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목가>(필립 로스) 재미있네요

필립 로스 책은 도입부가 제 취향이 아닌지 빌려 놓고 한두 페이지 읽다가 반납하곤 했는데

(<에브리맨>이 그랬고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도 뒷 표지만 읽었나?? 가물가물) 

<미국의 목가>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고 마지막도 화끈해서 마침내 제가 처음으로 다 읽은 필립 로스 소설이 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존 쿳시의 소설 <추락>도 생각나고, 시드니 루멧의 영화 <허공으로의 질주>도 생각나고 그랬어요. 

(<추락>은 배우 김혜수씨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소설이라죠? 저도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이제 10대의 딸을 가진 아빠가 읽으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겠다 싶은 내용이 있고요.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어쩐지 아련하고 애달픈, 제대로 말도 못하고 마음을 쏟다가 결국 놓아줄 수밖에 없는, 뭐 그런 관계 같아요.ㅠㅠ) 


책을 읽는 동안 제 몰입도는 강-약-최강-약-중 이었는데,

처음 주인공(스위드)에 대해 묘사한 부분 아주 재미있고요. (강) 

그 다음 동창들 얘기 나올 때 조금 늘어지다가 (약)

주인공의 어린 딸(메리)이 등장하면서부터는 긴장감 급상승하고 혈압 맥박 상승합니다. (최강, 1권의 2부 "추락" 부분)

(이 부분까지 다 읽으면 궁금해서 결국 2권 끝까지 꾸역꾸역 읽게 되실 거예요.)

그런데 딸 이야기가 안 나오자 갑자기 집중력 흩어지면서 재미가 없다가 (약)  

주인공의 아내(돈)의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 재미있어져요. (중) 

 

소설을 읽다보면 이 소설이 이 작가의 최고작이겠구나, 이 이상 쓸 수 있을까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러네요.   

(물론 이게 제가 처음 다 읽은 필립 로스의 소설이니 아무 근거 없는 판단입니다만)


필립 로스 소설은 어쩐지 복잡하고 골치 아플 것 같아서 포기하신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드디어 필립 로스를 제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넣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사족 - 제목이 <미국의 목가>지만 '목가적'인 내용 전혀 아닙니다.

    • 오, 필립 로스 좋죠. <울분>과 <에브리맨>도 괜찮았지만 저에게 최고는 <휴먼스테인>이었어요. 앞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이만한 전율을 몇번이나 다시 느끼게 돨까...하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의 목가>는 아직 못 읽어본 작품인데 조만간 꼭 읽어야겠네요.

      • <휴먼 스테인>도 읽어보려다 도입부가 무슨 정치소설 같아서 골치 아플 것 같아 그만뒀던 기억이...;;


        필립 로스가 <미국의 목가>만큼만 도입부를 술술 읽히게 써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포트노이의 불평>은 도입부가 제 취향이라 일단 빌려놨는데 점점 이 분 소설에 익숙해지면 언젠가 다른 소설도 읽게 되겠지요. 

      • 휴먼스테인 번역 평이 안 좋던데, 그래도 읽을만 한가요??

        • 저는 불편함 없이 재미있게 읽었는데...번역 평이 안 좋은가보군요. 제가 워낙 영미소설 번역투의 문장에 익숙해진 탓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네요.

    • 필립 로스 소설은 다 찾아 읽었는데, <울분>이 가장 자주 떠오릅니다. 물론 <포트노이의 불평>도 끝장나게 재밌습니다. 필립 로스 만세.ㅎㅎ
      • <울분>이라는 제목, 마음에 듭니다.^^ 저는 <추락>, <몰락하는 자>, <외로운 남자>, <집착>, <슬픈 짐승>, 뭐, 이런 감정선을 자극하는 제목에 약한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저도 <울분> 참 좋았어요.


      2013년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좋았던 기억.

    • 드디어 <울분>을 읽었는데요... 음, 이 소설은 240페이지나 되는데 어쩐지 단편소설 같은 느낌이네요.  <미국의 목가>가 보여주는 생각과 감정의 깊이까지 내려가지는 못한 것 같아요. 별 부담없이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어서 금방 다 읽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고통스러운 타격을 원하는 저에게는 좀 미진한 듯 ^^  나중에 시간이 되면 2권짜리 <휴먼 스테인>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어요. 

    • 지난 주말에 <휴먼 스테인>를 다 읽었어요. 도대체 제가 왜 이 소설을 정치소설일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네요. 1권의 1, 2부는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3부부터였나 좀 힘이 빠졌고 2권에서는 콜린의 여동생이 나왔던 부분을 제외하고는 뭐랄까 뒷심이 좀 약한 느낌이었어요.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 떠오르고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도 생각났던 소설이에요. (그런데 저는 쿤데라와 쿳시의 소설이 좀 더 마음에 들어요. ^^) 세상이 자신에게 갑자기 던진 질문에 대한 콜린의 응답이 저에겐 썩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콜린은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아요. <미국의 목가>를 읽을 때만큼 가슴이 아프진 않았지만 비밀을 가진 사람에 대한 소설은 언제나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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