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흉기다

끈덕진 것 같지만^^ 지난주 말씀드린 것과 같은 문제의식으로 금주에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NBA 구단주 얘기는 지난주 기고글 원문에는 있었는데 분량 때문에 신문에는 삭제되어 실렸길래 이번주에 다시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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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해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재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의외로 ‘자존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건설현장에서 숙식하는 노동자가 자고 있는 동료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동기는 말 한 마디였다. 저녁 때 소주를 마시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정 지역 출신 촌놈이라고 놀렸다. 다 같이 힘든 삶을 사는 처지면서 좀 더 가난한 지역 출신이라고 놀린 것이다. 그만 두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놀리자 모욕감에 시달리다 일을 저지른 것이다. 40년 해로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평소 유순하고 소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이유는 사소한 말다툼 중 ‘개눈깔’이라고 내뱉은 아내의 말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눈 한 쪽을 잃은 후 모진 놀림에 시달렸던 그에게 그 한 마디는 흉기였던 것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말’이다.

 

특히 인터넷은 그 흉기를 죄의식 없이 휘둘러대는 전쟁터다. 리틀 싸이 황민우 군과 베트남 어머니가 악성 댓글로 고통받은 일이 있다. 미국인들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발언에 대해 사회적 제재를 가한다. 한 NBA 구단주는 ‘흑인과 함께 내 경기장에 오지마라’라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말한 사실이 알려져 영구퇴출 당하고 구단을 매각했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 번째 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 없는 말이다. 사실 이 두 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친구의 비만을 걱정하여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 혹시라도 법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귀는 더 열고 입은 더 무겁게 해야겠다.

    • 황민우는 무슨 깔 거리가 있어서 악플을 받았나요??

      • 싸이에 묻어간다고+다문화에 대한 일베적 반감

        • 묻어갈 능력도 안되는 머저리들이 말이 많네요

    • 아침에 읽는 조간신문 기고문이군요

    • 인천지법 민사1단독 재판요일이 목요일이었던듯 싶은데...


      오후재판 준비 안하시고 듀게 하시는 부장님 나빠요 ㅋ


      (농담입니다^^;;)




      좋은 말씀 마음에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 누군가에게 날선 말을 하기 전에 세 황금문을 꼭 생각해야겠어요. 듀게에 이런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은 재판 없는 주라 점심식사후 넷서핑질하고 있었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전 그냥 월급도둑질이 아니라 세금도둑질이네요. 납세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근무시간 중에 딴 짓하지 않겠습니다.ㅠ (정말 일이 안 되고 휴식 필요할 때 잠깐 눈팅 정도는 안 될까요?^^) 떼인돈받아드림님 고맙습니다.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정신이 번쩍 나네요. 눈팅 정도도 아니고 글을 올리고 앉았으니 저도 참 정신 없는 사람이네요...

      • 어익후, 월급도둑질이야 저도 매일반인 셈인데 제가 두번째 문을 못지키고 쓸데없는 농을 던지고 말았네요


        제가 더 죄송스럽습니다^^; 올려주시는 좋은 글들 항상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 남에게 모욕을 주는순간 밤길 뒷통수는 까놓고 사는거라 생각하면되는거죠.

      어느날 길에서 비명횡사하거든 죽는순간 내 입안에서나간말들이 누굴겨냥했는지 생각해보면 될듯이요..쩝..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라는 책 내용이 떠오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개과천선 보니까 판사들이 갈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진다고 하던데 듀게에서라도 많은 의견 들으시기 바래요.

      말은...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지더라구요....
    • 세황금문.. 참말이라고 한 것이 필요없는 말이기에 상대방 기분 상하게 한 게 며칠전 입니다. 한 번 뱉은 것은 어찌해도 주워담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잘 새겨듣고 조심해야 겠습니다.
    • 스스로가 조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심하고 나와버리는 게 상처주는 말이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major7님 글 보니 반갑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계시는 것에 '끈덕진'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사회적 제재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뭐, dmajor7님의 얘기를 듣다가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죠.) 말에서 받는 상처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눈에 보이지 않아 물리적으로 측정하기가 힘들고, 거친 말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명백한 기준 없이 임의로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지, 사람들이 말 때문에 이런 저런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말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사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저에게 딱 필요한 교훈이에요. 세 황금문...
    • 와 세 황금문 정말 평생 새겨놓을만 합니다


      참말인가, 필요한가, 친절한가


      평생을 가지고 지키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 삶과 대화의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기술이 많이 부족해 실수할 때가 많습니다.

    •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듣는 사람이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사실과 내 생각을 전하려면" 어떤 표현을 골라야 하는가




      이것만 골라도 말로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지요.




      물론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도 중요하죠. 상대 기분 지키려다 내 기분 잡치면 안될 일이니.

    • 세 황금 문....마음에 새겨야 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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