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이 없는 사람

고등학교를 사립계인문고로 나왔는데 같은 재단 여중의 교장이 설립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아이비리그를 나왔다고 하기도 하고 그 중 하버드를 나왔다고 꽤 똑똑하다고 아이들이 숙덕거렸는데

하룻강아지같았던 당시의 저는 직설적으로 비웃었어요.

'하버드씩이나 나온 사람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지 기껏 유학보내줬더니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게 뭐니!!'

여중교장이 한가롭게 뒷짐쥐며 왔다갔다하는게 그렇게 못나보이더라고요.


두둥~~~

그 아들이 부럽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러워요. 지금도 느릿느릿 걸어다니고 계시나요?




고등학교 1학년때 적성검사를 했는데 이과문과가 거의 똑같이 나왔고 그래프가 전체적으로 균등하게 꽤 높았어요.

들쑥날쑥했던 제 짝이 좀 난감해하며 한숨쉬는데 그 애앞에서 '야.. 난 다 해도 되나봐'하며 너스레를 떨었었지요.

그 후 얼마 지나서 선생님이 적성검사이야기를 꺼내는 데 균등하게 높은게 결국 재주가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청천벽력같은 소릴 하는 걸 들었어요.

그래도 저를 지목해서 하는 소리도 아니고 점수가 높은 것이 왜 낮은것과 같은지 납득이 안가서 그냥 무시해버렸죠.


두둥~~~

직장생활을 돌아보건데 이렇게 열의가 없고 애정이 없고.

어쩌면 적성이 이렇게 안맞을까요?

그렇다고 죽을것처럼 괴롭지는 않고.

남들이 다 보이는것처럼 지내는 것은 아닐꺼다 싶으면서도 이 열패감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적성검사 사회성 1%도 살아갑니다.

      • 지금 재 보면 그렇게 나올것 같기도 해요. 하하

    • 적성검사가 어케 나왔는지 기억이... 그나저나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네요. 이런 재주가 있으신데!
      • 오랫만이에요. 저 글 써놓고 무료적성검사 방금 해봤어요.


        나온 직업군을 보니




        두둥~~






        (안쓰렵니다)



    • 열패감은 우월감의 반작용이죠..

      내가 생각하는 (잘나야 마땅한) 내 자신과 현재의 자신간의 괴리에서 오는 거죠. 부족한 자신, 열패감을 느끼는 자신마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수 있을때 우월감도 열패감도 희미해지지않을까요.


      다른 사람들도 살구님과 다를바없이 좌절도 하고 사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 너무나 내 자신이 초라해요. 스스로를 다독이는 게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들어서 놀라기도 하고요.

    • 어릴때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저는 부모님께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었더랬지요 ㅠ


      지금까지 버티시고 올수 있던게 재능 아닐까요?

      • 아니요!!!


        궁핍과 곰같은 성격이요.

    • 선생 말이 맞습니다 어중간의 집합체일 확률이 높아요.

      • 맞습니다. 하하하

    • 전혀 근거없는 소리지만 "죽을 것 처럼 괴롭지는 않고"라면 어느정도 적성에 맞는 일을 하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적성이란 자기가 좋아하냐 아니냐와는 좀 무관하겠죠. 메피스토는 한달만에 10kg가까이 빠지고 죽을 것처럼 괴로워서 때려치우고 나왔지요.



      •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선생님을 지망하지 않았어요?

        • 막연하게 선생님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중고교시절 얘기고 그 썰을 듀게에 푼적은 없을거에요. 학교-졸업도 사범대와는 거리가 먼 과정이었고. 

    • 챈들러 빙이 생각나네요. 이건 나의 길이 아니야! 하며 단호하게 직장을 때려치고 나와서


      적성검사를 해봤더니 기껏 나온 게 그 전직장과 같은 일. 인생 별거 없죠.

    • 적성은 문과였는데 그게 싫어 고등학교 내내 들인 노력에 비해 점수 잘 나오던 영어 국어는 거의 안하고 수학과학만 붙들고 있었더니 후자가 점수가 잘 나와 이과로 진학했습니다. 그때부터 흑역사가 시작되었죠... 한 10년 죽을만큼 힘들다 진로를 바꿨는데 말투가 공돌이 같다고 그러고 수학이나과학인 분석을 좋아합니다...

      적성은 변하는겁니다.. 그냥 현직장이 맘에 드느냐가 있을뿐
    • 오래 전 직업적성 검사에서 '농부'가 나왔는데, 당시엔 그 의미를 몰랐죠. 지금은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수긍 정도가 아니라 '적성검사는 대단해!'라는 느낌이군요. 하지만 게을러서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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