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고민상담글
책 쓰고 칼럼도 쓰게 된 후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차피 같은 직역 사람들이 아닌 보다 다양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페이스북을 해 보라는 제안이죠.
누구든 친구 신청하면 응해 드리고, 가능한 한 자주 이런 저런 글 올리고, 외부에 기고한 글도 모아 놓고.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분들의 의견도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글도
쓰게 될 것이라는 거죠.
그런 점들은 참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런 과정이 즐거울 것 같고요.
그런데, 입장상 고민할 점이 많습니다. 우선 전제할 것은 저는 이름 널리 알려서 유명인이 되고 그걸 바탕으로 뭔가 딴짓을 하고 등등의 야심이 일체 없습니다. 이건 개인의 취향 문제인데,
철저한 개인주의자인 저로서는 독립성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지금 직업이 딱 좋아요. 과분하게 생각하며 감사하는 맘으로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야심이 없어요.
그냥 사람 냄새를 가까이서 맡을 수 있는 작은 법정이 좋습니다. 무슨 거창한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로서 말이죠. 전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제 스스로 통제 가능한
삶을 살고 싶으니까요.
다만 글쓰기는 평생 계속 하고 싶습니다. 쓰고 싶은 것이 끊임 없이 생겨나는 직업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이라는 존재의 다양한 층위에 대하여 계속 새롭게 발견하고,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예요. 우연히 카멜롯 성에 뚝 떨어져서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을 목격하게 되는 현대인 주인공처럼, 여러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적당히 이기적이고, 속물적이고, 소시민적인 한 개인인데, 정말 우연히 공부 하나 잘 하는 재주가 있어서 타인들의 삶 그 처절한 밑바닥까지 관찰하고, 감히 판단하기까지 해야 하는 일을
평생 하며 살게 된 거죠. 싫어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을 사람들과 얘기 나누고 싶어지는 겁니다.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며 살려면 외줄타기하듯 조심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게 된 것은 요즘 시대는 혼자 골방에서 글을 써서 세상과 대화하길 바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 누가 어느 구석에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자와 대화를 나눠주겠습니까. 더구나 많은 오해와 단절의 장막 속에 숨어 온 직업의 이야기를요.
어느 정도는 세상 앞으로 나와서 제가 이런 사람인데 이런 대화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라고 말을 걸어야지요. 그러다가 그게 지나쳐서 본말이 전도되어도 안되고요.
페이스북도 그런 시도지요. 그런데, 몇 가지 불가피한 한계가 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엄수해야 하는 입장상 정치적 이슈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는 것이 도리입니다. 특정 재판에 대한 언급도 윤리강령상 부적절하지요. 속시원하게 쎈 얘기를 바라는 분들에겐
뜨뜻미지근하겠죠. 또 저 자체가 속시원하고 목청 큰 소리에 대하여는 오히려 거부감이 있습니다.
본업에 지장을 줘서는 안되기 때문에, 댓글들에 매번 일일이 답을 드리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주말이나 밤 등 가능할 때 짬을 내어 대화를 하겠지요.
이런 한계가 있어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까요.
그리고 가능한 부작용, 문제점은 어떤 것들일까요. 그로 인하여 공정성, 중립성, 신뢰가 생명인 본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을까요.
저도 생각하는 점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보다 sns에 익숙한 여러분들의 충고를 들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상 서울 지역 모 고민남이었습니다.
본인의 의지를 얼마나 믿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SNS를 통해 하는 말이 많아지면 속마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중립성을 그렇게 철저히 지켜야 하신다면 그닥...
하시면 어떨까요^^ 특별히 날카롭거나 잘 정제된 의견을 밝히기 위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겁니다. 원래 그런 성향의 채널이기도 하고요.
저도 페이스북을 하는데 물론 제 계정은 한낱 게으른 백수의 페이스북이라 입장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냥 블로그처럼 쓰고 있습니다. 가볍게 그날 본 거나 생각한 것들을 흘려서 적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 링크를 걸기도 하고요. 특별히 다른 사람의 게시물에 신경써서 반응하거나 피드백을 잘 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제 느슨한 소통과 자기표현의 의지를 나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꾸준히 봐 주는 것 같더군요. 저도 그들의 삶을 조용히 훔쳐보고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페이스북에는 원하는 사람에게만 글을 보이게 하는 기능도 있으니까 그걸 이용해 열람 가능한 사람을 제한하시거나요.
전 아마데우스님 의견에 동감합니다. 요새는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글을 내려도 캡쳐로 짤방이 된 채 돌아다닐 수도 있잖아요?
님은 그럼 페이스북보다는 블로그가 제격입니다. 블로그 하세요.
대신 댓글 막아두시거나 이웃만 댓글 쓸 수 있게 하세요.
거기에 더불어서 트위터를 하시면 되겠네요. 대신 트위터는 블로그 링크용.
...말이 너무 짧았는데 덧붙이자면...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의 SNS 이용패턴은 과장 조금보태서 딱 세가지에요.
사고를 쳐서 잠수를 타고있거나.
사고를 치고 비난을 받고 있거나
사고를 칠 예정이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퇴고의 과정을 거친 뒤 장문으로 올리는 블로그글이나 기고문들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립니다. SNS야 말 할 것도 없지요. 짧은 문장의 특성상 글쓴이의 의도가 제대로 표현되기 어렵고,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의도를 올바르게 캐치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백날 공감보내고 리트윗해줘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괜히 쓸모도 없이 우쭐해지기만 할 수도 있죠.
정말 SNS가 하고 싶으시다면 카카오스토리를 하세요. 다만 카카오스토리 이용 방법;결혼을 하셨고 아이가 있다면 아이사진'만' 잔뜩 올리시거나 오늘 아침 점심 저녁 뭐먹었는지'만' 올리신 뒤 순전히 아주 개인적인 인적 교류 용도로만 활용하시고요.
평소 dmajor7님 글을 잘 읽고있는 메피스토가 부탁드립니다. 제발 하지않으시면 안될까요.
저에게 듀게와 페이스북의 차이는 내가 찾아가는 것과 누군가 찾아오는 것의 차이, 익명게시판과 실명게시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은 친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셜 네트웍 서비스니 dmajor7님과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올 겁니다. dmajor7님과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거나 현직 판사와 인맥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겠지요.
기고하신 글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올리고,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사귀어 그 글들을 널리 알리는 목적이라면 페이스북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글 올리고 이틀만 지나면 4~5페이지 뒤로 밀리는 듀게보다는요. 그런데 dmajor7님의 글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반대의견까지 포함하여) 듣고 싶으시다면 듀게 같은 (나름 선별된 사람들의)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굳이 개인 페이스북까지 찾아가 (제 이름과 신분을 밝히는 껄끄러움을 감수하면서) dmajor7님의 의견에 반대하는 댓글을 달고 싶지는 않거든요. ^^
저도 블로그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제가 페이스북에 친구를 맺거나 팔로잉하는 분들 중에는 페북에도 정돈된 글을 잘 올리는 분도 계시긴 합니다.
'페북 활발히 하는 소피'라는 후배라고 하시니, 혹시 저도 팔로잉중인 모 작가분인가 싶네요.
리플을 다는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할지 원칙만 확실히 정해두신다면 (각오가 확실하시다면) 페북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dmajor7님의 목적에는 블로그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정돈된 글을 올리기에.
페북이든 블로그든 하게 되신다면, 꼭 주소 남겨주시길. :)
긴 호흡으로 글을 쓰고 모아 두기엔 블로그가 낫다고 생각됩니다. 대신 블로그로 인맥을 쌓는다는 건 익명방문자 위주라서 거의 힘들어요. 댓글로 잘 응대하다 보면 좋은 코멘트를 해 주거나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블로그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블로그를 기본베이스로 삼고, 트위터나 페북을 블로그글 소개하는 홍보매체로 사용하는 게 괜찮을 듯 싶어요. 대신 블로그는 처음에는 아주 외로워요.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있으셔서 안그럴 것같긴 한데...블로그는 정말 내가 열심히 올리고 떠들어야지 안그러면 적막강산이 되는 곳이라 책임감도, 부담감도 배가 되는 곳이죠.
의견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이제 조금 그림이 그려지네요. 저야 굳이 인터넷에서 인맥 쌓을 생각은 없어요. 좋은 의견 교환은 사실 듀게가 최고인 듯하네요. 가만 보면 페북이라는 매체 자체가 잘 나가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음증, 그리고 나 잘 나가고 있다고 외쳐대는 노출증의 공생이라는 측면도 있는 듯 해요(일부의 경우지만). 저는 둘 다 노 쌩큐. 그렇다면 걍 듀게나 하든지, 글 모아두는 창고 용으로 조용한 블로그를 하든지, 블로그처럼 운영하는 글 창고형 페북을 하든지 정도가 선택지네요(트위터는 제일 하고 싶지 않은 매체라 배제).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 부분을 고민하며 인터넷, SNS 세상을 죽 둘러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요. 타인들의 칭찬은 내게 용기를 주고, 비판은 내게 지혜를 주며, 무관심은 내게 자유를 줍니다. 균형 감각이 있으면 이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고,
그걸 잃으면 관심 종자로 전락합니다.
"걍 듀게나 하든지"가 1번 선택지인 것 같아 기쁩니다. 아마 많은 듀게분들이 숨어서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dmajor7님의 듀게 이탈 저지 합동 작전 성공입니다.)
그나저나 듀게에 올리는 제 글들은 뭐든 원하시면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이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쓰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