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이 잘 저지르는 이전 가격 조작에 의한 탈세는 왜 비도덕적인가?

아래, '합법적 절세가 비도덕적인가?' 하는 글에 리플을 달았다가,

기업의 의무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느냐, 왜 사회적 약탈이냐 등의 질문을 받고 이 글을 씁니다.

일일이 뭐 논문이나 UN 자료 등을 찾아 가며 쓰는 글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과거 읽었던 책들과, 거기서 기억하고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씁니다.

이 글의 의도는, 완전무결한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기 보다는, 이 글로 혹시나 이 문제에 좀 더

의문이 생기는 읽는이가 계시다면, 그분들이 스스로 제시해 드린 참고 도서를 읽으시거나,

기사를 검색하시거나 하면서 스스로의 눈을 기르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다지겠습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이것은 소득세(법인세-기업소득세죠)의 기본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득이 생긴 곳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다국적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 걸쳐서 사업을 한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아주 악랄하게

이 조세를 회피할 수 있으며, 특히 아주 낮은 또는 제로 세율을 제시하는 조세피난처의 등장은

다국적 기업들이 실제로 이익을 낸 곳에서 내야 할 세금을 거의 모두 회피하게 할 수 있기에

비도덕적이며, 사회적 약탈에 해당합니다.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나이키(이런 방면에서 최악질 기업입니다)로 예를 들겠습니다.


나이키는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합니다, 하지만 매출은 대부분 미주와 유럽에서 일어납니다.

중국 공장 운동화 생산가 10달러, 미국 유럽에서의 판매가 100달러, 이익 90달러.


여기서 중국의 세율이 20%,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40%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생산 원가는 8달러로, 나이키 중국 법인은 8달러 들여 만든 신발을 10달러에 수출해서

2달러의 이익을 냅니다. 2달러의 20%, 40센트의 세금을 중국에 내야 합니다.


나이키의 미국이나 유럽 법인은, 10달러에 사 온 신발을 100달러에 팔아 90달러의 이익을 냅니다.

이에 대한 세금은 40%라고 가정하면 36달러입니다.


중국 정부는 한 켤레가 생산되어 수출 될 때마다 40센트의 세금을, 미국 유럽 각 나라의 정부는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36달러의 세금을 걷고 나이키는 중국에서 1.6달러(세후), 미국/유럽에서 54달러(세후)의 이익을

얻어 총 55.6달러의 이득을 냅니다. 우와, 50%가 넘는 이익률입니다, 훌륭하네요, 어떤 기업이라도 이 정도의

이익률이면 경영자는 칭송을 받을거고 주주들은 만족할 겁니다.


근데 여기서 망할 놈의 자본주의가 이윤 극대화의 논리를 들이밉니다. 이윤 극대화는 적정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도 아주 논리가 달라집니다. 보통 인간들의 상식이나 도덕관에서는, 이를테면 한 5~10달러 들여 만든 물건을

한 10~15달러에 팔아서 20~30% 정도 이익을 내면 '그 정도는 납득할 만 하다' 라거나 '그만하면 양심적이다'라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두 곱이 넘는 장사를 하여, 밑천이 10달러인데 30달러 40달러, 심지어 50달러 100달러에

팔면 그건 좋게 보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모든 종류의 원가표시제에 강력히 저항하는 이유입니다.


자 그런데, 신자유주의와 이윤극대화 논리는 이걸 다 짓밟아 뭉갭니다. 심지어 1달러 밑천을 들여 만든 물건을

100달러, 1000달러에 팔아 100배, 1000배 장사를 해도 그게 선이고 칭송받을 일입니다. 그리고, 한두 놈이 그렇게

하는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성공하는 듯 보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기업의 경영자들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받게 됩니다. 꺼리지도 않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습니다. 자본은 언제나 '더, 더, 더!'를 외칩니다.


자 그런데, 여기서 조세피난처라는 반칙 플레이어가 끼어듭니다. 조세 피난처라는 곳들은 대부분이 대양의

조그만 섬나라들로, 어떻게 경쟁력 있는 무슨 산업을 꾸릴 환경이 안 되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나라들은

그 나라에서 설립된 기업들한테 전혀 기업소득세(법인세)를 걷지 않거나, 아주 저율로 걷거나(뭐 1%라던가),

심지어 설립 등기할 때만 세금을 얼마씩 걷는다거나, 설립 등기할 때 얼마 걷고, 1년마다 사업자 번호 갱신할 때

또 얼마만 걷는다거나 합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은 다국간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사이에 저런 조세 피난처를 끼울 경우,

사실상 세금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지 간단히 설명드리죠.


또 나이키입니다.

나이키는 중국 공장에서 8달러 원가로 운동화를 생산하고, 미국/유럽에서 100달러에 팝니다.

조세피난처가 없다면, 중국 공장에서는 생산가와 수출가 차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고,

미국/유럽에서는 수입가와 판매가 차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합니다. 위에서 간단히 써드렸는데,

다시 쓰면 중국에 40센트, 미국/유럽에 36달러 되겠습니다.


자 이제, 여기에 조세 피난처가 낍니다. 이 조세 피난처는 법인세율이 0%이고, 설립할 대 10만 달러,

해마다 갱신할 때 10만 달러의 세금만 내면 됩니다.

이제 나이키는 이렇게 합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원가 8달러짜리 신발을, 조세피난처의 자회사에 8달러에 팝니다. 중국 생산회사 이익 0, 세금 0.

조세피난처의 자회사는 이걸 90달러에 미국/유럽으로 수출합니다, 조세 피난처는 법인세가 없습니다, 세금 0,

미국/유럽의 판매 자회사는 90달러에 수입한 신발을 100달러에 시판합니다, 이익은 10달러, 세금은 4달러.


조세피난처라는 반칙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중국 정부는 40센트의 세입을 잃고, 미국/유럽 해당국 정부는 32달러의 세입을 잃습니다. 단 한 켤레에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 32.40달러의 추가 이익은 몽조리 나이키 경영진과 주주들이 잔치를 벌이는 돈이 됩니다.


세계의 기업소득세 체계는 상당히 다양하나,

간단히 표현해 보면 세율 15~25%의 자본 절대우위, 중후진국형 타입과

세율 35~50%의 공정조세주의, 선진국형 타입이 있습니다.

(한국은 22%로, 자본 절대우위 중후진국형에 듭니다, 경제신문들이 맨날 주워섬기는 홍콩이 15%로 거의 최저선입니다)

(일본은 35% 가량, 미국과 유럽 나라들은 40~50%의 기업소득세율로 선진국형입니다)


자본 절대우위형 저율세권은 간단히 말해 나라가 국민들한테 별로 해 주는게 없습니다.

반면 고세율권은 보통 고도의 재산권 보호, 사회복지, 사회안정 등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그 사회의 기반 시스템을 이용할 대로 이용하면서 그 사회에서 이득을 벌어들이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 합당한 납세를 해야 합니다만,

조세피난처가 끼면, 다국적 기업은 후진국은 후진국 대로 털어먹고, 선진국은 선진국 대로 털어먹을 수 있게 됩니다.


기업활동의 자유를 잘 보장해 주고, 그 기업 물건이 도난당하지 않게 치안을 잘 유지해 주고, 천재지변에도 피해를

안 입거나 덜 입을 여러 사회 기반시설(항만, 보관시설, 공항, 기타등등)을 갖추고 운영하는 것은 공짜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것들이 있는 지역이기에, 물품을 가능한 한 고가로 팔아, 그 잘난 '극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겁니다.

먹었으면 내놓아야죠? 그런데 안 내놓겠다는 겁니다. 기업들의 이전 가격 조작은 아주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중국이나 파키스탄 등이, 자국 노동력이 착취당하는 것,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오염물질이 자국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자국의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걸 감수하면서 외국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는 것 역시, 거기서 그래도 국민들의 일자리라도

좀 생기고, 거기서 물건 만들어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세금이라도 좀 걷어서, 그거 가지고 좀 좋은 일 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위에 썼다시피, 저런 악랄한 방법으로, 사실상 생산 단계에서의 이익을 0에 가깝게 만들어 버리면,

중국이나 파키스탄은 연기만 덮어쓰고, 오염물질만 뒤집어 쓰면서 세금은 못 거두게 됩니다.


이건 공정한 것도 아니고, 양심적인 것도 아니고, 당장 이런 것을 막을 무슨 뾰족한 수가 없으니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느리지만 차곡차곡 하나하나 막는 방법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겁니다.


한국도 똑같은 방식으로 많이 당했습니다. 이런 다국적기업의 이전 가격 조작 탈세에 대해 각 나라 정부가 거두어 들인

승리 사례 가운데 한국 정부가 모토롤라로부터 한번에 2000만 달러인가를 과세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에, 모토롤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얼마 안 가 한국 공장을 닫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걸 한국 정부의 승리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세계화의 덫 - 독일책. 도서관이나, 아마 아직도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을 겁니다. 세계화 라는 것이 실제로는

                   어떻게 여러 나라 정부와 국민들을 약탈하고 피폐화시키며, 기업 특히 다국적 거대 기업들한테만 이익을

                   주는지 설명해 줍니다.

                    http://www.yes24.com/24/UsedShop/Goods/26024?scode=048_002

                    세계화의 덫 - 민주주의와 삶의 질에 대한 공격 , 부제가 참으로 어울리는군요.


탐욕의 시대 - 프랑스 책, UN 식량조사관인 쟝 지글러 인가가 쓴 책으로, 한 5년 전에는 상당한 반향을 가져왔던 책입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끝간 데도 없는 욕심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들과, 계속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야

                   하는지 묻는 책입니다.

                   http://www.yes24.com/24/UsedShop/Goods/3209949?scode=048_002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캬 이것도 부제가 아주 그만이로군요


세계화의 윤리 - 미국책. 세계화에도 윤리가 있어야 하며, 소비자 운동과 제정신인 정치가들이 기업들의 무한 탐욕에

                      제동을 걸고 그들이 보다 윤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제시하는 책입니다.

                      http://www.yes24.com/24/UsedShop/Goods/424417?scode=048_002


다들 예전에 읽은 책이라, 지금은 모두 절판인가 봅니다. 중고 도서들만 검색되네요. -_-;;

이곳으로 올 때 가져오지 못하고, 언젠가는 가져오리라 하고 상자에 넣어둔 책상자의 어디엔가 있을 겁니다.

    • 중국이 가만 손해만 보고 있지는 않을 듯 하군요 짝퉁으로 나이키 죽이기.


      아까 설왕설래가 있었나 보네요 키스.

      • 다국적 기업들이 저딴 식으로 나오니


        중국도 점점 더 거칠고 후안무치한 수를 쓰고 있지요.


        이를테면 한국의 쌍용차에 저지른 짓이라거나,


        한국과 농산물 무역분쟁에서 휴대폰과 자동차를 수입금지해 한국의 굴욕적 항복을 받아낸다거나


        (미국도, 일본도 한국한테 이렇게 한 적이 없습니다)


        시장과 기술의 교환 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요구를 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으면


        중국 국영회사(합작할 회사도 정해주기까지 합니다, 이 회사랑 몇대 몇으로 하라 하고)랑


        합작하고, 무슨 무슨 기술을 넘겨주고, 부품 현지조달률 몇%로 생산하라고까지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라면 기업활동의 자유 등을 들먹이며 아주 난리를 부릴 자본들이,


        중국에서는 아예 저렇게 개막장으로 나오는 정부에다 당장 달성 가능한 큰 매출에


        눈들이 어두워서 그런 말도 안되는 요구도 받아들이죠.


        그럼 그 피해는, 그렇게 기술을 빼앗기거나 생산공장을 파내가게 된 나라의 국민들이


        받게 됩니다.



    • 소득세는 기업의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에서 발생한 소득을 베이스로 해서 징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아주 쉬운 말씀이시네요. 물론 그렇습니다.

      음...이윤 극대화는. 1000배의 이윤을 내는게 왜 칭송받을 일이 아닌지 모르겠군요. 뭐 대강 의미는 알겠습니다만... 저 사례 말고, 탈세와 절세 사이에서 애매한 경우는 분명 있어요. 그 때가 궁금하셨던 것 아닐까요.
      • 제가 아주 좋아하는, 상당히 모범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편에 드는 여러 독일 기업들도,


        유럽 안에서도 주로 벨기에인가의 자회사를 이용해서 그렇게 이전 가격을 조작해서


        엄청난 독일정부에 대한 납세를 탈세한다고 '세계화의 덫'에서 지적하더군요.




        이것이 왜 옳지 못하고 비도덕적인지를 간단히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곳에서 자동차의 25%가 생산되지도 않고, 그곳에서 자동차의 25%가 판매되지도 않는데,


        어째서 그곳 자회사에서 그룹 총 이익의 25%가 나온다는 것인가? 왜 독일 정부는 이런 후안무치한


        탈세를 시정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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