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회사를 그만두려 합니다.

팀장님에게 미리 말을 해두었구요. 팀장님에게 `거절할 수 없는` 사유를 말했고 팀장님은 알았노라 하셨구요.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서 또 다시 무엇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많이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몸도 상하고, 스트레스도 흰머리와 비례하면서 이러다 백기완 선생과 같이 노래를 부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 직장은 저에게 많은 것을 줬습니다. 

피로, 스트레스, 회식이나 인맥 넓히기라는 미명 하에 원전폭발하는 간폭발. 이것만 말하면 안되겠죠. 좋은 사람들, 잠깐씩 스쳐갔지만서도 먼저 인사를 해주고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사람들. 별거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하면서 많은 것을 줬습니다. 돈 빼구요.ㅎㅎ 힘들다 징징대고, 투덜대고 뭐라해도 감싸준 소중한 사람의 소중함을 글씨가 아닌 마음으로 알게 됐구요.


여기까지 쓰니까 참 고마워서 뭔가 회사한테 빡치게 되네요.ㅎ

갑자기 회사식당의 거지같은 갈은 고기의 돈까스가 생각나면서 열이 받긴 하지만서도..ㅋ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제 성격에는 참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작을 해야하는 입장이고, 말로만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에 정말 신중히 생각을 해야하는 입장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말에는 저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시스템이 개선된다 하더라도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떨리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뜻대로 흐르지 않는 삶이 되고,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노력을 백프로 안해서 더 회의적이 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그래서 지금 더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구요.


사람마다 묻고 싶습니다.

요즘 즐겁습니까?좀 더 남은 시간은 두렵지 않습니까? 전 참 두렵습니다. 회사에서 어떡하면 시간이 빨리 갈까 생각했는데 열심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는거 밖에 없더라구요. 그런 것과 같은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네요. 


-누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어!-

이건 제 친구의 이야기

-너 하고 싶은거 하고 살어.니 애인이랑 상담해-

이건 이젠 제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우리 엄마의 이야기


여기까지 쓰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왜 이따위 글을 쓴거지. 하면서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맞는지 두렵습니다. 회사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내일은 뭐 상준다고 일찍 나오랍니다. 하지만 저는 힘들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사치스러운 것 같은 죄책감도 듭니다.지금의 좋은 동료들은 또 한때의 사람들이 될 거라고도 생각이 됩니다. 참 아쉽습니다.


`꿈`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참았던 인생이 있었으니 이젠 덜 참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 욕구에 대해서만이라도요.

그래서 하고 싶어서 그만 두려 하는데 무섭고, 남은 시간들이 막 한꺼번에 저한테 몰아칠까봐 미리 말하고 싶었습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옛친구한테 맥주 몇 캔 마시면서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옛 친구들은 참 바쁩니다 저의 고민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징징거리기 싫습니다. 우리 엄마는 반찬 한번 안 보내주는 귀찮음의 미학을 변희재 소송보다 더 자주 보여주는 분입니다. 그냥 여기 뇌까리고 싶었습니다. 쓰니까, 제가 봐도.


-그럼 해


이 말이 나오네요.

넋두리가 이런 것 같습니다.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그만두기 까지. 시원섭섭이라는 말 참, 와닿네요.


라고 하지만, 전 내일도 출근해야 하고 아오 진짜 빡치네 갑자기 -_-


밥한끼의 한시간이 소중해짐과 주변의 오랜만의 연락옴이 소중함을 느낀 직장 생활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중에 공부할 생각이 들면 노무사 같은 멋진 사람이 되서 지금의 회사 한번 노동법으로 고발하고 싶네요 ^^

안녕히 주무세요. 옆에 광고로 불가사리가 두개 보이네요. 바싹 마른 몸으로 햇빛 아래 몸을 피는 모습처럼 끝까지 버텨보고, 앞으로도 버텨볼려고 합니다. 나중에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익숙해질 때에 여러분들께 저의 가게로 오세요. 바가지 씌워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교황 대신 축복 드리겠습니다.





    • 간만에 제대로인 의식의 흐름 기법 잘 감상했습니다. ㅎㅎ 제가 십 년 전에 하던 거랑 비슷한 생각 하시는 거 같아 반가워서 댓글 답니다. 저도 손에 쥔 떡과 가시밭길 너머에 있는 더 맛나보이는 떡을 놓고 막 재다가 '그럼 해보지 뭐' 하고선 고생문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만......ㅠㅠ


      뭐 그래도 지난 십 년 뒤돌아보면 참으로 미친X 널뛰듯 산 것 같지만 그래도 그때 제가 추구하던 어떤 태도만큼은 확고해진 거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 10년 동안 외적으로 이뤄 놓은 건 별로 없어도 좀 더 단단해진 맘 한 구석과 조금은 풀어진 표정과 꽤 많이 남는 시간과 이렇게 옆에서 가르랑거리는 괭이 한 마리가 있으니 아쉬울 것도 없네요. 새롭게 출발하는 길에 포스가 함께 하기를.

    • 어쩐지 무얼 하셔도 잘 하실 것 같은데요? 바가지 씌우면 안갑니다.

    • 회사얘기가 많이 올라오는 요즘이네요! 성냥님, 결단 내리 시는데 고민 많이 하셨음이 느껴지네요~

      부디 앞으로 가시는 길에도 좌절보다 기쁨이 가득하시길! 화이팅!
    • 저도 지난 3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저둔 참이라 님의 글이 와닿네요...서른 살 좋은 나이네요!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전 이제 마흔이 되었는데 그래도...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하면서 언제나 맘 속에 생각만 해두었던 새로운 길을 가려고ㅋ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중입니다.


       


      저도 정말 제가 다니던 회사 노동법으로 고발하고 싶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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