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을 연기하다'에 호의적인 분들이 많으시네요.
듀게가 원래 쿨하다못해 PC한 곳임은 알고 있고, 그 부분이 좋아서 들락거리고 있지만
가끔은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맨 처음 '예쁨을 연기하다'는 글을 쓰신 분이 거부감을 가졌던 건
그 사람이 '진짜 예쁜' 게 아니라 '연기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 아닌가요?
여기서 진짜 예쁘다는 건 외모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심성이나 천성까지 포함하는 거구요.
저 역시 주위에 '예쁨을 연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벌레가 보일 때
저랑 둘이 있으면 "아우, 벌레다." 하고 끝이지만
다른 사람들(특히 이성)과 있을 때 "꺄악! 벌레!" 하고 벌떡 일어난다던가 하는
행동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 있어요.
그 때 그 사람이 싫어집니다.
이건 그 사람이 '예쁨'을 연기해서가 아니라 예쁨을 '연기한다'라는 것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저랑 둘이 있을때도 "꺄악! 벌레!" 하고 벌떡 일어난다면
아 진짜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호감/비호감의 영역까진 들어가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듀게에서는
"예쁨을 연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대단한 일이고, 못남을 연기하는 것보단 낫기 때문에 높이 평가한다."는 늬앙스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100%의 있는 그대로를 보이는 건 아니에요. 다들 어느 정도는 연기를 하고 있죠.
하지만 그 연기가 상대에 따라 달라지거나, 일관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심지어 제3자가 그 연기 때문에 연기자에게 속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그 진실되지 못한 연기자가 싫어지고,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전 사람을 일관된 진실함으로 대하는 사람이 좋고,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쁨을 연기할 수 있는 능력자보다 말이에요.
P.S. 그 뒤에 여자연예인들 얘기까지 나온 건 논점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쁨을 연기하는 예시의 여자 연예인들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었고요.
전 여자앞에 서면 멋있음을 연기하는데 연기가 안되더라구요. 연기가 되면 좋겠죠. 이중적인 면이 보이면 기분 나쁜건 어쩔수없지만요.
뭐 결국 토탈리 총체적으로
안 멋진건 싫다, 안 이쁜건 싫다는 굳건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은 이제 가난하면 싫다, 못생기면 싫다, 키작으면 싫다 등등,
'싫은건 싫은거다' 라면서, 남한테 상처가 되건 불공정하건
나한테 싫은거 나한테 불리한거 나한테 마음에 안드는거
꺼리낌 없이 드러내는 사회가 된 거 같네요.
실제로 벌레를 잘 때려잡는 여자들을 별로 안좋게 보는 남자를 알았던 적이 있어요. 그런 남자가 존재하니까 여자들이 이성 앞에서 벌레를 무서워하는 척 하는 거겠죠.
제가 말한 남자부류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린 여자들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없는 쎈 여자들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벌레 잘 잡고 뭐가 고장나면 잘 고치고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기싸움에 지지않고 누구의 보호따위 필요없어 보이는......
그런 남자는 지레 겁먹은 거겠죠. 여잔 어필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살아온 거고요.
저도 찌질이들 많이 만나봤습니다
댓글은 당연히 사람마다 백 팔십도 달라지는 다중인격자를 포함하고 한 얘긴 아니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친구 만날 때 애인 만날 때 경비아저씨 만날 때 다 다르고 거의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일관성은 유지되잖습니까.
예쁨을 연기한다는 표현이 '파랗다', '달리다'처럼 뜻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단어가 아니다 보니 애초에 서로 같지도 않은 상황을 두고 옳으네 그르네 하는 상황이 되기 쉽고요.
ex)저는 어머 벌레!하고 기겁하는 상황을 예쁨을 연기하는 상황으로 보진 않습니다. 이 표현 보고 처음 떠올린 건 소녀시대 써니였고요. 순전히 이 아가씨 외양에 관한 이야깁니다. 행동이나 표정이 나는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져있어요의 오라를 뿜지만 소녀시대 초기에 들은 평을 보면 결코 그게 저절로 얻어진 것 같지 않거든요.
ps에 쓰신 연예인 이야기는 저도 미스라고 봅니다. 연예인들 모두 자신의 매력포인트(그게 자기 가족일지라도)를 어필하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이고, 못났거나 어설픈 면도 감싸내는 건 일반인을 넘어서는 노력으로 이뤄낸 캐릭터적인 결과물이겠죠. 그들은 외모를 연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하고 있어요. 예쁨을 연기하는 사례로 이들을 언급하는 건, 그저 외모에 순위를 매기는 평가나 다름없다고 봐요.
본문은 '우리 모두가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간극이 너무 큰건 참을 수 없고 기분이 나쁠수도 있는거 아니냐.'정도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근데 그렇다면 그 간격은 대체 누가 정한겁니까?(....) 이게 다 너무 자의적이예요. 누구는 '이 정도면 보통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구는 '저 가식적인 연기를 봐!'라며 부르르 떨 수도 있겠죠.
전 솔직히 이게 논쟁거리가 될 여지가 있나 싶은 느낌인데,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이겁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약간씩 다른 모습을 연기합니다. 부모님에겐 착하고 성실한 자식을, 여자친구에겐 멋지고 남자다운 모습을, 손윗사람이나 직장상사에겐 예의를 갖춘 모습 등등등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런데 왜, 굳이! '예쁜 모습을 연기하는 여자'에만 이 화살이 박혀서 얘기가 지속되는지 그게 이해가 안된다는 거지요. 게다가 그런 모습을 연기함으로써 자신에게 딱히 피해를 주는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네요. 간극 문제는 자의적이라는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딱히 여자한테만 화살이 박히는 건 아니에요. 이 게시판에 처음 등장한 화제가 '예쁨을 연기하는 여자'라서 그런거지, 멋짐을 연기하는 남자나 깍듯함을 연기하는 아랫사람이 되어도 저는 진실하지 못하다는 부분에 비호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여전히 희안하네요..;
멋진 모습을 연기하는 남자는 어떻습니까? 이건 왜 아무도 문제삼지 않죠?; 남자는 단순해서 그런거 못 할거 같나요
아 전 이거 남녀 문제로 안 봤는데; 남자건 여자건 그런 사람들..뭐랄까 자기에게 이득이 될 만한 사람 등 앞에선 놀랍도록 태도나 자기 꾸밈이 돌변하는 이들 생각한..
저도 남녀문제라고 생각한 건 아닌데요 그냥 전부터 이해가 잘 안가서
음 그러니까 제 친구가 데이트나 미팅 하여튼 그런자리에 나가서 원래는 잘 씻지도 않고
옷도 더럽게 입고
말도 더럽고 뭐 그런친군데
거기서는 목소리도 깔고 매너있는척;하고
이렇게 한다면 전 별로 밉다거나 그럴것 같진 않은데요..음..
나중에 추사랑 같은 어린애 보고 '어머 저 애 좀봐 어린애가 벌써부터 예쁨을 연기하네'라고 하는 세상이 올것인가. 그 어린애도 모르는 사람한테랑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하는 태도가 다르던데.
'내숭'은 섹스 어필의 범주로 보여지고, 고로 현혹되냐 마냐 이건 사기꾼에게 속냐 안 속냐 문제와는 다를 것 같네요.
사회의 연기(소셜 드라마투르기)에 대해선 어빙 고프먼 저서를 참고하면 될 듯 합니다. 요지는 연기도 사회적 약속에 의한 행위 중 하나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