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포매니악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라스 폰 트리에 영화 흥미롭고 독특하기는 하지만 극장에서 볼 때 피폐해지는 정신을 감당하기 힘들어요.
안티 크라이스트 때 후반부 폭주에서 카운터 펀치 먹고
멜랑콜리아 때 헤롱거리는 키얼스틴이랑 같이 넉다운 되었었는데
님포매니악은 기획 단계부터 5시간 짜리 그렇고 그런 내용이라길래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안 볼려고 했어요.
그런데 트리에 영화는 극장 개봉 때 놓치면 후약을 기약하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
이걸 케이블에서라도 해 줄리가 없고, 올레 TV에 올라올 가능성도 희박하고.
안 봤다가 나중에 궁금해지면 기약없는 영화제나 특별전을 기약해야하니...
그래서 이걸 또 보러 가야하나 고민하게 되네요.
제게 트리에 영화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매번 돌아오는 연례 행사 같은 느낌입니다.
안티크라이스트보다 약합니다. 멜랑꼴리아처럼 격정적인 우울함을 표출하는 영화도 아니고요.
오히려 하네케의 아무르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로
너무 차분하고 아트하우스스럽게 만들어서 좀 지루하고 따분한 느낌이에요.
섹스에 대해 여러 가지 담론을 펼쳐 놓는 것도 아니고, 섹스를 통해 외로움, 결핍, 공허함
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그냥 평범한 섹스 일대기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좀 실망스럽더군요.
예고편 보니까 2부는 섹스 얘기라기보다는 사디즘과 마조히즘 얘기인 거 같던데,
그것도 1부 분위기와 별반 다를 거 같진 않더군요.
저는 극단적으로 폭주하는게 더 피곤해서 오히려 솔깃해지네요.
내용 자체는 폭주 맞을 수도 있는데, 다루는 방식이 차분해서 자극적이지가 않죠.
차라리 브레이킹 더웨이브 같은 영화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님포매니악은
누리 빌제 세일란의 우작이나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그 두 영화의 서정성에는 상당히 못 미치는데, 건조한 서정성 좋아하는 분들은
그럭저럭 볼 만은 할 겁니다. 라스 폰 트리에스럽지 않아서 고정 팬은 실망하겠지만요.
전 이야기가 상당히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연기한 아버지 얘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병상에 있을 때 이야기요. 하긴 원래 폰 트리에 이야기가 다 인공적이고 작위적이긴 하죠. 하지만 폰 트리에는 박찬욱처럼 그 인공성과 조작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여서 미학의 한 지평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번에는 내러티브가 너무 평범하다 보니, 그 점에서 좀 실망이었어요. 뭐 그렇게 허접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러 가실 분들 있으면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라스 폰 트리에 영화 별로 안 좋아하셨던 분들은 괜찮게 볼 거 같긴 해요.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아버지 연기를 하다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어요
청춘과 악동의 아이콘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말씀처럼 시간이 참 많이 흘렀네요.
개봉 안 할 줄 알았는데 개봉 해준다니 봐야지요...거기다 당연 작은 극장에서만 상영할 줄 알았는데 동네에서 사영하더라구요
당연 보기로 결정 그래서 금요일날 봅니다....휴....볼륨1 개봉하니 2도 개봉 하겠죠?
트리에감독영화 놓치면 기약이 없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