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 관련 이것저것

다소 두서 없는 글입니다.




*아마 지인들 고민 들어주기 시작한 게 한 3년쯤 전이었을 겁니다. 시작은 약물중독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머리를 굴려서 알아낸 건 "내가 충고나 조언을 하면 안된다"는 거였어요. 개인적으로 책임 못 질 말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만약 제가 허접하게 같잖은 조언을 했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굳이 절 원망하지 않아도 제 죄책감은 어쩌겠어요. 직접 아는 사람이라도 자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쓱 빠질텐데, 하물며 모니터를 방패 삼는 인터넷상의 사람들은 충고나 조언이 얼마나 질이 좋겠어요? 만약 충고를 하는 사람이 전문가라도 마찬가지에요. 돈을 받고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진 상황에서 나오는 말과, (극단적으로 말해서)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가 되는 인터넷에서 쓰는 글의 질은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학교에 온라인 상담 동호회...라기엔 꽤 큰 단체가 있는데, 여기서도 가장 큰 규칙 중 하나는 절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하라고 직접적으로 길을 가리켜 주지 말라는 거였어요. 전문가가 아니고, 책임을 못 질 사람들이니까요.



*잠깐 imgur에 나왔던 짤방 하나.

CWFTYoV.png

"만약 보통 질병/상해가 요즘 정신질환이 받는 대우를 받을 경우"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짤방.


우울증으로 대표되는 정신 질환을 그냥 마음 먹기 달린거라면서, 심지어는 환자가 그냥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 마냥 개무시하는 멍청이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렸죠. 어쩔 수 없긴 하죠. 정신 질환이란 게 비교적 눈에 띄지 않고 생소한 편이니까요. 하지만 이 문제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에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 질환은 과학이 아직 정복하지 못했고, 그러므로 의사도 별 걸 못 할 거라는 막연한 불신이 어디든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요. 상담을 받아도 심리치료사 밑 전문가에게 받아야 하고, 약물치료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질환"이라니까요? 한동안 많이 얘기를 들어준 한 친구는 그렇게 약물치료/의사가 싫다고 징징거리더니 결국엔 그걸로 조울증을 탈출했어요. 무안할까봐 추궁 같은 건 안 했지만. 그러니까 제발, 인터넷에 하소연 같은 글을 쓰는 건 좋은데, 조언 같은 건 찾지 말고 일단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찾아 주세요. 모두를 위해서.



*인터넷 게시판에 우울한 글 올리지 못하게 하는 거, 전 반대입니다. 얘기 들어준 사람들에게서 받은 증언을 써 보자면, 상담원에게 하는 하소연과 친구나 지인 등 일반인에게 하는 하소연은 분명 느낌이 다르다고 합니다. 왜냐면 일단 상담원이나 의사는 좋건 싫건 직업상 환자들의 문제들을 다 들어줘야 하지만, 일반인은 그런 책임이 없고, 그런데도 들어주는 게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해요. 일단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지만, 그 다음엔 정말 믿을 만한, 뭐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그리고 그걸 마다하지 않는 친구가 제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럴 순 없잖아요. 어떤 사람은 친구를 잘 못 사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누굴 믿어야 할 지 모를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이 익명 게시판에 최후의 보루로 글을 올린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마저 막아버리면 그 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아주 이상한 경우 빼놓고는 좀 말하면 어떤가 싶어요. 여기서 이야기하며 점점 나아지는 경우를 보기도 했고요

    • 정신질환을 다루는 비슷한 영역의 -- 비스으읏한 영역의 일을 하고 있어요. 아직 짬이 안되어 그러는지, 참 괴로워요. 괴롭고 고단하거나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힘들 때마다 듀게를 보곤 합니다. 그리고 거리두는 연습-이입하는 훈련을 해요. 사람이 자기 힘든 말을 하는 것도 못하게 하면 그게 어디 사람사는 세상인가요. 허공에 울리는 징과 같은 소리라도 그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살아갈 기운을 얻는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배우는 거구요. 그 징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시답잖은 말이라는 것도 알지만 살면서 깨달은 건 오직 하나, 내가 사람이라면 누구 편에 서야 하는가, 에 대한 답인 것 같네요. 결론은 --- 저는 저 자신을 위해 듀게에 올라오는 글들을 [선택적으로] 읽습니다. 링크해주신 짤방은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네요. 고마워요. 

    • 저도 잘 들어주는 편이긴한데 매일 우울한 얘기+남 험담은 계속 들으면 지치더군요. 우울한 친구에게는 상담 및 악물치료를 계속 권하는데 안 먹힘.. 제가 상담사가 아닌 한 적절한 처치도 힘들고.. 계속 얘기 들어주는게 치료를 지연시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주는 안보지만.
    • 게시판은 좀 낫구요. 여력있으면 읽고 안되면 스킵.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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