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퍼레이드 참가소감

퀴퍼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가고 있네요 참가자로서 제가 느낀 느낌과 분위기랑 듀게에서 얘기되는 말들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개인 소감 써봅니다. 물론 참가자 각자의 시선이 다르리라는 건 전제하구요~
제가 바쁜 일이 있어도 퀴퍼를 참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굉장히 감동적이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단체에서 부스를 차리고 구경하고, 공연보는 것도 무척 즐겁지만 무엇보다 퍼레이드를 할 때 등을 타고 흐르는 희열과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청계천-홍대-신촌으로 장소가 변경되어 왔는데 청계천에서 할 때만해도 퍼레이드 때 무도회 반가면을 쓰거나 피켓으로 얼굴을 가린 분들이 많았어요. 저도 그 때 조금 떨렸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럼에도 구경하는 사람들을 통과하며 행진을 하면서 해방감과 자긍심이 들더라구요. 물론 이렇게 닭살맞은 용어로 느끼는 건 아니고 어떤 벅찬 느낌이지요.

그런데 홍대-신촌은 청계천보다 주변 상가나 행인들과의 거리가 가까움에도 요즘엔 얼굴을 가린 분들을 보기가 어려워요. 평소에 저처럼 애인이랑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고 다니시는 분도 많겠지만 참여자들 중 어떤 사람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고 웃고 행진하는 데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그런 걸 생각하면 가끔 울컥하기도 하구요.

쿨한(?) 표정으로 서로를 지나쳐가지만 응원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퀴퍼는 다양한 단체나 개인들이 그간 활동한 내용을 공유하고 홍보하는 중요한 장이 되기도 해요. 물론 그걸 재밌게 풀어낸다는 점이 전 아주 좋습니다. 옷을 덜 입든, 크로스 드레싱을 하든 -그걸 어떤 목적을 갖고 하든 그냥 좋아서 하든- 제 눈에는 즐거움이 보여요. 그리고 그 즐거움에는 일종의 결의나 용기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것이 호모포비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생각없이 외설적으로 구는 거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번 퀴퍼에서는 기독교 단체들의 방해집회가 있어서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지옥에 떨어질 거라고, 악마의 자식이라고 확성기로 소리치고 있을 때 그 곳에 있기로 결심하는 것, 그들이 퍼레이드 앞에 몇시간씩 드러누워있을 때 집에 가버리지 않고 같이 앉아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퀴어퍼레이드를 구성하는 부분이지요. 물론 웃고 벗고 노래하고 춤추는 그 모든 행위/ 사람들을 그 자체로 매우 사랑하지만 전 그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폭력과 죽음을 딛고 웃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동, 슬픔을 느낍니다. 겉에 보이는 행위 이면에도 이야기가 흐르고 있답니다.

홍대 신촌 퍼레이드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이 구경하거나 웃으며 손을 흔들거나 응원하는 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퀴퍼의 노출, 혹은 반대 의견들이 주로 많이 얘기되고 확산되는 면에는 동성애자들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가 있겠지요.

이성애자들도 지지하며 축하하기 위해 많이 참여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내년에 참여해봐도 좋을 듯 하네요.
    • 참여해보고 싶어요.

    • 잘 봤습니다. 글을 읽으니 약간 시위에 참가하는 뉘앙스 같은게 느껴지내요. 조금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는 자기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 그런거 같기도 하고요.

    • 실제 참가한 사람과 온라인에서만 접한 사람 사이에 온도차가 꽤 큰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이렇게 노출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의아하고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퍼레이드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퍼레이드 특성 상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사진을 펑펑 찍어서 올릴 수도 없고요. 그래도 앞으로 쭉 누적 참여자수가 늘어나고 퍼레이드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수록 온도차는 줄어들거라 생각해요. 내년에는 더 많은 퀴어&이성애자들의 참여가 있길 바래야죠.

    • 잘 읽었습니다. 방해하는 사람들 없었으면 분위기 더 좋았을텐데.
    • 십년도 넘게 꽤 오래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구경하던 분이 무슨 행사냐고 물어봐서 퀴어축제-동성애자까지 언급했는진 가물가물한데 -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는데 옆에서 흠칫 당황하는걸 느꼈어요.기꺼이 비켜주고 웃으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무슨 행산지도 모르고 보나보다하는 생각에 좀 복잡했죠. .참가자들도 속으론 움츠리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이태원이었고 홍석천씨도 봤네요 ㅎ
    • 처음에는 적은 인원의 사람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서 퍼레이드 했다고 들었어요. 이태원에서 한 퀴퍼는 참가하지 못했는데 신기하고 반갑네요.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의식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시위와 퍼레이드가 공유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반동성애 기독교 단체가 앞으로 계속 방해를 할테니 축제로서의 성격과 함께 의식행동의 측면도 계속 환기되겠죠. 그래도 여러 기독교 단체에서 나와 LGBT와 함께 했습니다. 내년에 듀게인들이 많이 참가해서 게시판에서 얘기 나누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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