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우울함, 게시판에 대한 지극히 수준 낮은 바낭

저야 늘 스마트폰으로 많은 분들이 올려주시는 내용 읽는 것에만 충실한지라,

제가 게시판에 대해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 안맞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하게, 제가 정신심리적 질환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고 아파 본 적도 없기에,

그에 대한 해결책에 이래저래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낭을 하게 되는 근거를

주디스 버틀러의 소위 '여성 없는 페미니즘'에서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탈주체화된 정치학에 대한 논의이고, 성/젠더의 구성주의적 시각이 기본이 되어야 겠지만,

생각보다 질병/질환에 대한 논의도 실재론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정신심리적 질환은 특히나 구성주의적 시각이 강한 분야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논의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 책은 해킹의 Mad Travelers 가 있겠네요.)

즉 질환의 정의가 지배 담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질환이 타자로 위치하는

그 모호함의 영역에서 질환자/비질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과연 어떠한 방향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일 거예요.


아무리 고통의 경험이 편재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고통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실존적이기에

타인이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그저 자신의 고통에 비추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뿐일 거예요.

그렇다고 한다면,

대상이 되는 고통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하여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일부 닫아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이 공간이 상담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고,

우울함과 쿨(?)함의 유령이 게시판을 떠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 안돼, 로만 결론짓기에는

듀게는 좀 더 넓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머리 없이 이렇게 말씀드리기에는 제 지식도, 활동도 너무 적어 낯부끄럽습니다만,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는 곳이 이 게시판일 수 있기를 바라는

눈팅족의 넋두리.. 겠지요.

    • 모르는게 모르는 것만 아니고 아는게 아는 것만 아니고,



      • 이렇게 깔끔한 정리라니..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 듀게의 지배 담론은 다수결적으로 작동하겠죠. 그러나 그 판단의 목적은 타자의 고통 경감이고 방법론에서 차이가 나는 거겠죠. (다수 요법이 행해지고 있고 소수 요법은 그와 반대항에 있으니 잘못된 처방의 유지가 고통스러울거구요.) 그리고 질환자의 타자화는 걱정이 안 되는게 담론들이 화자의 고백으로 시작되니까요. 저는 온전히 검증된 방법론이 무엇인지 그것이 알려져있지 않거나 실지로 해답에 도달하지 못할 때의 대안은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전문가가 아닐 뿐더러, 이 상황을 해석하고 안을 제시할 전문가도 없습니다. 즉, 우울증 글을 읽으며 무답이나 전문가와 상담하라 말해야 한다는 담론조차 전문가 의견이 아니란 거죠. (작은 변수가 매우 크게 영향주는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법을 확신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만큼이나 소통의 부재도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전문가도 잘 모르는 형편에 - 저도 의학 공동체의 일원이고 가까운 지인에 정신과 전문의도 꽤 있는 편인데 - 담론이 전문가 의견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도 좀 과중한 부담일지도요.

        사람이란 종종 마음에 드는 한 이야기로 쏠릴테고, 그러다보니 게시판의 상담 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잘 이해해요. 그래도 고민도, 아픔도, 우울함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거꾸로 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고, 그 공간을 어떻게 가꾸냐는 성원의 몫이겠지요.

        말씀하신 사항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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