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맞이 잡설

0. 전에 저희집은 한옥에 살았습니다. 그래서 여름철엔 7월 더위보다 8월 늦더위가 살인적이었습니다.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을 정도 였으니까요. 그 시절이 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추말리기' 였습니다. 어머니가 돈을 들고 고추를 삽니다. 그걸 옥상이 있는 옆집에 널어 놓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재앙은 시작됩니다.

그쯤 되면 우리 가족들의 인기 프로는 일기 예보가 됩니다. 태풍은 오는지 집중 호우는 어떻게 되는지 경험이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이게 비를 뿌릴 건지 아니면 지나갈지를 판별 합니다. 그리고 구름이 낮게 깔리고 구름 굴곡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면 아버지를 제외한 온 가족들은 옆집으로 뜁니다. 왜냐구요? 비가 쏟아진다는 신호니까요.

그리고 집안에는 매케한 고추냄새가 진동합니다. 햇볕으로 말리지 못하는 고추를 방안에서 말리게 되는 거죠. 빈 방에 불을 넣고 거기서 고추를 말립니다. 혹시나 곯는다고 선풍기를 동원하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고추를 이리 저리 뒤집습니다. 그렇게 구름이 또는 태풍이 지나갈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때만 해도 제 소원은 옥상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이었습니다. 옷도 옷 답게 챙겨입지 못한채 집에서 입던 채로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등떠밀려 남의 집에 고추 걷으러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한참 사춘기에 정말 죽도록 가기 싫거든요. 

그래도 어쩝니까? 가야죠. 한 달은 그렇게 보내면 고추가 마르고 그 마른 고추를 들고 방앗간으로 가면 모든게 끝납니다. 아니 11월에 김장을 담그면서 모든게 끝나게 되죠. 이제 집엔 옥상이 생겼지만 고추를 말리지 않는군요. 


1. '레드 벨벳' 이란 그룹이 새로 선보였다고 해서 찾아봤습니다. 저는 신선 해서 좋았습니다. 사실 걸그룹이 나오면 너도 나도 벗고 나와서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너무 풋풋하게 본연의 색깔로 나오니 불쾌한 것도 없고 그냥 정공법 대로 나온 것 같아 호감도가 생겼습니다. 


2. 오늘 버스 타고 집에 가는데 중학생쯤 되보이는 학생이 내릴곳 다 왔다며 자리를 양보합니다. 일단 앉기는 했습니다만 집에와서 거울을 봤습니다. 대머리도 아니고 얼굴에 주름이 심한 것도 아닌데 심지어 백발도 아닌데 왜 자리를 양보했지 싶었습니다. 딴엔 앞에 두리번 거리는 아저씨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했지만 저는 별로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리 양보 받으려면 30년은 남았거든요. 


3. 여름을 탓는지 한 동안 식욕부진에 시달렸습니다. 먹는 양이 보통때 보다 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뭘 먹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드고 뭐고 책이고 나발이고 다 치우고 그냥 게임 레벨업에나 신경쓰면서 한 달 가까이 보내다 며칠 전 부터 식욕을 겨우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부모님 모시고 동네 순대국집 가서 순대국과 머릿고기 좀 먹고 왔습니다. 그러고 나니 좀 살것 같군요. 

    • 그런 옛이야기 너무 좋아해요 옛날 단편소설을 보는거 같습니다 아저씨 나오기 전엔 옛날 단발머리 소녀를 생각했어요 그렇게 먹을 때 보약보다 좋은거죠.
    • 고추 말리는 얘기 재미있었어요. ^^ 버스에서 자리 양보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셨겠네요. ^^ (기운이 없어 보였거나 몸이 아픈 것처럼 보였을지도 몰라요.) 순대국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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