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길티 플레져
요즘 저는 몇가지에 빠져 있습니다. 첫째는 마라샹궈. 산초와 고추와 기타 매운 향신료를 넣고 기름에 여러 재료를 볶은 중국요리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조경규씨의 "차이니즈 봉봉" (다음 웹툰에서 검색)에 사진과 함께 잘 나와 있으니 생략하구요. 이 얼얼한 맛에 며칠에 한 번씩 꼭 주문해 먹습니다. 중국인들은 마작을 하면서 이걸 맥주와 함께 먹지요. 도박을 하면서 이 맵고 짠 걸 먹는다니 얼마나 몸이 짜릿짜릿 하겠습니까.
두번째로 빠져있는...아니 있다가 나온 건 팜 빌 2입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탈 때 지루하지 않게 가려고 게임을 하나 다운 받았는데 지우지 못하고 계속 끌고 가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가장 중독성 있는 앱 게임"을 쳤더니 이 게임이 나오더군요. 아닌 게 아니라 얼마나 중독적인지, 더이상 안하려고 두번이나 지웠다가 다시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시 설치하지 않을 거예요.
이 게임이 중독적인 이유는 경제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레벨이 낮을 땐 밀 같이 싼 걸 사고 팔아요. 레벨이 높아질 수록 상품에 부가가치를 보탤 수 있게 되고, 보상도 커집니다. 보상이 커질 수록 살 수 있는 비싼 물건도 생겨나죠. 그래서 만족하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을 해요. 보상이 가장 커지는 단계는 식물 생산도, 동물 부산물 생산도 아닌 제조단계인데, 제조기계를 많이 사려면 진짜 돈을 내야해요. 너무나 사람 욕망을 잘 아는 사람이 게임을 기획한 것 같아요.
닥터슬럼프님이 듀게에서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 책을 소개해주시면서 사진을 올려주셨는데요. 보다시피 오스트리아 학파는 교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고전주의는 생산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하죠. 이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생산은 중요해요. 그런데 다른 이웃과 생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 판매 과정에서 충분히 이윤을 창출할 수 있어요. 귀한 물건을 만들어서 가격을 높게 매겨 큰 돈을 버는 거죠. 제 생각에는 한국인들은 이 게임을 미친듯이 잘 할 것 같아요. 이 게임을 공장처럼 돌리면서 지휘에 따라 교환할 수 있으면 그것 역시 상당한 재미가 있을 듯....제가 속해있었던 길드는 히스패닉 길드였는데, 덕분에 스페인어 몇 개를 배웠네요. 무차스 그라시아스. 데 나다.
http://www.djuna.kr/xe/board/11426387
제가 또 하나 빠져 있는 건 듀게에서 몇 번 소개한 바 있는 로버트 쉴러 교수의 아이튠즈 강의입니다. 이 강의를 거듭 들으면서 제가 이 노교수의 미소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얼굴이 잘생긴 남자는 아닌데, 곱게 늙어 충만한 매력이 있습니다. 자기가 남 앞에서 강연하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미노년이 수줍은 목소리로 강의하는 걸 들으며 출근을 하면, 하루가 충실해지는 것 같아요. 이 분이 강의 시작하는 몇몇 부분은 외우기 시작했네요.
그러고보니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와 더불어, 시사인 이종태 기자의 "금융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가 출판되었네요. 이종태 기자의 시각은 좌도 우도 아닌 실용이란 생각을 하고 있던 차라,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책 지르는 게 또 길티 플레져죠.
그리고 하루일을 충실하게 해내지 못했을 땐, 밤늦게까지 안자면서 어질어질한 상태로 제 자신에게 벌을 주는 게 길티플레져입니다. 에구 오늘도 이렇게 늦게 자면 안되는데요.
파...팜빌...
페이스북 유저라면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간다는 바로 그...
전 뭔가로 기분이 안 좋으면 늦게까지 안 자면서 자학(?)을 합니다
있으면 좋은건데 생각해도 없네요 불행하다.
로버트 쉴러 교수의 강의는 유튜브 Open Yale Courses에서도 들을 수 있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WQui_3Hpmmc&list=PL8FB14A2200B87185 (영어 자막도 볼 수 있고요)
경제학은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도망다니는 분야인데 닥터슬럼프님의 책 소개도 그렇고 겨자님의 거듭되는 강의 추천도 그렇고 한 번은 들어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밀려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강의나 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마지막 줄이 아... 그렇네요. 가장 큰 길티 플레져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