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어떤 폭력.
제가 유년기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로부터 당해온 폭력이 있는데요.
요즘 그것때문에 너무 힘든데 듀게에 털어놓으면 좀 풀릴것같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상당히...뭐랄까 징그러울수 있습니다. 심지가 굳으신분만 읽어주세요. 이런 글을 싫어하시는분도 계실것같아 좀 뜸을 들이고 써볼게요...
일단 아버지는 손찌검을 하는 사람은 아니고, 물건을 집어던지는건 저 유치원 다닐때가지는 그렇게 했던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기억 안나고,
소리 지르는건 엄청 심합니다.
제가 당하는 폭력은 예컨대 이런겁니다.
어디 섬쪽으로 여행을 갔는데 차가 밀리니까 엄마가 내리셔서 앞에 상황이 어떤지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돌아오는데 생각보다 좀 늦습니다.
혹은 다른 날, 회사에 야근이 있어 좀 늦습니다. 그래도 핸드폰으로 연락같은건 다 되고요.
그때 아버지는 씩씩거리고, 이를 악물며 굉장히 심한 욕을 합니다. '이년이 어딜 가서 어떤 새끼랑 붙어먹느라 이렇게 안와?' 제가 바로 옆에 멀쩡히 앉아있는데도요.
일단 왜 화가 나는건지도 모르겠고, 본인 자식 앞에서 배우자 욕을 하는데 스스럼이 없는것이 이해가 안가고,
게다가 엄마가 들어오면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그냥 씻고 평소처럼 둘이 대화하다 자고 그럽니다.
그러다 또 다른날엔 앉혀놓고 아빠가 돈을 못 벌어서 엄마가 집에 못 있고 밖에 나가 힘들게 일하는거다. 아빠도 그렇고 너네도 엄마를 도와주어야한다.
이렇게 가슴 아픈 표정을 지으며 저와 제 동생에게 말하는데 위에 말씀드린 그 씩씩대며 욕하는 모습이 겹쳐 보이고 구역질이 납니다...
친할머니, 그러니까 아버지 본인의 어머니한테 하는 모욕은 좀더 노골적인데, 할머니가 병원이나 절에 가실때 같이 거동을 도와드릴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근데 뭐 짐을 하루 종일 싸려고 하신다던지 출발할 시간이 다 되어서 씻으러 들어가신다던지... 당연히 답답하실때가 있지요 내일모레 연세가 아흔이 되시는데요.
이럴땐 대놓고 할머니께 '아 엄마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도대체 하는일이 뭐야 자식한테 한푼 도와주는것도 없고'
또 모셔다 드리고 저랑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이년은 일평생 내인생에 고춧가루 안 뿌리는 날이 없어 X년 X년'
연세가 80대 후반이 되시는 분이 시간 약속을 하셨을 때 그걸 칼같이 지키기란 어려운 일 아닌가요;;
이럴때 저는 소심하게 '그런 말씀 마세요.' 정도밖에 하지를 못했습니다... 씩씩거리면서 흥분한 아버지의 상태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리고 그 흥분한 상태에서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고있는 경우가 많아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몰랐습니다. 아니 지금도 모르겠네요... 그럴땐 어떡해야하지요...
아무튼 이런 사람과 살다가 거의 정서가 뭉개질뻔 했습니다. 지금은 독립을 했는데요. 이후로 피부에서 광채가 나네요...
솔직히 글을 쓰면서도 이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양육자 밑에서 멀쩡하게 자란 저와 동생이 고맙습니다. -_- 만약 남이었다면 절대 상종도 하지 않을 사람인데.
그래서 일단 앞으로는 최대한 접촉을 줄이려고 합니다.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진저리가 나는데요.
친척들한테는 제가 매정한 딸로 보이겠지요ㅋㅋㅋ저는 적당히 '아빠가 조금 간섭하는 타입이셔서 저랑 안맞는것같아요.' 이런식으로 때우려하는데
이모는 '아빠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는 아빠의 사랑을 뭔가 오해하고 있는것같아 ^^;;' 이런 소리를 하시니 복장이 터집니다.
심지어 엄마랑 할머니한테 아빠의 어디가 좋냐고 물어봐도 '니 아빠는 음... 그래도 착해~ 고등학교때 반장도 했단다~(무슨상관일까)' 이렇게 반응이 돌아오니
저는 뭐 그냥 속터져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입다물고 가만히 있어야겠네요? 이거 제가 맞게 생각하고 있는걸까요?
그리고 항상 아버지의 폭력성이 내안에도 있구나 하는걸 느낍니다.
버스에서 누가 조금만 부딪친다거나, 동성의 선배가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제가 안경을 아무데나 두어서 안보이는 눈으로 안경을 찾아다녀야 한다거나,
정말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 모든것들 때문에 저는 이를 악물고 치를 떨어요.
언젠가 이것이 내 애인과 내 자식을 향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물론 그렇게 안 되게 할거지만요.
뭐 답도 결론도 없지만 이렇게 쭉 적는것만으로도 마음의 무게가 덜어진것 같네요.
이런 얘기는 친구한텐 창피하고, 애인한텐 의지하기 미안하고 그래서 어디에도 할수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동생과 한번 의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녀석이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애에게 털어놓으면, 조금더 후련해 질 수 있을것 같아요. 지금은 군에 있는데, 동생의 휴가가 기다려지네요.
일단 저는 님께서 굉장히 대단해 보이고.... 암튼 저는 빠르게, 혹은 서서히, 법률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완전한 독립을 향해 나아갈 것 같아요. 그 상황이라면.
저는 전혀 대단하지 않은데 그렇게 봐주시니 민망합니다;; 지금은 거의 독립한 상태인데 많이 행복합니다ㅎㅎ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분노조절장애 같은병이 아닐까요.
우리나라 처럼 수직적인 가족 문화에서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악화될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그게 안되니까요.
맛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함부로 말씀은 못드리겠지만 거의 병적인것 같습니다. 근데 본인은 안 힘들어보이고 제가 더 힘들어 병에 걸릴 지경이니 미치겠네요ㅋㅋ
경우는 좀 다르지만 외부인이 잘 파악할 수 없는 인격적인 문제가 있는 아버지와 겉으로는 별 문제 없이, 그러나 속은 곪으며 살아온 경험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남동생이 있는 여자분이시라면 저와 비슷할텐데요. 제 경우는 다행히 아버지의 인격적인 문제에 대해 다른 가족들이 잘 인지하고 단결해 대처하고 있습니다. 주 피해자는 어머니인데, 저는 문제를 표면으로 끌어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남동생이 군필 이후 필요하면 아버지를 힘으로 컨트롤할 역량과 슬기가 생기니 큰 힘이 되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인생을 잘 사는 것이에요.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기보다는 그냥 서서히 '지나가버리는' 것이더군요. 자식들이 나이가 들고 아버지가 경제력을 잃으면 자연스럽게 권력관계가 좀 달라집니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각자 인생을 정신없이 살다보면 아버지가 행한 과거의 악마적인 일들이 가지는 존재감이 좀 희미해질꺼에요.
지금은 혼자 끙끙거리시는 단계니까 제일 그 문제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드러내고, 가족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시기 바랍니다. 몇 번 들이받는 것도 감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심적으로 단단히 준비를 하시되, 갈등을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했다 생각이 들 때 쯤이면 이 문제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어 있을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각자 인생을 꾸리는게 중요해요.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타는 방법을 다 배우고 타려고 하면 안됩니다. 속도를 내서 질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거죠.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엔 동생의 존재가 아주 다행스럽게 느껴지네요. 아직 갈등은 두렵고... 공감대를 형성하는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공감해 주시니 마음이 든든해지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도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안타까움에 글을 남깁니다. 모든 상황은 말그대로 case by case 이기 때문에 제 입장에 원글님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분노조절장애가 있고, 구타나 물건던지기 같은 물리적인 폭력은 절대 안하지만 언어적으로는 상당히 거센 분이십니다. 정도를 따지자면, 원글님의 아버님 보다는 약하신 것 같긴 합니다만. 주로 운전중에 끼어들기 등의 불쾌한 일이 있으면 경적을 매우 시끄럽고 길게 누르며 운전대를 휙휙 돌리고 욕을 하며 보복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식당 종업원이나 서비스센터 직원이 불쾌한 응대를 했을 때도 고성과 함께 집요하게 따집니다. 대체로 자신에는 너그럽지만 남이 잘못하는 것에는 굉장히 가혹한 스타일입니다. 저도 아버지의 그런모습이 싫고 이해가 안되서 특히 중학생 되었을 때는 몇달간 아버지를 피하고 말도 안섞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친한 친구랑 영화를 보고 왔는데 그 친구가 미리 상의없이 영화표를 샀는데 그 영화가 굉장히 재미없어서, 집에와서 조금 투덜거렸더니 아버지가 갑자기 제 친구에게 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너무 놀라고 아버지에게 실망해서 몇달간 거리를 두었죠. 아마 아버지는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모르실테고, 그 당시는 매우 서운하셨겠지만 아마 사춘기라서 저런가 보다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 욕을 하고 언성을 높이는 분은 아버지밖에 없습니다. 어머니랑 저는 아버지가 그럴때마다 말리고 핀잔을 주고 하죠. 그런데 제가 지금 성인이 되고 나이도 계란한판이 넘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버지를 고치고 싶어 하거나 원망하거나 그런다기 보다는 그냥 아버지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 부족하구나 하고 이해하는 쪽이 되었습니다. 제가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고객 대접안했다고 난리치는 손님들을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데, 아버지가 저랑 있는 자리에서 진상 손님과 비슷한 행동을 할때마다 정말 괴롭고 마음이 불편하고 그러지 말라고 수없이 이야기 하긴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세살먹은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미 환갑이 넘으신 분이 고쳐질리가 없습니다. 욕도 일종의 틱장애 일 수 있다고 하고 심리적 정신적으로 분노조절장애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은 그냥 넘기는 정도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분명 문제점이 있지만 결국 한사람의 인간이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반평생을 바쳐 노력을 했으며 가족을 매우 사랑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원글님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저희 아버지의 분노는 주로 외부인을 향한 것인데 비해 원글님의 경우는 어머님이나 할머님과 같은 가족 내의 구성원을 향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글님이 저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우신거 같고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구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단발성의 심한 욕" 만 있으시다면, 아버님께서는 원글님이 왜 자기를 피하는지, 왜 자기에게 불만이 있는지도 전혀 모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윗글에 쓰여진 것만 봐서는 원글님에게 직접적으로 폭력적인 언사를 한것은 아니시니까요. 어머님이 듣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님께 심한 욕을 한거는, 본인이 생각하시기에는 그냥 뒷담화 잠깐 한것 처럼 일시적인 불만을 표출한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기에 별다른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실거 같아요. 원글님이 아버님을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이라고 까지 생각하는건 상상도 못하실거 같고요, 이것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도 당연 모르실거 같습니다. 하지만 원글님은 아버님과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 거의 없으시고, 생각만해도 진저리까지 나신다고 하니까, 부녀(혹은 부자)지간이 많이 안타깝네요. 아버님이 정말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원글님을 언어적으로 학대한 것은 아닌것 같아서요. 혹시나 다른 문제가 전혀 없는 아버님이라면, 고치기는 사실 어려운 상태고, 원글님이 어느정도 포용하고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러운 글 남겨봅니다. 아마 이모님이 하신 이야기도 그런 의미일 거예요...
아 Tiny님 설명을 들으니 그 안타까운 심정이라는게 조금 이해가 가는것 같습니다. 다른 문제가 없다고는 못하지만... 아버지는 가정을 아예 내던지거나 박살내는 타입의 인간은 아닌것 같아요. 쌍욕은 본인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고, 그와는 별개로 어찌됐건 매일 돈을 벌어 집에 가져와서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을 부양해왔으니까요. 제 불만을 전혀 파악하지 못할거라는것,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다만 저도 마음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인간이라 그걸 일방적으로 포용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아주아주많은시간이요ㅋㅋㅋ휴...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친할머니의 관계가 출발같네요.할머니가 당한 괴로움까진 거슬러가기 어려우니 넘어가고요, 여자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큰 것 같아요. 어머니도 장하시네요.저같으면 같이 난리 쳤을듯. 같이 있을땐 아닌데 뒤에서만 쌍욕을 한다면 그거 좀 무섭군요.꼭 그런건 아니라면 말구요.
한번쯤 용기내서,짧게라도 본인의 심정을 전달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싶은데 저도 그런 용기는 잘 발휘 못해요.
전 그 사람이 운전중이라는걸 노리고 같이 죽자고 뒤에서 덤빈젘도 있답니다.물론 아버지니까 어렵겠지만 불편하고 공포스런 심정을 미친년 됐다치고 어필해보시는것도 괜찮아요.힘센 아들녀석이면 더 좋겠지만 도망갈 길을 찾아놓으시고 g랄발작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사는 식구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면요.
제가 어머니가 아니니까 확신은 못하는데, 거의 뒤에서만 쌍욕을 하시는것 같아요. 앞에서 그런식의 쌍욕을 하면 바로 가정이 파괴될거라는걸 아버지 본인도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겁이 참 많은데요. G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 솔직히 말해볼 기회가... 있으려나... 조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아버지가 소심하고 겁이 많은것은 사실입니다. 근데 그 스트레스를 저한테 풀고 있으니... 아직 불쌍하게는 안 보이네요. 저 안 대단합니다ㅎㅎ 조언해주셔서 감사해요.
네... 저도 거의 포기했습니다. 사람님 아버님께서는 본인이 그걸 스스로 아시고 노력하셨다니 부럽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