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신께 경배 -왜인지 세월호 첫 재판 날에 떠오르는 기억

강도, 살인, 강간... 이런 강력범죄를 재판하는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일하던 해, 인간에 대한 회의에 지친 채 휴가를 내어 인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듯 가이드 없이 직접 온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이지요. 억울함, 갈등, 분노, 거짓이 난무하는 법정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판사에게

여행은 좋은 치유제입니다.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잠시 엿보다 보면 자칫 빠지기 쉬운 인간에 대한 비관과 냉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거든요.

 

인도에 대한 기대는 뭔가 영적이고 세속을 초월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막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치열하다고 소문난 우리나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치열한 생존경쟁과 세속적 욕망, 오감을 마비시키는 강렬한 감각의 공세더군요.

사이드미러도 없이 귀를 찢는 경적소리만으로 서로를 인식하며 미친 듯이 끼어들며 달려드는 온갖 교통수단들(아예 차량 뒤에 ‘blow horn'이라고 써 있음),

길 한 가운데에는 소들이 야채 장수 좌판을 기웃거리고, 길 옆 담장에는 원숭이들이 아이 손에 든 빵을 노리고,

동네 큰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산더미같이 쌓인 쓰레기더미에는 시꺼먼 돼지떼가 먹이를 찾아 뒤지고,

찻길에는 소, 말, 염소, 낙타에 이어 코끼리까지 짐을 지고 지나가더군요.

 

달려드는 오토릭샤(오토바이 개조 삼륜차), 사이클 릭샤(자전거 개조 삼륜차)를 피해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철퍼덕 소똥, 모락모락 개똥, 종알종알 염소똥, 급기야 사람 똥까지 버젓이 널려 있고,

그 모든 냄새와 지린내를 맡다 보면 ’향수‘에서 쥐스킨트가 묘사한 중세 시대의 파리가 떠오르더이다.

 

배는 밸리 댄서들 마냥 내놓고 다니면서도 다리는 노출되면 큰 일인지 치렁치렁 치마로 가리고 다니는 인도 여인네들,

그 자기 여인네들에 대하여는 보수적인 성 윤리를 강조하면서 외국 관광객 여성들은 모두 프리허그 팻말로 생각하는지

정말 필사적으로 몸 어디 한 군데라도 밀착시켜 보려고 달려드는 인도 콧수염 아자씨들.

심지어 정말 말도 안되게 대로상에서 마주오는 외국여성 가슴을 쓱 만지고 도망가는 초찌질한 짓도 불사하더군요.

 

게다가 외국 관광객 한 명이 그들에게는 처절한 생존의 양식인지라, 그야말로 다가오고 말 붙이는 모든 이들이

그 크고 송아지 같은 선한 눈망울로 마이 프렌드!를 외치며 되도 않는 사기를 치고, 바가지를 씌우고, 거짓말을 합니다.

인도인의 전설적인 구라 실력은 고대 인도의 대 서사시 ‘마하바라타’로부터 유래한다고 하니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앙코르와트에 가보면 태초의 천지창조 신화격인 신들과 아수라가 거대한 뱀을 잡고 줄다리기하는 거대한 조각을 볼 수 있고,

방콕 공항에서도 이 조형물을 본 적 있는데 이게 다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힌두교의 신화라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바가지를 씌우려 애쓰지만

평소 판사 직업병으로 ‘상대가 먼저 권하는 것은 대체로 상대에게 이익되는 것이고,

상대가 숨기려고 애쓰는 것이 비로소 내게 이익되는 것이다’는 지론을 가진 제가 도리도리 다 거절해도

씩 웃으면서 그래도 우린 친구라고 악수를 청하곤 하니 이상하게 밉지가 않더라고요.

 

나중에 인도국립박물관에 가보니 힌두교의 신들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신들마냥 세속적인 욕망을 가진 존재인 것 같더군요.

여신이 목욕하는 모습을 엿보는 주신의 모습 등 관능적이고 인간적인 신화 속 그림들을 보다보면

그 능글능글하던 인도 아자씨들의 모습이 불현 듯 떠오르기도 해요.

힌두교 사원에 가보니 아니 웬 보리수 밑에서 수도하는 부처님 그림이 곳곳에 있어서 의아했는데,

물어보니 부처님이 아니고 크리슈나 신이래요. 크샤트리아 집안에서 출가한 싯다르타가 세운 불교는

결국 힌두교 전통을 기반으로 한 개혁 종파였구나 실감되더군요. 마치 유대교와 기독교 관계처럼.

원래 힌두교에서는 출가 및 수행을 권장했다니 세속과 인간적 욕망의 도가니 속에 살면서

동시에 초월적인 것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 인도인들의 본성인가 싶기도 해요.

 

성스러운 강가,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야말로 오히려 이 모든 세속적 카오스의 절정인데,

새벽녘에 나가보면 비로소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에 향로를 피워놓고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게 강물에 몸을 씻는 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이 사람들이 낮동안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살던 사람들인가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강변을 따라 걷다가, 돈이 없어 비단 수의를 입고 화장되는 부자 화장터에 못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화장터인 하리시 찬드라 가트에 이르니, 유족도 없는 빈 터에 시신이 외로이 활활 장작더미 위에서 불타고 있더군요.

앞에는 염소가 종이 쓰레기를 오물거리고, 옆에는 사람들이 강물에 몸을 씻고 양치를 하고.

무슨 캠프파이어 마냥 타오르는 장작 바로 옆에 서서 쳐다보니

삶의 무게와 가난에 짓눌렸던 흔적인 거친 맨발과 다리는 이미 타서 하얀 뼈가 드러나고 몸통도 타고 있는데,

평화롭게 미소 띤 중년 남성의 얼굴만은 아직 타지 않은 채 마치 불꽃 목걸이를 두른 듯하더군요.

이국의 강가에서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뱃사공이 어느새 다가와 자기 배를 타고 갠지스강의 가트들을 올라가며 보지 않겠느냐고 말을 걸더군요.

‘상대가 먼저 권하는 것은...’ 지론은 잠시 잊고 냉큼 달려오는 7살 꼬마아이가 파는 꽃으로 장식한 촛불 ‘디아’도 사들고 배를 탑니다.

강물에 디아를 띄워보내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뱃사공과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눕니다.

바라나시에서 뉴델리 가는 기차 시각표도 좔좔 외우고 캘커타가 좋고 런던에는 뭐가 멋지고 청산유수인데,

거기 다 가봤냐는 질문에는 평생 바라나시에만 있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는 그.

몇 대째 뱃사공 집안이라는 그와 얘기하다보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우리가 아는 4대 카스트 외에도 수백 수천의 카스트가 있는데, 특정 직업마다 카스트가 있더라.

한국 사업가가 인도에 회사를 차렸는데, 어느날 직원들이 놀고 있어서 화를 냈더니

문서 복사하는 카스트 직원이 결근해서 복사를 할 수가 없어 일이 중단되었다나?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은 모르지만 카스트 제도가 신분 차별의 악습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엄청난 인구의 가난한 이들이 노동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방벽 노릇을 하는 면도 있지 않았을까 싶더이다.

 

모르는 게 없는 뱃사공 양반에게 부자 화장터(마니까르니까 가트)에서 여자와 아이도 화장해 주느냐고 물어봤더니,

여자는 화장해 주는데, 아이는 화장하지 않고 그냥 강물에 띄워 보낸다더군요.

살짝 분개하여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아이와 성직자(바바)는 신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생전 모습대로 부활할 수 있도록 화장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가트마다 조잡한 물건을 팔러 달려들던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짜리 큰 눈망울의 아이들이 생각나더군요.

너무나 능숙하게 바가지 가격을 부르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다가도,

스마트폰을 빌려주니 금세 사진찍기 놀이에 빠져서 영업은 잊어버리고 까르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신에 가까운 천진난만함이구나 싶기도 했지요.

 

귀국해보니, 다른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살인 사건이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왜 국가가 저런 살 가치도 없는 자의 생명을 즉각 앗아가지 않느냐는 이글거리는 증오에 찬 목소리로 온 나라가 뒤덮였습니다.

그 분노에도 뼈저리게 공감하지만, 그 반대편에도 결코 쉽지 않은 무거운 질문들이 있기에 무엇이 옳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해야하는 것이 법관의 숙명이지요.

그래서 다시 분노가 가득한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모든 이들 안에 있는 신에게 평화를 기원합니다. 나마스떼.

    • 인도 이야기 재밌게 잘 봤어요.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인데 언제 가질려나 모르겠네요.


      판사님 이야기를 들으니 법관이 어려운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어렵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나요..

      • ....가영님 저 그냥 dmajor7으로 불러주세요. 어색해요ㅠ

    • 소설가 백민석의 복귀작 '혀끝의 남자'와도 많은 그림이 겹쳐져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신에 가까운 아이들...

      • 오, 그 작품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신에 가까운 아이들... 자꾸 그 생각이 나요. 다들 그 반짝반짝 젊음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딘가 있을 것 같아요.

    • 인도가 좋은 것이 별 노력하지 않아도 stay present, 즉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라고 말하면 뭔가 있어보이지만 "유 톨드미 베리 굿 프라이스, 와이 투 익스펜시브?!"를 외치며 사기꾼같은 가게 주인과 싸우다가 극적인 타협을 하고 그래도 속는 느낌이었다가 "씨스타, 웨어르 고잉?"이라고 물으며 자전건지 툭툭인지 기억도 가물한 탈 것을 offer하는 주인에게 훈훈한 감정을 느끼며 하루를 훈훈히 마무리하려고 했더니 또 뭔일이 일어나질 않나... 지금 잠깐 사이에 인도에서 화내고 웃고 싸우고 재밌고도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생각납니다. 글 재밌게 읽었어요. 탄두리 치킨과 갈릭난이 생각나는 아침이네요. ㅋㅋㅋ 일상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ㅋㅋ정통 인도 서바이벌 영어 다이얼로그 추억돋습니다.

    • 나마스떼라는 말 좋아해요.


      카스트로 얼룩진 나라에서 이렇게 평등한 단어가..




      당신안의 신을 존중합니다.

      •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인사말이죠

    • 인도, 인도...


      인도인들이 성적 욕망을 잘 통제하기만 했더라면,


      아니 성적 욕망을 마음껏 누리더라도 제발


      산아 제한만 제대로 했더라면,


      그래서 인도 인구가 만약 지금 3억 이하라면,


      그렇기만 하다면,


      인도는 지금 외국 사람들한테 단골로 웃음거리가 되고 씹히는


      그런 나라가 전혀 아니었을 텐데...




      이곳에 오고서 여러 인도 친구들이 생겼는데,


      그들은 그렇게 수준낮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거짓말장이들도 아니고,


      뭐랄까 훌륭한 현대인들이더군요.


      좀 더 지나 알게 된 것이, 호주에 와있는 인도인들은 대부분이 상류 계급


      출신들이라는 것.




      결국 굶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은 대부분 하게 되는 거더군요.




      마가렛 생어가 아마 그랬던가요,


      피임과 산아 제한은 여성의 품위를 엄청나게 향상시킨다고.


      (이 분이 감옥에 8번이나 투옥되었다네요, 끄아~)



      • 박학 하시군요. ㅋ

    • 소시적 인도 가고싶다고 깔짝대던 때가 있었는데 많은 명상가들한테 영혼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인도가 오늘날 레이프 사회로 불리는게 참 애잖하네요.



      수많은 신들의 원천고향인 인도는 기이하긴 기이해요.



      성을 묘사한 수많은 종교문화적 흔적들은 단순히 성을 암시하는게 아니라 종교적 단계로 보는게 옳을듯,,



      남녀교접의 환상을 뛰어넘어 신한테 고고!! 종교적 최고극치를 표현할길이없어 그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만..



      마하라비타중에 바가바드기타는 아르쥬나와 크리슈나의 걸출한 문장들이 많죠,



      거기서 아르쥬나와 크리슈나의 주옥같은 대화어록을 읽다가 성경을 보면 ..



      예수도 인도에서 종교공부했다는 일설이 이해가 갑니다.



      저같은 경우는 바가바드를 읽고 눈물이 나서 죽을뻔 했어요,



      인도의 화장터는 가시는 분마다 그냥지나치는 경우가 없나봐요.,



      죽음이 극명하게 드러나느 갠지스강가에서의 화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도에서 소비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들.  



       

      • 인도 영화 보니 크리슈나 신은 거의 롹스타 급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더군요. 그리스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 등등에 이어 마하바라타는 헐리웃에 무궁무진한 소재와 캐릭터를 제공할 보물창고 같아요. 이미 아바타, 2012 등등...

    • 저는 어린 시절, 일본 만화 성전(RG Veda, by Clamp)를 보면서 인도 신화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데,


      그 오타쿠적 지식이 인도 친구들을 만났을 때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를 얻더군요.




      제가 알고 있던 인도 신들의 이름, 그들이 무엇의 형상인가, 가네슈 면 코끼리, 가루다 면 독수리,


      뭐 그런 것들에 엄청난 호의를 보이더라고요.


      외국인들은 힌두 교를 전혀 모르고 존중도 하지 않고 겉으로 표현은 안해도 이슬람이나 기독교에


      비해 열등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있는데(그들도 알고 있더라고요, 외국인들이 그렇다는 걸!)


      너는 안 그렇구나 하면서.




      저도 한때는 절대적 유일신을 믿었다가, 그딴 게 있을리가 없겠군, 신이 있다면 차라리


      그리스나 인도처럼 다신교의 신들이겠지 해서 생각이 바뀐 거거든요.

      • 힌두교 잘 모르지만 인간적인 면이 느껴져서 매력적이더라고요. 종교보다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

    • 근데 전 pc에서 쓰는데 다들 스맛폰으로 쓰시나봐요 폰으로 보니 본문 행당 글자수가 넘쳐 지저분해지네요 죄송 pc에서 써도 폰화면에 맞게 쓰는 요령이 있나요
      • 문장을 네 다섯개 모아 문단을 짓는 법 외에는 두 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는 힘들 겁니다. 모바일은 가로 줄맞춤이라는 천차만별의 크기에 맞춰 글을 배열하기 때문에, 표준을 찾기 힘들죠. 글 쓰시는 걸 보니 마침표 이전에도 줄바꿈을 하시면서 글의 리듬을 타시는 분이라 느꼈는데, 그 느낌을 모바일에서도 함께 느끼려면 새로운 문장부호 없이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있다 하더라도 여백 느낌을 양 쪽 다 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구요. (모바일이 데스크탑의 절반이라면 2단 쓰기를 한다던가 하면 되겠지만...) 지저분을 감수하고 리듬을 살린다면 그대로 가시고, 아니면 문단을 활용하셔요. 개인적으로는 자동 줄맞춤하지 않고 수동 줄맞춤하시는 분들이 그 타이밍을 잘 잡는 글을 아끼긴 합니다.




        (산문을 시처럼 쓰기는 웹의 등장 이후 널리 퍼지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갈무리한 PC통신의 글들은 한 줄 단위로 전부 줄바꿈되버려서 수동 줄바꿈이 내제되었나 싶기도 하고...)

        • 상세한 조언 고맙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글쓰기라는 것이 많은 것을 바꿔놓는 듯해요. 형식 뿐 아니라 내용까지. '더 보기' 누르는 것조차 싫어들 하시는 분들이 많을테니 스마트폰 한 화면 범위 내에서 하고픈 단일한 얘기를 짧고 쉽게 풀어내는 것이 트렌드인 듯. 그런데 이 글처럼 이 얘기하다 저 얘기하다 온갖 수다를 신나서 늘어놓고 싶은 저 같은 구닥다리(?)들은 아쉽기도 해요. 전에 인도 여행 후 적어 놓은 이 글 최초본에는 인도 영화 얘기도 뜬금 없이 한참 나오는데^^; 그건 줄였어요.

          • 모바일 독자의 비중이 커지는 와중에서, 게시판 글형식은 애매하죠. 전 그래도 게시판에서 장문의 글을 쓰시는 분들이 계속 쓰셨으면 해요. 짧은 글을 위한 플랫폼은 게시판 외에 많이 생겼지만, 다수 노출 대비 긴 글 쓰기는 아직도 게시판의 몫이라 생각하거든요. 뒤집어 말해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곳이 게시판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죠. 어쨌거나 살면서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끼치는 경험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하게 될 지 궁금하군요.

    • 잘 읽었습니다. '만악의 근원' 쯤으로 알고 있던 카스트 제도의 다른 면을 집어 주신 부분이 인상깊습니다. '신자유주의는 21세기 미국이 아닌, 천년전 중국 송 왕조로부터 시작한 시스템이며 만인지상인 황제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한 사회 구축이 목표,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출세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쟁에서 밀려난 자에겐 혹독할 수밖에 없음' 라는 내용이 담긴 책이 떠오릅니다. 일본 사학자가 쓴 책이라 이런 중국 시스템의 반대항으로 에도 시대 일본을 들었습니다만, 쓰신 글을 보니 오히려 인도 사회야 말로 중국과 반대점에 서 있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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