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 후보 몇장면

아직 팔팔합니다만, 가끔 죽기 직전 '내 인생의 주마등'을 꼽으라면 주요 후보로 꼽힐만한 몇 장면을 추리곤 합니다.

사실 이거 추리는 작업이 꽤 재미있어서 남편이나 남동생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하거든요...흐흐

오늘은 듀게 분들과.


1. 엄마가 우산 갖고 온 날

어렸을 적 엄마아부지는 두분 다 일을 하셨기에 하교길에 갑자기 비가 오면 전 비 맞고 학원엘 갔습니다.

국민학교 입구에서 엄마들이 우산 갖고 기다리고 있는거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그런데 어느날! 짠! 기대도 안 했는데 엄마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다른 엄마들과 함께 서 계신 겁니다!

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너무나 기쁘기도 해서 막 엄마한테 달려가 "뭔 일이여 엄마~(전라도 소녀)" 하고 물었더랬죠.

지금까지도 그때 그 어리둥절하면서 기쁜 기분이 고스란히 떠오르는걸 보면 어린 시절에 가장 기쁜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아이 낳은 날

여차저차 상황이 안 좋아 제왕절개를 했는데, 수술실 들어갈때 엄청 떨리고 무서워서 진짜 애 낳는거고 뭐고 머리속이 새하얘졌어요.

그런데 막상 수술대 위에 누우니 진정제를 어찌나 많이 투여하는지 금새 무덤덤해지더군요.

심지어 담당의가 배를 짼다고 하는데도 안 떨리고(하반신만 마취), "어? 애가 너무 크네. 더 째야겠는데"이런 말이 들려와도 무덤덤...

이 수술이 내 수술인가... 심지어 의학드라마 수술씬보다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짠! 애기를 꺼내서! 태어난 시각 공표하는데! 눈물이 와락 나더군요. 애기 보여주세요... 막 그러면서 울었어요.

모성은 진정제도 이긴다!


3. 술 처음 마신 날

대학교 OT날이었는데요. 저라는 인간이 개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았더랬죠. 어휴...

여러분 첫 술은 어려운 자리에서 어려운 어르신과 함께 적당량을 마시도록 합시다.


    • 1. 어린이가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모습은 항상 빙구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더군요 ㅎㅎ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9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8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