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친구, 지인, 지인 등

징징글입니다. 징징글 짜증나 하시는 분들은 안 읽으셔도 미워하지 않을게요




1. 

전 대체로 꽤 무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좀 많이 비관적이에요. 또, 친구들한테 절 표현하라고 하면 제일 많이 나올 단어가 sarcastic인데, 이건 우리말로 하면 빈정대기 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습니다. 딱히 대체어가 없어서 그렇긴 한데 빈정대기가 누군가를 겨냥하는 화법이라면 sarcasm은 그냥 매사에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쁜 의미로 쓰이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보통 비슷한 유머감각이나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2분 이상 PC하지 않은 농담을 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 있을 수 없을 친구도 몇 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일 친한 친구는 안 그래요. 오히려 진짜 정반대에요. 본인은 물론 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순진하다 못해 나이브하고, 낙관적이고 사람들을 쉽게 믿는, 좋게 말하면 착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 잡히기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 사는 동네에 인종차별이라는 게 아예 없다고 생각하니 말 다했죠. 종교 얘기로 가면 더 깝깝한 예들이 있지만 스킵. 근데 그렇다 보니 얘는 말싸움은 고사하고 뭔가에 대해 토론/논쟁 비슷하게라도 가면 견디질 못해요. 종교 문제는 근처에만 가도 입을 다물고, 웬만해서는 자기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와 얘기를 안 하려고 해요.


이게 제가 보기엔 복장이 터지는 겁니다. 한 번은 저랑 (편의를 위해)A 포함해서 네 명이 놀러 나갔는데, 그 중 (눈치 없는)한 명=J가 자기랑은 친한데 나머지 셋이랑은 별로 안 친한 다른 친구를 부르려고 했어요. 이건 A가 주관하다시피 한 모임이었는데, 거기서 다음에 부르자 하던 핑계를 대건 거짓말을 하건 하면 되는데 이걸 못 말리는 겁니다. 그러고 실생활에서 싫은 내색 안하는 연기라도 잘 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한 5분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거에요. 전 때에 따라 눈치가 있는 편이라서 그걸 눈치 못 챌 J는 냅두고 옆에 다른 애가 눈치 채서 분위기 싸해질까봐 그 5분동안 계속 얘를 붙잡고 나름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어요. 가뜩이나 말하는 걸 평소에 귀찮아 하는데 나중에 자기는 자기가 5분동안 그러고 있었던 걸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와서 느낀 게 개깡패같은 나라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순진하다는 건데, 얘는 친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좀 심해요. 가끔 가다 저랑 부딪히는 주제가 나오면 친해서 그러는 건지 토론 비슷한 거 까지는 가는데, 그러고 나면 쿨타임이 며칠 단위로 갑니다. 전 얘가 어떤지를 아니까 살살(?) 해 주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랑 부딪히면 도대체 얼마나 내상을 입으려고 그러는지. 오지랖인지 많이 친하기 때문에 해 주는 걱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합니다. 저번에 이 글 비슷한 얘기를 살짝 흘릴까 했는데 이 주제 근처에만 가도 반응이 얼마나 싸하던지. 



2.

아마 근 2년 새에 사귄 친구들 중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있어요. J라고 합시다 (위랑은 다른 사람). 둘 다 수면 스케줄이 괴상해서 일주일에 몇번씩이나 도서관에 새벽 세 네시까지 박혀서 공부할 때가 많았어요. 사심은 서로간에 전혀 없었어요꽤 예쁜 친구긴 하지만. 둘 다 겉으로 꽤 무심하고 가벼운 사람이라 잘 어울리곤 했는데, 그게 약간 이상해졌어요. 얘가 뜬금없이 남자친구가 생긴 거에요. 남친이란 양반이 듣기로는 알게 모르게 질투심 비슷한 게 꽤 세다네요. J야 뭐 남친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한 거고 그거에 대해선 불만이 전혀 없는데, 친구가 죄다 여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얘는 둘다 솔로일 때 알게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냥 평상시에 문자 보내는 게 알게 모르게 어려워진 게 느껴져요. 정작 얘는 신경도 안쓰고 있는데 말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혹시 모를 이성 친구들을 위해 솔로로 남아야 합니다



3.

전 짜증을 잘 안 내요. 친구들이 들으면 허구헌 날 불평 불만이면서 무슨 개소리냐 하고 반대를 하겠지만 대체로 날씨나 지나가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등등 제가 욕해도 못 듣고 영향이 없을 대상에게만 뭐라고 한소리 하는데 그것도 반 이상 농담이고요. 1번으로 돌아가서, 좀 많이 무심한 게 도움이 되는 거 같은데, '그런 거 다 신경쓰면서 어떻게 살아?' 태도인 거 같아요. 근데 전 좀 괴상한 게, 내가 아는 사람이 하는 행동 때문에 남들이 짜증나 하는 게 걱정돼요. 이를테면 전 공부할 때도 방음 특성이라도 있는지 소음에 전혀 신경을 안쓰고 집중이 되는데, 제가 아는 사람이 도서관 같은데서 옆에서 시끄럽게 하면 신경이 막 쓰이는 겁니다.


제가 무심하다는 건 겉으로 그런 거고, 원할 때는 관찰력이 꽤 좋아요. 사람들이 단순해서인지 나이가 어려서인지는 몰라도 특히 여러 친구들이랑 있으면 A가 B가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지가 딱 보이는 정도인데, 이 망할 놈들이 B는 눈치가 없고 A는 연기력이 구린 게 다 보이는 겁니다. 작년 룸메이트 얘긴데, 눈치가 더럽게 없는 M이라는 친구는 거실에 나와서 vine(=간단하게 말해서 길이 짧은 유튜브) 비디오를 꽤 시끄럽게 소리 키워서 보는데, 전 상관이 없는데 다른 룸메이트나 친구들이 와 있으면 막 속이 썩어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거에요. 다행히도 얘는 내년에는 같이 안 살게 돼서 그런 상황에 대처할 일은 줄겠네요.



4.

징징이라기 보다는 궁금증입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U)이 있는데, 전 은근히 낯을 가려서 필요하지 않다면 아예 말을 안 하는 사람이에요. 근데 U가 제가 자주 가는 유니언에서 알바를 뛰는데 전 (기억력이 구려서)얼굴도 가물가물한데 얘가 먼저 인사를 걸고 말을 걸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만나면 인사 하고 대화도 짧게 하는데, 그러고 말아요. 전 사심이 (아직은...?) 없고요,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 써놓고 보니 "얘가 나한테 말 걸었는데 얘가 나 좋아하는 거 맞죠? ㅎㅎㅎㅎ" 같이 보이긴 하지만(...) 그냥 궁금하네요. 그냥 '아는 사이'로만 두려고 모르는 사람과 말을 트는 사람도 있나요?




5.

하고 또 해도 진전이 없는 C 얘깁니다. 얘는 여름방학동안 집에 돌아가 있고, 전 캠퍼스에 있습니다. 글을 썼는지 잘 모르겠는데 5월 말쯤 주말에 놀러와서는 시간이 없었는지 저랑 만나질 못했고, 전 씁쓸한 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아무 진전이 없는데 그림의 떡 마냥 자주 봐서 좋을 것도 없어 보여서요. 당분간은 종종 문자/페이스북으로 얘기만 하는 사이로 지내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나서 다음날 얘가 문자로 주말에 못 봐서 너무 미안하다고 문자를 몇 줄씩이나 보낸 거에요. 립서비스인지는 몰라도 얘는 저를 진짜 착한 사람으로 보고, 그걸 종종 얘기해 주는데 그럴 때 만큼 기분이 썩어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볼 거면 보고 안 볼거면 안 보는거지 왜 안 보고는 꼬리를 남기냐고요. 기분 더러우면 발동하는 불면증 모드로 밤 샜던 거 같네요.


그리고 저번 주말에 다시 놀러왔어요. 전 한 일주일동안 얘기를 안해서 몰랐는데, 스냅챗에 사진이 올라오길래 생각이 복잡해졌어요. 근데 생각이 복잡하건 말건 이번 주말엔 아무 일도 없이 패스. 제가 원하는, 누구를 위해서든 가장 좋은 시나리오인데도 기분이 더러운 걸 보면 이 짝사랑 상황 전체가 lose-lose가 맞나 봅니다. 실수를 반복한다면 머리가 나쁘거나 실수가 아니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C가 머리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하거든요. 씁쓸합니다. 이 상황을 아는 친구인 S는 그래도 친구로 시작했으니 완전 연락을 끊기보다는 가끔씩 연락을 하라는데, 해도 최소한 다음주 쯤에 해야겠어요. 이번 주 안에 했다간 또 미안하네 어쩌네 하면서 지랄을 하고 전 또 밤을 샐 거 같아서요. 차라리 어장관리라고 생각하면 속이 편할 거 같긴 한데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꽤 있거든요. 이래저래 얘나 저나 깝깝하게 산다 싶네요







아까 스쿼트 한 개를 잘못 한 거 같은데 그것 때문인지 무릎이 좀 쑤시네요. 스쿼트 벤치 턱걸이 할 때마다 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낍니다 -_-

    •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저도 낯을 꽤 가리는 케이스긴 한데... 그래도 곧잘 얼굴 마주칠 일이 있는 상대라면 인사나 가벼운 몇 마디 정도는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아는 사이면 아는 사이지 하고 말아요. 딱히 관계의 진전을 도모한다거나 하는 생각이 없어도요.

      • 그렇군요. 제가 좀 많이 단순한 거 같긴 합니다

    • 5. 오! 진짜 더러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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