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바낭] 난생 처음 보는 앵무랑 뽀뽀하고 물리고 반한 얘기(사진 있어요)

어젠 대체휴무를 쓰고 얼마 전 개장한 더파크에 갔습니다. 동물원 자체는 듣던 대로 작은 규모였어요.

기린을 3번 보고 호랑이 그루밍 하는 사진만 10장쯤 찍어가면서 천천히 보고,

또 모르는 앵무새한테 잡혀서 시간을 20분쯤 보냈는데도 2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참고로 저 서울 대공원 가면 진짜 한여름에도 8시간동안 돌아다니는 인간입니다) 

 

20분쯤 저를 붙잡아둔 문제의 앵무새는 썬코뉴어라는 종류였는데, 실내에 작은 앵무류를 풀어둔 조류관에서 만났습니다.

둥근 건물의 가장자리에 화단과 새장이 조성돼 있고 그 앞으로 10cm 가량 너비의 천으로 된 가이드라인이 있었어요.

제가 그 안을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한마리가 제 근처 가이드라인에 앉았다가 무게 때문에 천이 막 뒤집히니까

부리로 물었다가 발로 움켜쥐었다가 꼬리에 힘을 주고 몸을 떠받쳤다가 난리를 치길래 제가 그 천을 잡아줬습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슬금슬금 옆으로 걸어서 제 쪽으로 오는 겁니다.

요 놈 봐라? 싶어서 손가락을 내밀었더니 꼭꼭 깨물길래(쪼는 건 아니었어요) 발밑에 손가락을 대니까 냉큼 올라오더군요. 

 

nh6C3Bf.jpg

손에 올라와서는 점점 제 팔을 타고 높이 기어오르더니 제 가방끈도 갉아 보고 옷에 단추랑 카라도 갉아 보고

급기야는 제 뺨도 부리로 다듬어(?) 주고, 입술에 뽀뽀도 해주고, 속눈썹 그루밍까지 해주는 서비스 정신이 넘치는 녀석이었어요.

그래서 으으 얘를 버리고 갈 수 없어! 이러면서 나무 상자(?)에 앉아 들고있던 디카를 놓고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서 난생 처음 만난 썬코뉴어와 셀카를 찍고 놀았습니다.

사진에 저 쳐다보는 거 너무 귀엽지 않나요. 새 특유의 갸웃갸웃이 이렇게 매력적인 줄 몰랐습니다.

 

앵무새 부리가 강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물려도 그냥 사람이 손톱으로 꾹 누르는 정도의 통증이었고 애가 하는 짓이 공격적이지도 않고,

저희 집 둘째 고양이 녀석도 지그시 힘주면서 무는 버릇이 있어놔서 전 물면 무는대로 그냥 뒀다가 결국 피를 봤습니다.

이 자식 좀 심하게 세게 무는데? 싶어서 보니까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요.

출혈이 심한 건 아니어서 그냥 휴지로 닦고 뒀는데 동물원에서 나가는 길에 의무실이 있길래

소독하고 밴드 붙이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연락처도 남기고 왔습니다. 지금까진 별 탈 없고요.

 

니 때문에 피 났다고 타박을 해도 갈 생각을 안 하길래 난 시민 공원도 가야되고 3시에 에너미도 봐야된단 말이다!

이러고 떨치고 나오긴 했으나 쟤 집까지 데려가고 싶다-라는 대책없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피까지 봐놓고 이런 말을 하다니 제가 생각해도 웃기지만 썬코뉴어한테 반했다고 할까요.

새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보다 훨씬 소박한 수준의 즐거움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찾아보니까 썬코뉴어는 수명도 개/고양이보다 더 긴 데다 일명 개새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는 종류더군요.

단지 울음소리가 워낙 커서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분란의 소지가 되기도 하는 모양이던데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키워보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개랑 고양이랑 같이 사니까 새까지 키울 형편은 안되지만 어제부로 버킷리스트에 썬코뉴어를 추가했습니다.

      • 오오 무슨 앵무 얘길 하셨나요.

    • 앵무도 이쁘지만 사람도 이쁘...시...

      • 가, 감사합니다.


        썬코뉴어 검색하시면 예쁜 사진 정말 많아요.

    • 애기 사진 있어요 그러는줄 알았어요.


      와우 젊은 청춘


      겁이 없으시군요 난 새 조금 무서워요 닭도 좀 무섭습니다.


      동물원에서 가장 놀란 기록은 숫사자 머리가 우리집 방문만큼 큰거.

      • 댓글 읽고 다시 보니 그렇게도 읽히겠네요.


        야생동물이라면 당연히 조심하겠지만 본래 가축(?)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요.


        숫사자 머리만한 문이라니 호비튼의 집들처럼 둥근문을 떠올렸어요.

    • 조류관에서는 새가 가까이 와서 몸에 앉아있을 수도 있군요. 저는 무서워서 새는 멀리서 밖에 못 보는데요.


       


       

      • 풀어놓는 조류관도 있고 그냥 다 새장에 있는 조류관도 있어요. 서울대공원엔 야외에 그물 지붕을 덮어서 두루미가 미꾸라지 먹는 것까지 들어가서 볼 수 있는 큰물새관도 있고요. 제가 간 곳은 대형 앵무는 새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 새인데 개만큼 오래 살다니.. 대단해요


      침엽수님 옷이며 눈매가 담백하니 참으로 매력적이세요. 평소에 화장도 안 하고 잘 안 꾸미신다더니 역시. 기본이 되니까-!

      • 손바닥만한 녀석인데 25~30년이라니 정말 굉장하죠. 마코 앵무였나, 여튼 대형 앵무류 중에는 진짜 사람만큼(70~80년씩) 사는 종류도 있는 걸로 알아요.


        저 옷 듀게 벼룩으로 이년쯤 전에 샀던 옷이에요. 누구한테 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잘 입고 있습니다!

    • 엇... 모르는 앵무새 주제에 저렇게 막 들이대다니


      조류는 다 저렇게 겁이 없나요? 가 아니고 사람을 많이 타서 그런건가...

      • 20분쯤 있는 동안 한 10명 가까이 다녀갔는데 다른 사람한테 간 앵무도 없었고, 저한테 온 다른 앵무도 없었어요. 얘가 좀 유별나게 친한 척하는(?) 녀석인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요. 

      • 동물이라면 화으은자아앙하는 퀴니님을 위해 집에 가면 다른 사진도 정리해서 올릴게요. 폰엔 얘랑 셀카 찍은 사진밖에 없지만 디카로는 기린 아이라인까지 찍어왔거든요.

    • 새 색감도 쨍하고 입으신 옷도 컬러풀, 심지어 다친 손에 붙인 밴드조차 색이 예뻐요! 저는 웹툰 우리집새새끼 보고 새를 키우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는데 피가 난 걸 보니 알고 있었으면서도 역시 겁나요. 그래도 사진으로도 귀엽음이 느껴져요.
      • 동물원에서 붙여준 밴드예요. 애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까 밴드도 뽀로로.(맞죠?) 물리는 건 좀 그렇지만 밝은 면을 보자면 낯선 사람한테도 이렇게 잘 해주는데 내가 주인이면 더 잘해주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 새가 어깨에 앉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핡 ^^;
      • d0252088_1416943.jpg
        원숭이도 있네요 (....)

        • 으악 빵 터졌습니다. 꿩은 어깨에 얹으면 좀 묵직할 거 같군요.

      • 워낙 가벼워서 별 느낌은 없었어요. 옷에 똥 쌀까봐 약간 불안했고 제가 머리를 묶고 있어서 고개 돌리다가 머리채로 후려치게 될까봐 걱정됐어요.

    • 예... 예쁘다!!! (주어없음ㅋ)


      주어없음은 농담이고요, 하트표 너머로 훈녀의 기운이 마구 뿜어져나옵니다ㅋ 좋아하는 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 더 뿌듯하시겠어요
      • 하트의 착시효과입니다. 원래 셀카 거의 안 찍는데 어젠 진짜 신나서 찍었어요.

      • 생략된 한글자가 있는 것 같은 애칭(?)이죠.

    • 일명 개새 ㅋㅋㅋㅋㅋ 속눈썹 그루밍은 상상하니 좀 무서운데요! 저 뒷쪽에 서로 기대고 있는 새들 뒷태도 다 실제 새인 거죠? 귀엽네요!


      • 눈꼽이 붙어있나?+설마 갑자기 쪼기야 할까 이러면서 가만 냅뒀는데 제가 생각해도 동물 관련해선 좀 안전 불감증인 것 같아요.

        뒤에 있는 애들도 다 풀려있는 새 맞아요. 사랑앵무(흔히들 말하는 잉꼬요)가 제일 많았습니다.
    • 앵무새한테 옮는 무슨 병 있지 않나요

      • 저도 잘은 모르지만 아예 없진 않겠죠. 근데 의무실에서도 예방접종 다 돼 있으니까 별일은 없을 거라더군요.
    • 동물에게 먹히는 침엽수님!

      동물을 빙자한 커밍아웃!

      느낌 좋아요 ~~~~!
      • 다행히 살점 뜯기진 않았어요. 근데 이거 커밍아웃인가요.
        • 얼굴을 노출하셨길래(물론 하트뿅뽕하셨지만.. 그 미모를 숨길수가 없어!!) 그리 표현했는데..적절하지 않은건가요??

          • 으앗 아니에요. 가볍게 커밍아웃인가요ㅋㅋ 이런 느낌으로 적은 댓글이었습니다.

    • 사람한테로밖에 눈이 안 가요. 눈이 예쁘고 눈빛도 좋고 눈썹도 짙고 콧대도 심상치 않고 턱선도 귀엽고...
      • 뭔가 평소에도 얼굴을 하트로 가리고 다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댓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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