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냉면 실패기 (실은 평양 냉면이 아니었던..)

먼저, 평양 냉면에 대한 제 기호는 전문적인 식견에 근거한 것은 아니며 그냥 어린 시절 기억에 기반한 것임을 밝힙니다.


얼마 전에 이 게시판에서 인천 맛집에 대한 글을 보고 인천에도 평양냉면 맛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들이 동의하시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호평이 꽤 많이 나왔던지라 냉면이 계속 땡기던 요즘, 드디어 인천 주안의 '옹진 냉면'을 오늘 방문하였더랍니다.


그런데..


처음 식당의 분위기는 오래된 평양 냉면집이 으례히 그렇듯이 중년 이상의 남성 분들이 편육과 함께 소주를 기울이며 냉면을 옆에 놓고 먹는.. 시끌벅적한 그런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깔끔하지 않은 그런 곳이었던지라, 맛에 대한 기대가 살짝 더하긴 했습니다.


테이블도 가득 차 있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는 구석진 옛날 동네에 있으면서도 적당히 유명세가 있는 집이기도 하더군요.


한 10여분 기다려 자리에 앉았고, 바로 갖다준 면수가 너무 걸죽한 것에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육수가 아닌 면수를 주는 것에서 기대감은 계속 이어졌고, 5분여만에 나온 녹두 빈대떡은 확실히 돼지 기름에 부친 냄새가 났고 맛도 괜찮았으며 드디어 20여분만에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나왔죠. 


항상 평양냉면을 처음 대하면 그랬듯이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육수를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동치미 국물을 너무 많이 섞은 데다가, 너무 짭니다. 자고로 제가 알고 어린 시절(80년대)에 먹었던 평양 냉면이라 함은, 쇠고기 육수와 돼지 육수가 적당히 섞여서 약간은 비릿한 맛이 나면서도 동치미 국물 맛이 살짝 감도는 그런 밍밍한 맛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이 평양냉면은 너무 짜고 자극적이더군요. 


게다가 면이, 면에 거무 튀튀한 점점이 박혀 있는데.. 제가 알기로 이렇게 되는 것은 메밀나깨가 섞여 있다는 것인데 사실 메밀을 빻아서 제대로 체를 치면 이런 게 섞이지 않습니다. 일부러 섞지 않는 한 말이죠. 즉, 이건 일부러 섞은 겁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제가 먹은 어떤 평양 냉면 집도 이런 건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씹는 맛에는 분명 고구마 전분을 많이 첨가한 느낌이 나더군요. 쫄깃한 것이.. 이쯤 되면 메밀에 고구마 전분 함량을 늘려 요즘 입맛에 맞추고 메밀나깨를 섞어서 옛날 식이라는 인상을 주려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지요.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쓴 것이나 고명에 절인 오이 정도만 올린 것은 옛날식 평양냉면이 맞긴 합니다. 그리고 김치가 아닌 깍두기를 주는 것도 그렇구요.


40년 전통이라 하면 분명 제가 어릴 적 그 근처 동네에 살 때도 있던 가게일텐데, 과연 옛날부터 맛이 그랬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얼마 전에 부원면옥 냉면을 먹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추천하는 인천 평양 냉면은 여기보다는 '삼도갈비'가 될 것 같습니다. 이쪽이 정통 평양 냉면에 더 가깝습니다. 단지, 이쪽은 전통이 있는 집은 아닙니다. 생긴지는 얼마 안되는데 정통 평양 냉면을 '추구'하는 집이죠. 그리고 가성비가 약간 나쁩니다. 냉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군요.


이렇게 해서, 제가 지금까지 발견한 옛날식 평양 냉면집 중 가성비와 옛날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건 당분간 남대문 시장 '부원면옥'이 되겠습니다.


또 먹고 싶네요.


정정합니다.


옹진냉면은 정통 평양식 냉면은 아니고 황해도식, 혹은 백령도식 냉면이라고 부르며 특징은 '까나리 액젓'을 사용하는 것이라 하는군요. 그 짜면서 묘하게 조미료스러운 감칠맛의 정체가 까나리 액젓인가 봅니다. 그런데 아무튼 제 입맛에는 안맞는 것 같습니다;


오랜 단골의 평에 의하면 옛날보다 육수의 단맛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요즘 입맛에 맞췄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네요.

    • http://m.blog.naver.com/foodi2/30027363090


      메밀국수 색깔이 다양한 원인에 대한 글입니다. 요즘은 오히려 기술이 발달해 검은색 껍질, 과피까지 한번에 곱게 갈아버릴 수 있다네요. 옛느낌을 위해 일부러 섞은 것일 수도 있지만, 굳이 일부러 섞지 않고 과피가 섞인 메밀가루로 면을 만들면 된답니다.

      다만 본문에 언급한 쫄깃한 식감은, 어쨌거나 평양냉면 먹는 이들이 추구하는 식감은 아닐 테지요. 저도 먹으러 가고 싶네요.. 헉헉
      • 그러니까, 제 말도 '일부러 저런 분말을 썼다는' 얘기인 겁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죠. 거기에 쫄깃한 식감과 결부해 생각하면 결국은 옛것인 양 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고구마 전분을 많이 섞었으면서.. 

    • 아마 인천 옹진냉면은 평양식 냉면을 표방하지 않을 겁니다. 보통 별도 카테고리에 넣을걸요?

    • 저도 부원집 냉면이 젤 좋아요


      집이 근처라 엊그제도 한그릇 먹고 왔는데.. 또 먹고 싶네...

    • 냉면 먹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참고로 액젖이 아니라 액젓입니다.
    • 서울의 평래옥....이 말씀하신 그 냉면 맛에 가까왔던 듯 합니다.


      한참 안 가보셨다면 평래옥에 한번 가 보세요.




      저도 2011년 출국하기 전에 좋아하던 음식들을 마지막이다 하고 먹으러 다녔었는데,


      평래옥 냉면은 맛있었던 듯 합니다. 그 꿩 뼈 가루가 섞여 가끔 딱딱한 게 씹히던 꿩고기 경단...이


      나오던 곳이 평래옥이었다고 기억하네요.

    • 폭탄한방 던져드릴까요? 


      메밀의 검은색이란 엄밀하게 따지면 갈색에 가깝습니다, 겉껍질까지 해서 통으로 들어가는데 그양이 많으면 짙은 갈색, 적으면 연한 갈색, 더 적으면 더 연한 갈색, 


      그런데 갈색이 아닌 검은색에 가까운데,, 아주 연한 검은색이거나 짙은 회색을 띈다,?


      소위말하는 면파워로 낼수 있습니다,


      반죽에 면파워를 섞게되면 시간때문인지, 아니면 약간 노란빛을 띤 면파워의 색이 반죽과 섞였을때 특유의 질감이 떨어지는 시기를 스스로 알수 있도록 검은색으로 바뀌는지는 잘 모릅니다,


      밀가루에 면파워만 넣어서 2일이상 두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서서히..


      그리고 그것이 메밀면이라고 해서 어느 이자카야에도 돌아다니더군요, 


      요리사는 그것을 메밀함량이 높은 메밀이라고 서술해놨더군요^^ 양심이라도 챙겨야지..

      • 이건 저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칡냉면이라고 까만 면 넣어서 파는 게 대개 이런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거무튀튀한 면은 전분을 많이 섞었거나 이런 식의 다른 첨가물을 넣었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그나마 전분은 양심적이라고 봐야죠.


        옹진 냉면은 둘 다 아니고 면 자체의 색은 옅은 갈색인데 그 안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습니다. 메밀면은 맞으나 일부러 껍질을 굵게 갈아 섞었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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