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이 글은 푸념성 바낭입니다.

글쓴 사람이 좀 그래서 우울함이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저는 길 찾기에 대해 두려울 정도로 공포심을 갖고 있습니다. (?)

태어나서 죽 자라온 도시는 참 좁은 동네입니다. 

10분만 버스 타서 나가면 곧 시내구요. 30분 버스를 타면 외진 농촌 동네가 나옵니다. 

저는 버스비란 건 한번 타면 안 바뀌는 줄 알았습니다. 대도시에서는 버스를 타면 거리만큼 요금이 늘어난다면서요? 저는 그런 걸 일본에 여행가서야 알았습니다.

여기서는 1100원만 내면 종점에서 반대편 종점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죽 살다보니, 부산을 한 번 갔는데 왜 이리 넓은지 지하철은 왜 이리 넓은지. 

눈이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전 아마도 방향치거나 길치의 부류에 속하겠지요. 

그래서 어딜 여행을 간다고 해도 어디에 있는 유명한 가게라든지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것 자체가 공포스럽습니다.

길을 모르겠으니까.

대도시라면 그나마 물어물어 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본에서는 그것도 잘 안 되니까 하루에 한 두 군데 들르니까 그만 해가 저물어버리더군요. OTL

이래선 혼자 여행도 못 갑니다...

아래 런던에 들르면 찾아갈 곳이란 글을 봤더니... 이렇게 많은 곳을 다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만 해도 그냥 암울해졌습니다.

저는 런던에 갈 수 있다고 해도 제대로 여행도 못하겠지요.

기껏 한다면 모르는 거리에서 맘껏 헤메는 것 정도일까요....



2.

그런데 제가 10일날 서울에 갈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떤 행사를 보러 가는 것인데... 지금부터 걱정이 됩니다.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 가더라도 시간에 맞춰 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거기다 11일에는 부산에 가야 합니다. 

또 어떻게 길을 찾아갈 것인지... (이하생략)

길 찾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되네요.


서울 분들은 어떻게 그 큰 도시에서 사시는지 모르겠군요.

서울에는 경기도권에서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하던데, 제게는 일종의 경이로 보입니다.

대체 그 넓은 곳을 어떻게... 




3.

전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지만, 가끔 듀게에서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받는데 어째서일까요.

제가 쓴 글은 거의 다 극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서술한 것뿐인데... 

대체 무엇이 잘쓴 글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칭찬할 게 없어서 해 주신 말인 걸까요, 라고 하면 실례일까요... 

이렇다할 아름다운 묘사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문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까요...


잘쓴 글이란 무엇일까요.



4.

반 패닉 상태에서 쓰다보니 왠지 글이 몹시 산만하군요.

늘 그렇지만 이런 푸념도 할 데가 없어서 적어 보았습니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불안함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생에 이정표는 없겠지만,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끊어진 길이 아니기만 빌 뿐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에 대한 공포...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 어디 갈 일 있으면 전날 시뮬레이션을 몇번이고 해요. 사람 많은 낯선 곳에 갈때는 손에 막대기든 뭐든 쥐고 있어야 해요 겁이 나서.

    • 2. 저도 모태 길치입니다. 건물 입구를 못 찾아서 15분간 헤맨 적도 있고.. 하여튼 ('ㅅ')b 길치에 대해선 나름 입지(??)를 다졌다고 자부합니다

      그래도 여행가서 미아가 되지 않고 무사히 귀환 합니다. 방향감각 뛰어난 사람에 비하면 더 고생하고, 적은 곳을 방문하게 되지만

      그것도 나름의 즐거움이죠. :)

      에아렌딜님도 여행갔다가 무사귀환하셨잖아요?

      중간 과정은 그저 여행의 일부분으로 즐기세요.


      서울과 부산 여행 즐겁게 하시기를!
    • 외국도 갔다왔으면서요 거기 안사는 사람은 다 그래요 누가 길을 물어봤는데 한참 후에 그길에서 그사람이 또 물어봤어요. 걱정하는거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 제가 느낀 에아렌딜 님의 글은

      쓸데없는 미사여구없이 담담히 써내려갔는데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진솔한 마음으로 쓴 글이기에 독자의 마음 중 맞닿는 부분이 공감과 여운을 주는 듯 합니다. 평범한 단어로 구성되어있는데도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주욱 이어가죠.

      예를 들어 '모르는 거리를 맘껏 헤매는 정도일까요.....'를 읽고 저는 모르는 거리 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게 맘껏 과 어울려져서 읽는느낌도 좋고,쓰신 의도와 다르게 모르는 거리를 맘껏 헤맨다는 문장은 왠지 여행의 고단함과 설레임이 느껴져 좋아요.

      그런 편안한 문장들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울림을 줍니다.


      저도 심각한 길치인데 스마트폰 지도앱을 보며 잘 찾아다닙니다. 서울 산지 십오년이 훨씬 넘었으나 얼마전 밤늦게 생판 안가본 동네에 가서 길을 잘못들어 심장이 터질듯한 기분으로 겨우 버스를 탔죠. 잘모르는 동네는 두렵긴하지만 스마트폰은 무적입니다.
    • 자신의 영혼을 솔직하게 보는 힘이 부러워서 그런 거라 생각해요

      서울 오시는데 맛집 정해서 먹고 맥주 한잔 하시면 어떨까요 아무튼 즐거운 생각 하시길...
    •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살면서 단 하나 확신하는 것은, 아무도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말이에요.


      저는 얼마 전에 사고로 친족을 잃었습니다. 젊고 건강하고 행복한 청년이었는데, 주위는커녕 본인도 채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나갔죠. 빈소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저기 있는 저 조문객, 저 여자, 저 남자는 모두 어제까지만 해도 제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우리는 같은 목적-고인에 대한 추도-을 가지고 공간을 공유중이더군요. 발인이 끝나자 그들과 나는 다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과 나는 다시 만나게 될까요? 만난다면 또 어떤 일로 만나게 될까요?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그래서 준비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기뻐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때로 불안함은,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닐까 추측해 보고는 합니다. 물론 그 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우습게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불안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질 때도 있더군요...
    • 저도 길찾기를 어려워해서 예전에는 안가봤던 곳에 갈 때 인터넷 검색해보고 주변지도 프린트까지 해서 가지고 다녔어요. 길을 갈 때 항상 딴생각을 해서 그런지 맨날 다니는 길도 방향과 점으로 기억할 뿐 그 사이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래서 가까운 동네(심지어 집 반경 500m;;)라도 평소 다니던 길과 방향이 아니면 헤매기가 부지기수라는 슬픈 길치의 삶...ㅠ_ㅠ 지금은...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인 네비게이션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마침내 문제 해결했습니다. 네이버 지도로 경로 찍고 실시간 내 위치 확인으로 다니니까 신세계에요...+_+ 

    • 잘 쓴 글은 잘 읽히고 잘 이해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묘사를 위한 묘사와 문장력을 과시하는 글들보다야 본문의 글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복잡해도 사람 사는 도시고, 늘 가는 곳만 가는 게 사람인지라 이내 익숙해지는 것 아닐까요.

    • 제가 요즘 조금이라도 긴 글은 잘 못읽는데 에아렌딜님의 글은 집중이 잘되고 술술 읽혀요. 글에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도 잘 전해지구요.

    • 저는 제가 찍은 방향이 항상 제가 가야할 방향과 반대 방향일 정도로 길치인데... 서울에서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오히려 사람 많이 사는 동네는 표지판도 많고 여차하면 길 물을 사람도 많고 해서, 저는 인적 드문 작은 도시에서 길찾기가 더 난이도 높게 느껴지던 걸요. 넉넉한 시간만 있다면 표지판이나 지도도 오래 들여다 보고 물고 물어 돌고 돌아 어떻게든 길을 찾을 수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 제가 좋아하는 글은 소화가 잘 되는 글이에요. 머리로 이해가 잘 되느니 아니니가 아닌 문자 그대로 읽으면 속이 편안해지는. 

      에아렌딜님 글이 그러하네요.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신 건지 어떠신지는 모르겠지만 흐름이 되게 자연스러워요. 이미지 메이킹(나는 굳이 떠들진 않겠지만 읽는 사람들이 내 글에서 캐치하고 언급해줬으면 좋겠음)의 흔적이 없어서인지 그냥 읽다 보면 제 내면도 찬찬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듭니다.


      우울함을 담고 있는 글에서 정갈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범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 그냥 타고나신 것 같아요. 

    • 1. 전 길 찾는 건 모르겠는데 내가 어디서 왔는지 되짚어가는 능력이 그냥 없어요. 90도 회전 두 번 하면 벌써 잊어버리는 수준이에요




      3."제가 쓴 글은 거의 다 극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서술한 것뿐인데"


      -그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




      4. 산만하면 어때요. 바낭은 산만해야 제맛 아니겠어요?


      • 3."제가 쓴 글은 거의 다 극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서술한 것뿐인데"


        -그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222222222


      • 3."제가 쓴 글은 거의 다 극히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서술한 것뿐인데"
        -그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면 놀라실 겁니다. 333333333333333 

        어우. 소리 꽥 지를 뻔 했어요.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데요.
    • 1. 요즘엔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가 있잖아요. 집 근처에서 길을 잃던 저도 앱 깔고 나서는 길을 잃어본 적이 없어요.


      3. 저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뭔가 제 눈에 필터가 단단히 씌여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스스로 아주 부끄러워지는데 에아렌딜 님의 글에는 그런 게 없어요. 감정의 가감 없이 딱 그만큼만 표현 하시는 것 같아요. 문장도 술술 읽히고 무슨 말씀 하시는지도 명확히 보이구요.
    • 네이버 지도! 최고입니다.
    • 저도 길 참 잘 잃어버려요. 지도 앱 보고도 갸웃갸웃할 때가 많고요;; 근데 잘 모르겠으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봅니다. 애절한'ㅅ' 표정을 지으면 십중팔구 다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고요.




      직장을 옮기고 일하면서 긴 글을 쓸 일이 많아져서 글 잘 쓰는 법 책 같은 걸 보고 잘쓴 글도 찾아서 읽고 있어요. 제 일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없지 않나 싶어요. 그걸 잘 포장해서 포장했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글(?)이 잘 쓴 글이란 생각이 요즘 문득 들더라고요. 근데 에아렌딜님은 의식적인 노력없이 글을 이렇게 잘쓰시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 일본에서 혼자 잘 사셨다면


      한국에서 길 잃을 걱정 같은 건 좀 접어두고


      어깨 펴고 다니셔도 될 거여요.




      저는 다른 나라에 스마트폰 들고 혼자 슥 가서


      그거 보면서 물어 보면서 슥슥 찾아 다녔는데,


      지나고 생각하면 참 무슨 용기와 배짱으로 그랬지? 싶었던 적도 있지만


      스마트폰과 구글 지도 있으면 처음 가는 곳도 잘 다닐 수 있어요.



    • 저도 선천적 길치입니다. 저는 저의 본능의 지시는 절대로 신뢰하지 않아요. 본능이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대부분 오른쪽이 정답입니다 ㅎㅎ




      에아렌딜님 글은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아요. 쉽게 읽혀요. 무슨 감정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니터를 넘어서 전달해져 옵니다. 매력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말로 설명을 못하겠는데 느끼는 그 것, 아닐까요? 나들이 잘 다녀오시고 또 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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