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퀴어퍼레이드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얘기할 수 있는 건가요?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에요.

'퀴어 퍼레이드'의 역사적 함의가 전 시민사회적으로 알아야 하는 상식같은 건가요?

아래 관련 글들을 읽다보니 댓글에, '안 가보셨죠?'라며 잘 알지 못하면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댓글이 있더라구요.


전 가보지 않았고, 갈 생각도 없구요.

다만 기사나 관련 사진들이 올라오면 좀 거북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음... 신나겠군. 하지만 저렇게 입어야 하나? 저 복장은 좀 역겨운데?' 이러다가

주변 레즈 친구들이 인증샷 올린 걸 보고선 '아 다 그렇게 과격하게 입는 건 아닌가보네?' 이러고 또 넘어가요. 

문제의 시발점은 그렇게 선정적인 이미지들에만 포커싱되는 것이라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이구요.



제가 지지할 수 없는 지점은, 이 '퀴어 퍼레이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는 태도'에 있어요.

뭐 서양에서 시작된 퀴어 퍼레이드가 역사적으로 함의가 있다.

그런 건 좋죠. 좋다는 거에요. 하지만 거북한 건 거북하다는 거죠.

동성애를 오로지 육체적인 성의 자유에 포커싱하는 걸로 오해 될 수도 있는, 그 '방식'이 거북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그 거북함을 유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그 거북하다는 반응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반대로, 그냥 축제니까 즐기면 된다. 평가받기 위함이 아니다. <- 이게 취지라면,

당사자들이 즐기면 장땡인거죠. 맨 처음에 글 쓰신 분도 사실 참여 안 하면 장땡인 거에요.

근데 그 축제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면 거북하다는 평가 또한 신경쓸 필요가 없지 않나요.


제가 주장하고 싶은 건,

퀴어 퍼레이드가 무슨 LGBT들만의 독립된 나라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아니라는 거에요.

엄연히 우리 사회 내에서, 제가 살고 있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축제인데

거기에 대고 LGBT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혹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겉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의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 검열하는 듯한 태도가 오히려 억압적이라는 거죠.

가령 들어, 제가 2002년 월드컵 응원에 대해 지나치게 도로교통을 마비시킨데다가

탈개인화를 넘어서서 아예 집단지성이 사라진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해도(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제 개인의 평가인 거잖아요. 마치 거기다가 대고 '니가 직접 거리응원을 나와봐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 궁금해서 여쭈시니 제 개인적 답을 드리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해당 건에 대해 반드시 경험을 해야만, 당사자만 그 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본인이 겪지 않았거나 본인의 일이 아닌 것을 이야기할 때에는 조심스럽게 혹은 신중하거나 여지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인 것 같기는 합니다.
    • 표현의 자유 수준으로 말씀하신 거라면, 당연히 뭐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하는 말은 그저 감정적 반응 이상은 안 되고,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 될 수도 있지요.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 보자면 답답할 수밖에 없고, 그런 답답함이 표출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밖에요. 

    • 뭐든지 잘 알아야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설명하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수긍해 주면 좋지요. 얘기를 확장할 때도 새로 배운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하고요.




      그나저나 예년보다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계속 새로 질문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계속 비슷한 답변을 하다가 답변하던 사람들은 지쳐서 신경질적이 되는 다른 이슈들의 선례를 따라갈까봐 걱정입니다.

    • 일단 전 가보지 않았고,현장 사진이나 기사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별 말 안합니다.그렇다고 안 가봤으면 그 입 다물라,그런 입장은 아니고...마치 본인이 경험한 것마냥, 잘 알지도 못하는 행사에 대해 편견에 치우친 기사나 지인의 말만 듣고 이렇다 저렇다 평하고 반대하고 하는 건 좀 그래요.꼭 역사나 배경까지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이를테면 <퀴어 퍼레이드라는 걸 했다는데 애들이 벗고 그랬다대?-아니 그런 노출이 심하고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행위는 문제 아닌가!역시 게이들이란.>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겠슴미까..


      그리고 본인이 느끼는 거부감이야 별 수 없지만,거부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건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육체적인 성의 자유 역시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거부감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표현은 살짝 걸리네요.

    • .

      • 동성애에 대한 '중도층'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걸 얘기하는 건가요? 스스로 '중도층'이라고 선언한 사람들 결국 얘기 하다 보면 혐오 표출하는 게 대부분이던데요.




        그리고 '퀴어옹호계층'은 또 뭔가요? '흑인옹호계층'이나 '장애인옹호계층'.. 뭐 이런 말이 널리 쓰이나요.

    • 자꾸 비슷한 질문이 올라오는데... 그럼 어린이들 많은 롯데월드에서 비키니 입고 삼바퍼레이드 벌이는 건 한국의 보편적인 관습과 '미풍양속'에 맞는 건가요? 보다 축제라는 문화의 본질적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축제의 시공간은 현실과 다르다는 걸 전제합니다. 물론 완벽히 현실과 단절될 수는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사회의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거고, 그게 바로 축제가 가지는 '전복성'입니다. (한편으론 현실과 다른 시공간에서 일탈을 허용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기존 질서을 수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시아에서 노예여성이 남성주인을 구박하고, 카니발에서 교황의 권위를 비꼬는 것은 축제의 본질을 잘 드러내지요. 사회의 온갖 권위적 질서와 금기를 건드리는 것, 그것이 축제라는 시공간에서 인류가 그동안 벌이던 일들입니다.
      • 덧붙여, 한국사회에서 레드컴플렉스가 급격히 사라지게 된 직접적 원인으로 2002 월드컵을 지목하기도 하죠. (2002월드컵이 국민적 축제였다는 건 다들 동의하시리라 봅니다) 불과 10여년 후 반공 집권보수당이 빨간색을 당의 아이덴티티로 삼았으니, 축제가 가진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 합니다.
      • 남성이 공개된 거리에서 노출하는건 한국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일이죠.(동네 아저씨가 난닝구 상의에 바지입고 앞마당 쓰는 것과는 다르게. 이것도 불쾌한 부분입니다만) 아마 그 부분에 민감한것 같습니다.




        제한된 장소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니까요. 그것이 나쁘다 좋다, 옳다 그르다 이전에 한국에서 불쾌하게 느낄 사람은 많을 것 같습니다. 금기를 건드리는게 목적이라면 성공한거지만요.

    • 일본  무슨 마을에 남근축제에서 남자성기모양의 조형물에다가 각종 행위를 하고 있는걸 보고 있으면 축제의 유래가 궁금하기보단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죠. 퀴어 축제 때 퍼레이드에서 성행위 동작을 하고 옷을 벗는게 어떤 저항의 역사에서 비롯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사람도 즐거운 축제도 되었으면 좋겠군요. 

    • 퀴어퍼레이드의 목적이 드러냄에 있다면, 그 지향점 중 하나는 거북함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함일 수 있지요. 아무도 거북해하지 않는다면 퍼레이드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 해도 당연히 퍼레이드는 가치있겠지만요. 정치적 함의로 줄여야겠네요.)


      단지 드러내는 방식의 문제 아닐까요. 나는 거북하다, 거북하게 만드는 너희의 잘못이다가 아니라 거북하네, 왜 거북해야하지? 라는 논의가 전개될 수 있다면 좀 더 발전적일 수 있을지도요.


      달고보니 제 글이 거북거북하네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 네 21세기의 교양있는 문화 시민이 되고 싶으시다면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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