구로사와가 데뷰작 시나리오를 들고 자기 스승에게 모니터 받으려고 찾아갔는데

촬영중인 스승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 깜빡 잠이 들었는데,

스승이 그 사이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기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 모습을 술회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비슷한 체험을 한 번이라도 하신 분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학창시절 영어선생님을 좋아해서 미친듯이 공부해 단숨에 영어점수가 올라, 선생님이 가볍게 ooo수고했어

이름만 언급해줘도 세상이 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일까요?)

 

'구로사와 아끼라'라는 사람과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대목도 많은데요

가장 인상적인 건

패망전 일본에서 각본을 쓰고 영화만 만들었다 하면 부딪히는 그놈의 일본 검열관들에 대한 노골적인

적의를 품고 있던 아끼라 패망후 미군정하에서

자기가 쓴 각본심의를 어떤 외국인이 하는데.........일본검열관들과는 달리 자신의 각본을 꼼꼼히

읽어주고 모니터해주고 즐거워해주는 걸 묘사하는 대목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 저는 이 책이라면 구로사와 감독 영화를 본 적이 없는 분께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묘하게 문장 사이사이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지나가 버렸다' 하는 담담한 슬픔이 끊임없이 흘러나와요. 겪어본 적도 없는 것들에 대한 향수가 밀려오는데 정말… 아니 내가 왜 구로사와 감독이 어린 시절에 학교 갈 때 지나던 돌담길이 이제는 없다는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있어야 하는가, 싶고 막. 심지어 박찬욱 감독의 서문마저 뭉클합니다.

    • 진상짓으로 유명한 영화 대감독들이 드물지 않다하는데, 재미삼아 구로자와 감독의 진상짓도 함 인용해 봅니다. (출처: 위대한 영화 감독들의 기상천외한 인생이야기 - 저자: 로버트 쉬네이큰버그) 다른 여러 대가들의 가학적 혹은 자학적 비행들에 비해서는 좀 귀여워(?) 보이기조차 합니다만 ㅎ ㅎ


       


      "1968년 제정신이 아닌 구로자와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려 보냈다. 20세기 폭스에서 구로자와를 고용해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토라, 토라, 토라'의 일본 촬영분을 연출하게 했다. -----그는 순이익의 10퍼센트를 받기로 영화사와 합의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세트장에 나타난 순간부터 이 변덕스러운 감독은 전체 제작을 방해하길 작심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일부 행동은 실성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촬영이 길어지자 전체 제작 일정이 한참 지연되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구로자와의 폭군 같은 연출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몹시 화가 난 구로자와가 딱따기(촬영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흑판)를 치는 스태프의 머리를 말은 종이로 때렸다. 조감독이 말리려고 하자 이번에는 조감독을 주먹으로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는 조감독에게 전체 스태프들의 머리를 때리도록 명령했다. 조감독이 거절하자 구로자와는 그 자리에서 조감독을 해고했다. 영화사에서는 다음날 촬영을 취소하며 "구로자와 씨가 안정을 되찾고 스태프들이 화를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살해협박에 대한 공포로 구로자와의 강박증은 날로 심해져갔다. 그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호위해줄 보디가드를 보내줄 것과 세트장에서 항상 착용할 수 있도록 헬멧을 준비해줄 것 그리고 리무진에 방탄유리를 설치해줄 것을 영화사에 요구했다. 그는 차를 탈 때마다 자신을 스토킹하는 저격수가 있다고 생각하여 시트 아래에 구부리고 있곤 했다. 상황이 점차 심해지자 20세기 폭스사에서는 정신과 전문의를 세트장에 보내 구로자와의 정신상태가 정상인지 확인하도록 했다. 의사가 수십 알의 진정제를 처방해주었지만 구로자와의 파괴적인 행동을 막지 못했다. 구로자와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 새벽 2시에 교토의 자기 호텔방으로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스탠리 골드스미스를 불러들여 말을 잘 듣지 않는 스태프 전원을 해고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영화사에서는 바로 그 다음날 구로자와를 해고했다. 그리고 구로자와가 누적된 피로로 인해 하차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언론에 배포했다. 괴팍하지 않은 다른 일본 감독 두명, 토시오 마수다와 간지 후카사쿠가 구로자와 감독직을 승계했다. 구로자와가 감독한 23일 간의 촬영분 중 단 8분 가량의 필름만 이용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그의 할리우드 진출은 막을 내렸다."

    • 본문도 리플도 정말 읽어지고 싶게 만드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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