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심야고민상담 결론 + 추가 질문
영험한 듀게에 감사드립니다. 저와 달리 SNS에 익숙한 분들이 많기에 생생한(약간 무섭기까지 한) 충고 말씀을 들을 수 있었네요. 퍼거슨 경은 위대합니다.
충고들 덕에 '다양한 분들과의 소통, 의견교환' 등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런 목적은 앞으로도 듀게라는 어느 정도는 걸러진 공간(대한민국 4대 고시의 하나인 등업고시가 있잖습니까?)에서 만족하도록 하고, 블로그나 페북은 글을 모아놓는 창고 및 가능하면 많은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픈 고민을 담은 글을 알리기 위한 창구로만(창고, 창구 라임인가요..) 활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종 기고 의뢰가 점점 많아지고(이것도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취사선택 고민중) 원래 쓰고 싶었던 글들도 있기 때문에 뭔가 창고가 필요하긴 해요.
아래의 두 글처럼 뚜렷한 문제의식이 있어서 썼고, 가능하면 다양한 입장의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많이 퍼 가 주셨으면 하는 글도 종종 생기고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모든 글이란 결국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쓰는 것이고, 아니면 혼자 일기장에 쓰고 말겠죠.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가'
'말은 흉기다'
창고/창구 두 가지 목적으로 정리하고 보면 블로그는 전자, 페북은 후자에 장점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제게 이런 곳을 만들라고 권하는 분들은 대체로 후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페북을 더 권하고들 계세요.
여기서 추가 질문,
페북에는 제가 평소 듀게에 올리는 긴 글(예를 들어 '속독법의 기억', '파블로 네루다' 등)을 올리기에 부적합한가요?
페북에 긴 글 올리면 PC나 스마트폰에서 읽기에 화면 구성상이나 다른 기술적인 문제로 불편한지요?
페북에 글만 올리고 댓글들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그러려니들 하시나요?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질문인데, 단편 소설 형태의 글을 올리기에 가장 좋은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지난번 7세 증인 이야기처럼 재판 실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늘 고민되는 것이 사생활 보호 문제입니다. 재판이란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고통스러운 일이니까요, 실화를 에세이로 직접 쓰기보다 그걸 토대로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여 실제 사건이 특정되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보편적인 문제의식은 담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길이도 너무 길지 않게 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성격은 다르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 '인 더 풀' 등 괴짜 의사 이라부 시리즈 같은 것을 판사 버전으로 쓸 수도 있겠고. 제가 뭐라고 감히 문학적 야심 같은 것은 없고요, 그저 재미있고, 같이 생각해 보고픈 인간 삶의 여러 단면들을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겁니다. 소설과 에세이의 중간 정도 형태일 수도 있고요.
이런 걸 도대체 어디야 써야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이건 재미있다, 좋다, 저건 별로다, 이렇게 쓰면 좋겠다 이런 유의미한 말씀도 해 주시고 할까요?
여튼 책을 사고 읽는 사람이 음악 LP나 CD를 사는 사람처럼 희귀해져 가는 흐름을 생각하면 이제 '글쓰기, 읽기의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SNS는 문제점을 개선하며 잘 만들어 나가야 할 개척지로 보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지금까지 초기에 나타난 문제점만 보고 '트인낭'을 외치며 SNS 백해무익론을 외치는 것은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기계를 때려부수던 러다이트 운동 같은 면이 있다고 봐요.
아까 글의 댓글에도 썼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SNS 세상을 죽 둘러보고 든 생각입니다. 저 스스로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타인들의 칭찬은 내게 용기를 주고, 비판은 내게 지혜를 주며, 무관심은 내게 자유를 줍니다. 균형 감각이 있으면 이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고, 그걸 잃으면 관심 종자로 전락합니다.
저도 soon님의 의견에 동의해요. 소설은 아무리 단편이라 해도 어느 정도의 길이와 주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진지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사진이나 그림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올리더라도 아예 완성된 것을 공개하는 것이기에 피드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글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고쳐나갈 수 있는 것이므로 자기 세계를 갖춘 작가가 아니라 습작기 단계에 계신 분이라면 인터넷에서의 무반응이나 혹은 지나치게 빠른 반응들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듯하네요. soon님 말씀처럼 처음에는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보여주시고, 좀 더 다듬은 상태에서는 직장 동료 분들에게도 피드백을 받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쓰시고자 하는 이야기가 재판 실화 이야기라면 같은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 누구보다도 깊이 있는 의견 및 비판을 해주실 수 있을 듯해요.
페이스북에는 "노트" 기능이 있어서 긴 글을 거기다 쓰셔도 되긴 합니다만 페이스북에서 장문의 글을 쓰시는 것은 저는 별로 추천드리지 않겠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선 글의 길이가 중요하더라구요. 그자리에서 빨리 읽어볼 수 있는 길이가 아니면 블로그나 다른 곳에 보관하셨다가 링크를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소설쓰기와 적절한 비판적 독자에 관한 내용은 저는 별로 도움될 만한 말씀을 못 드리겠군요. 쓰시면 읽어보고 싶다는 말씀밖에... 죄송 ^ ^
페리체/오오 고맙습니다ㅠ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십니다. 갑자기 고민이 싹 사라진 느낌이네요. 역시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 여러 분들의 애정어린 충고 말씀을 통해 역시 중요한 것은 그저 진실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sns는 직업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면 힘들다고 봐요.
어떤 분이길래 페북이나 트위터를 해야 할까 좀 우스운 생각도 들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고민하실만 하더군요.
저는 페북이나 트위터보다는 블로그를 권하고 싶네요.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배가 산으로 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등산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곳도 그곳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글쓴분에게 그곳은 옷에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