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반대하는 분들에게


반대를 위한 문법적 착각
진중권의 'ex libris'/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적 탐구>

 

철학은 문법적 착각의 문제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철학적 문제란 언어의 사용법을 착각하여 특정 영역에만 타당한 어법을 마구 다른 영역에 옮겨놓음으로써 발생하는 요술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철학에 남은 과제가 있다면, “언어라는 수단으로 우리 오성에 걸린 마술과 싸우는 것”이다. 문법적 착각으로 인한 오성의 마법은 철학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가령 “…에 반대한다”는 표현의 문법이 그렇다. “나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대한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럼 이 문장은 어떤가? “나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투표에 반대한다.” 내가 아는 한 파업과 투표는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다. 헌법에 찬성했다면, 그로써 우리는 이런 얘기는 애초에 안 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시민단체에선 시민을 볼모로 잡은 지하철 노동자들에게 빼앗긴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민사소송을 준비했단다. 재미있는 어법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지하철 노동자의 불법파업에 반대한다.” 역시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나는 지하철 노동자의 불법투표에 반대한다.” 선관위에 미리 투표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후 (투표일이 지난 다음에야 떨어질) 투표허가서를 받지 않고 불시에 집단으로 투표장에 나타남으로써 선거행정에 대혼란을 야기한 노동자들의 불법투표. 재미있는 어법이다. ‘불법’이라는 말이 ‘파업’이라는 말과 무리없이 결합하는 이 기괴함. 내가 아는 한 한국어 고유의 통사론적 현상이다.  

 

이건 어떤가? “나는 여성들이 길에서 담배 피우는 데에 반대한다.” 그럼 이건 어떤가? “나는 남성들이 길에서 담배 피우는 데에 반대한다.” 몇년 전 신문임을 표방하는 어느 안보상업주의 광고지에 이 문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실렸다. 광고주의 장난이었을까? 공교롭게도 여기서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흡연할 권리에 반대론을 편 것은 여성이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런 게 찬반양론의 대상이 되다니. 이 역시 대한민국 고유의 언어현상이다.

 

이건 어떤가? “나는 여성이 ‘자기 성취를 위해 아기를 갖기를 거부’(이문열)하는 데에 반대한다.” 그럼 이런 말도 할 수 있을까? “나는 남성이 자기 성취를 위해 아기를 갖기를 거부하는 데에 반대한다.” 또 이건 어떤가? “나는 여성이 자기 성취를 위해 아기를 더 낳기를 거부하는 데에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어느 남성 소설가가 자기 성취라는 것 때문에 아기를 더 가질 수 있는데도 가족계획에 돌입하는 데에 반대한다.” 재미있는 어법이다.

 

또 이건 어떨까? 나는 남자다. 누군가 옆에서 말한다. “나는 당신이 남자라는 데에 반대한다.” 우습지 않은가? 그럼 이건? 나는 이성애자다. 누군가 옆에서 말한다. “나는 당신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에 반대한다.” 이것도 우습다. 동사적 표현으로 바꾸자. 나는 여자를 사랑한다. 누군가 말한다. “나는 당신이 여성을 사랑하는 데에 반대한다.” 역시 우습다. 내가 여성을 사랑하는데, 왜 남이 거기에 찬반 투표를 하는가? 자, 그럼 이 문장은 어떤가. “나는 동성애에 반대한다.”

이런 것들은 “찬성”이나 “반대”라는 말이 유의미하게 사용될 수 있는 맥락이 아니다. 그걸 논의대상으로 삼아 찬반을 표하는 그 행위 자체가 인권침해인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문법적 착각에서 비롯된 미신이며, 철학은 오성에 걸린 이 마법과의 투쟁이다.

    • 네. 저도 동성애 옹호/ 반대라는 표현이 많이 거슬렸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쓰시더군요.

      그런데 길거리에서 담배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요. 성"정체성"과 길에서 담배피우는 "행위"는 다르지 않나요?
    • 토끼/ 여기서는 담배피우는 행위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남자가' '여자가'라는 정체성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된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나는 길에서 담배피우는 행위에 반대한다. 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 loving_rabbit //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 가 중요한게 아니라, '여자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 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세상엔 은근히 많이 있더군요. 예시는 아마 그 이야기 일겁니다.
      담배를 피우는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여자로 태어난건 본인이 선택하는게 아니니까 말이죠. =_=
    • 청두아미님, 그렇게 다시 보니 납득이 되네요. 다만 너무 많은 논점들이 있어서 - 성 정체성, 노동권, 흡연 - 글이 조금 힘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진교수 글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예전엔 좀더 힘있게 쓰셨다는 느낌이었는데.
      +싱클레어님도 감사해요.
    • 참치캔/철학의 개념을 끌어다가 거기서 '영감을 받아' 글을 진행시키는 건 진중권이 즐겨 쓰는 방법이고,
      진중권이 저기 든 예가 정말로 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언어의 오류의 예인지 따지는 건 좀 힘들 것 같아요.

      비트겐슈타인은 모든 사고를 명제 형식으로 분해해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바람이 녹색보다 크다" 같은 문장은 언뜻 형식이 명제에 맞아 이리저리 논리적으로 굴리면 맞고 틀리고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문법적 착각이고, 사실은 그런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의미없는 (nonsense) 문장이라는 거죠.

      "나는 동성애에 반대한다." 같은 문장도 언뜻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 있는 문장 형식으로 보이지만 단어가 갖고 있는 함의를 살펴보면 '동성애'와 '반대'는 저런 식으로 엮일 수 없고 의미없는 명제라는 말일 거에요.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 한 권 읽고 하는 말이라 틀린 점은 지적을;
    • 은하철도/ 누가 '좋아'하래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거랑 '호불호' 랑은 분명히 다른! 문제이지요.
    • 은하철도 / 동성애자를 반대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것이 이 글의 요점인데요.
      예, 동성애자를 반대하지 않습니다.라는 문장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 "그 영화 어땠어? 괜찮았어?"
      "별로 좋았어"



      응?

      뭐 이런건가요 !!
    • 마초적이고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이건 동성애자에게서만 보이는 특징은 아닐텐데요.
      그런 특징으로 호불호가 갈리는데, 그래서 동성애자를 좋아할수 없다. - 라는 전개도 희한하지만,
      싫어하는게 아니면 좋아하는것 이라는 논리도 참 재미난것 같습니다. =_=
    •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는 내용에다가 대고 "응, 반대는 안 하는데 좋아하지도 않아."라는 건 대체 뭔가요. 애초에 그런 식으로 자신의 호나 불호를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찬반의 영역이 아니라는데 '반대할 것도 아니지만 좋아할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습니다.
      애초에 누가 좋아해 달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전세계 동성애자란 죄다 정치적으로 공정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누가 반대하고 말고 할 문제일 수가 없다고 한 거지. 동성애자는 모두 다 똑같은 가치관을 지닌 무결한 집단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당연히 말씀하신 것처럼 개개인의 삶이 있고 사람마다 가치관과 태도와 성격과 사상이 다르죠, 그걸 굳이 풀어서 말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굉장히 모욕적으로 들릴 거라는 걸 아시나요.
    • 은하철도/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도 '나 게이니깐 좋아해줘' 라고 하지 않는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은하철도 님의 "결코 좋아해줄 수 없다" 식의 말씀이 불편하네요. 더구나 이 글 본문의 요지와 전혀 동떨어져 있고요


      아무튼 진중권씨 이 글 좋네요. 생각하기에 따라 이렇게 정말 명쾌하고 쉬운 문제도 될 수 있죠..
    • "예, 동성애자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고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이전 외국에서 살때 하우스 메이트들중 동성애자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동성애자라고 차별하지 않고, 'politically correct'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실제로 동성애자 가운데서도 더 마초적이고,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카테고리는 하나의 기준이지만, 실제 동성애자들의 개개인의 삶은 여러가지 '인종','성별','경제적능력','사회적 지위'등 복합적인 삶의 면을 가지고 있죠. 한마디로 반대할 카테고리가 아니지만. 동성애자라고 좋아할 카테고리도 더더욱 아니더군요."

      이 덧글의 어디가
      앞은 그냥 대답이고 뒤는 사족인지 모르겠군요.
      둘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

      '반대할 것도 아니지만 좋아할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게 맞잖아요.
    • 은하철도/ 그런데 누가 은하철도님께 게이좀 좋아해달라고 애원이라도 한 적 있나요??.. 왜냐하면 은하철도님이 말씀하신 그 '사족'이 나올만한 인과관계가 부족해 보여서요. 그만 하시겠다고 하시니까 대답은 없으시겠지만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아무튼 은하철도님의 댓글에서 두명 이상의 사람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건 은하철도님의 댓글에도 원인제공이 있다는 거겠지요.. 타임-콘슈밍(ㅋㅋㅋ) 이라고 생각하시기 전에 이점도 한번 생각해 주시길! 바라며 전 이만...
    • 참치캔/ 진중권도 딱히 반대자를 더 잘 설득하려고 저런 개념을 가져다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말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는 명언을 하신 분이니.
    • 진중권의 저 논리는 좀 이상한데요. 문제는 예로 든 것들이 같은 범주에서 다룰 수가 없는 것들이라는 거죠. '투표권' '파업권'은 '권리'의 문제에 해당하는거죠. 그게 이미 헌법에서 '합의'된 것 아니냐는 것을 전제로 깔고 얘기하는데 그게 그렇지만은 않죠. 특정한 '권리'와 그 권리를 향유할 집단의 문제는 한 사회에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는 거지 그것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어떤 '천부인권'인 것은 아니니까요. 즉 그러한 권리들은 사회 변화에 따라 확대될 수도 있고 축소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찬반 '의견 표명'은 정치적 과정으로서 인정할 수 있는 바이고요.(저야 파업권의 확대를 지지하지만)

      '동성애'라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지금이야 성적 취향이 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그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동성애'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때는 이것이 '타고난 것'이냐 개인의 '선택'이냐를 두고 동성애자 인권운동 진영 내에서도 논란이 됐던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을 인용하며 반대 혹은 찬성할 수 없는 '자명'한 것들에 대한 한국적 오독을 비판하는 건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호레이쇼/ "말을 해도 알아듣질 못하니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다." 정말 명언이네요 슬프지만
    • 24601/진중권은 저런 식으로 글을 많이 쓰지 않나요? 그러니까 좋게 말해서 창조적 오독? 철학적 개념에서 받는 인상을 잘 버무려서 다른 의미로 가져다 써버리는. 나쁜 내용도 아니니 웃자고 쓰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 호레이쇼// 그래서 진중권의 의견 개진 방법이 불편할 때가 있어요. 문제는 저런식의 논지, 어떠한 것에 대해 '자명'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전제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논리를 조롱하곤 하는데 문제는 그가 전제로 한 것이 고정불변의 어떠한 진리인지가 의심스러울 때 그의 논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거죠.
    • 사람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할때는 "동성애가 싫다"거나 혹은
      "동성애가 공공연히 용인되는 상황, 동성커플이나 더 나아가 동성부부가 합법화 되는 상황에 반대한다"
      를 의미한다고 이해합니다 저는.
      진중권씨 의견은 이 양반 특유의 말꼬리 잡기로 보이네요.
    • 비트겐슈타인이 등장할 이유는 전혀 없어보이는데요
      동성애에 대한 반대는 어법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인권침해(헌법 내지 자연법에 의해 주어진 권리에 대한)가 나오고 영 이해가 안 가네요
      그냥 헌법에 의거해 동성애 권리를 옹호하는 글을 쓰면 될 것 같은데 맥락없이 비트겐슈타인을 왜 소환했는지 원...
    • 엉뚱한 데다 빨간 줄을 긋고 있는 진중권의 철학적 착각이 아닐까 합니다.
    • 진중권은 요즘 허공에 삽질을 많이한다는 느낌입니다.
    • 이거 2002년에 나온 책에 있는 구절 아닌가요? 폭력과 상스러움.
    • 예, 옛날에 나온 얘기에요. 요즘 나온게 아니죠. 이참에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나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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