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저도 혹성탈출 대실망 이야기.

얼마 전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아마겟돈을 봤어요. 어린 시절에 (그 때도 아마 tv로 봤을 텐데) 좋아했어요. 브루스윌리스의 희생적 모습에 울었던 것도 같고. 잘 기억 못 하다가 다시 보니 반가웠지만 차라리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온갖 클리셰 범벅. 당시에는 참신했을 것들이 지금 보니 진부하기만 하고 그 진부함을 덜어내고 나니 아무 것도 남지 않았어요.

혹성탈출 보면서도 그랬어요. 예상이 빗겨나가질 않는. 숨겨둔 총도 위기의 순간에 말콤이 딱 시저 아들을 마주친 것도 다른 많은 장면들도.  어떻게든 숲에 있던 유인원들을 도시로 데려와야 했다지만 억지스러웠고요. 코바 말 한 마디에 여자,아이 유인원들이 대체 왜 전쟁터로 우르르 와야 하는지.

말콤의 아들과 말콤 여자친구 사이도
"아줌마에게도 죽은 딸이 있었어요?" 한마디로 갈등 종료. 그럴 거면 애초에 왜 그런 인물관계설정이 필요했을까요. 단순히 유인원에 비해 인간 쪽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니까? 인간도 유인원도 서먹한 부자관계니까 뭔가 부성애의 공통점을 발견한다든지 하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듀나님평 읽어보니 단순히 여성캐릭터에 관심이 없었던 게 맞는 것 같아요.  개리 올드만은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폭탄을 터뜨려 어떻게든 유인원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데 (말콤은 신기하게도 살았지만) 폭탄의 위력은 미미하고, 그걸 살아남은 인류의 지도자급 되는 자가 모를 정도로 어리석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직 설치중이니까 폭발이 위력적이지 않았다면 그걸 왜 대체 모르는지.) 지엽적인 것에 신경쓰면 끝이 없는 걸 알지만요.

또 유인원들이 하는 대사는 어법에 완전히 맞지 않고 단순히 단어의 나열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은 유려한 한국말로 하니 적절치 않다 느꼈어요. 유인원들끼리의 대화인데 육성 영어 대화도 불필요하다 싶을 때도 있었고. 하긴 영어권 관객이 봤을 때도 영어자막일테니 죄다 자막처리할 수는 없겠죠.

다만 유인원들이 총을 들고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니까, 조지오웰 동물농장에서 돼지가 마침내 두 다리로 서서 나타난 장면을 읽었을 때와 닮았다고 느껴서. 그 점은 좋았어요. 시저가 마지막에 코바에게 한 대사도요. 가치관이 변한 점이자 시저의 한계를 보여준 것 같아서.


코바와 시저가 접한 인류는 전혀 다른 모습이니 코바의 생각도 당연해요. 그래도 코바 캐릭터는 많이 아쉽네요. 전편이 탁월한 심리묘사로 사랑받았던 점을 떠올리면 더욱. 어쨌든 '숲에서 나온 유인원'이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3편에서는 재미있게 시리즈를 풀어나나가길 바랍니다. (다른 분들 평을 봐서 괜찮다싶지 않으면 안 볼랍니다.)
    • 저도 비슷한 감상입니다.


      코바나 카버나 흔하디 흔한 어그로성 캐릭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걸 보면서 시나리오 쓰기 귀찮았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드레이퍼스 역은 왜 굳이 게리올드만을 섭외했을까 싶을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캐릭터였고, 


      그나마 볼만했던건 코바가 바보 연기 할때 정도였어요.


      그리고 제가 봤을때도 유인원들 대사에 번역이 살을 좀 많이 붙였다 싶었는데 번역이 홍주희더군요.

    •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게 안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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