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 기승전결 대신 승전전전
1. 우선 캐릭터가 약하다는 평이 있던데... 캐릭터가 약하다는 느낌 안 들었고 뭐 무슨 캐릭터가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네요.
2. 영화가 '기' 없이 '승전전전' 그리고 갑자기 확 끝나는데 이순신 이야기는 다 아는 내용이라 '기'가 없어도 괜찮은 것 같고...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감독이 과감하게 뺀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봅니다.
3. 몇몇 액션 장면에서 오~ 하면서 감탄했는데 전체적으로 해상 전투 장면이 아주 훌륭합니다. 액션 장면이 한 시간 정도 계속 나와서 그런지 '순류역류'가 생각나더군요.
4. 김한민 감독 영화 중에서는 '극락도 살인사건'을 참 재미있게 봤는데 비슷한 영화 한 편 더 찍을 생각 없는지 궁금하네요.
5. 최민식이 이순신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민식 아니었으면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후반부는 거의 최민식이 영화의 전부...
6. 진구랑 이정현 나오는 장면 정말 손발이 오글오글...
7. 류승룡의 눈빛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류승룡은 원래 멋있지만 악역 연기할 때는 멋있는 걸 넘어서 섹시하더군요.
8. 어제 밤 10시에 봤는데 CGV 일곱개 관에서 상영하는데도 매진. 밤 10시에 사람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네요.
9. 영화 보면서 계속 궁금했던 거 하나... "일본은 대포가 없어? 왜 대포를 안 쏴?"
대포가 왜 없겠어요. 뭐 그런 거지요.
우선 저는 이번 편은 그닥 좋은 감상이 안 들었지만 계속 속편이 만들어질 테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고증에 신경쓰길 바라면서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니까.
대포가 없는게 아니라 두 나라의 배의 소재, 용도의 차이 때문에 대포를 쓸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조선은 소나무 소재로 아래가 평평한 배였기 때문에 대포를 쓸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일본의 경우는 속도 위주로 배를 만들기 위해 아래도 뾰족하고 삼나무 소재로 하다보니까 대포를 장착해서 쏠 수가 없는 뭐 그런 거였다는 설명을 봤어요. 그래서 조선 배가 일본 배에 부딪혀도 더 강하기도 했구요. 아 그리고 일단 일본의 경우 백병전이랑 총이 주무기였다고도 해요(대포가 명중률이 낮아서 총을 더 선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네요)
아무리 판옥선이 킹왕짱이라 해도 물에 띄우는 배는 참나무류를 쓰는 게 흔합니다. 소나무를 썼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일본의 아타케나 세키도 일본의 박물관에 가보면 대포 달렸습니다. 조선역해전도처럼 박루에다 줄 달아서 메달지도 않고 잘 써요. 사실 삼나무나 참나무나 물에 띄우려면 어지간한 두께가 아니고선 배가 못 견딥니다.
판옥선이 강한 이유는 님의 말씀처럼 평저선이라 딱히 밸러스트가 필요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고, 그간 왜구들을 상대하며 발전시킨 크고 아름다운 벽이였지요. 일본의 입장에선 마치 지진 속에서 공성전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대포는 단지 명중하여 침몰시키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대포알이 배 근처에만 떨어져도 그 충격으로 일본의 작고 카와이한 배들은 요동을 치며 당연히 선상의 병사들도 제대로 방어열을 갖추지 못합니다. 대열이 생명인 해전에서 아웃컨트롤의 배가 앞에 있다는 건 고속도로에서 앞 차가 전복된 상황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서구의 갤리선 등도 꽤 넓직하게 떨어져서 다녔다고 합니다.
일본의 강점은 다년간의 내전으로 단련된 육군이었고. 해군이래봐야 그냥 배탄 육군이었죠. 적 배에 근접해서 갈고리던져서 올라타서 백병전을 벌이는 전통적인 해전스타일이었고. 조선수군은 오히려 근대적인 스타일의 원거리 함포전을 주로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일본군 배는 배자체의 내구성이 약하고 해서 포의 반동을 견딜수도 없는 구조였고요... 한마디로 그전에 개망하긴 했지만 조선수군의 시스템이 일본수군보다 앞선 시스템이었던거죠. 지금하곤 완전 반대죠. 지금 육군은 한국이 쎄고 해군은 일본이 쎄니까요.......
일본 배가 약하다는 건 꽤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아타케만 하더라도 모든 한국인들의 바람과 달리 충각에서 더 우월한 구조이구요. 판옥선은 충각에 잘 버틴다는 거지 이론상 충각을 할 만한 구조가 안 됩니다. 뭐 작은 어선 사이즈야 가능하겠지만.
일본 배가 대포의 반동을 견딜 수 없다는 것도 역사스페셜의 왜곡입니다. 정면 뿐만 아니라 사이드에 화포를 운용한 사례는 많습니다. 사실 연발이 힘들고 명중률이 낮은 중세시대 선박의 화포에 있어서 반동은 그닥 큰 요소가 아닙니다.
원래 임란 때 해전이 포격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선군의 일방적인 포격이었죠.
왜군은 포도 못 쏴, 조총은 판옥선 관통은 커녕 나무방패도 못 뚫어, 그러니 할 수 있는 게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백병전을 유도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장선 한 기로 선두부대 상대로 그렇게 씐나게 킬을 따낼 수 있었던 거고요.
이런 면모는 제법 영화에 잘 드러나는데, 아이고 맙소사, 영화 끝까지 보고도 왜군 쪽에 포가 없었다는 걸 기억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는 슬픈 사실...
그런면에서 거북선이 앞에 서서 왜구의 배들을 몸빵하고, 뛰어내리지 못하게 위에 철심까지 박은 것입니다.
우리나라배는 육탄돌격해서 부수거나 대포, 왜놈들 배는 가까이 가서 갈고리로 근접해서 도선+백병. 용도가 이렇게 다른거죠..
그런데 대한해협은 어떻게 건너셨나들 몰라요....
댓글들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원균에 대한 분노 게이지가 마구 치솟는군요.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 원균이 원거리 포격전이 아니라 왜구들 처럼 쇠사슬 걸고 백병전을 시도하겠다고 이순신과 갈등하는게 나오죠. 그게 전통적인 방식이라면서요. 그리고 왜구는 대포를 배에 실을 수는 있었는데 들보에 대롱대롱 매달아 쏴야 했답니다. 대포를 만들줄을 몰라 수입해서 써야했을 뿐만 아니라 배가 약해서 대포를 운용할 수 없었다네요.
속도를 2배로 빠르게 해서 보면 금방 볼 수 있어요.
2개 정도 더 보면 배의 구조와 대포얘기까지 나옵니다.
원균이 일본군과 백병전 하자고 이순신과 언쟁을 했다고요? 세상에~ 일본군은 백병전의 귀신들이에요! 오죽하면 명의 장수 척계광이 일본군 1명이 명나라군 10명을 상대한다고 한탄을 했을까요....그 발언이 극 중 가상의 발언이 아니라 실재였다면 원균은 정말...;;
그래서 듣자하니 이순신은 언제나 부하 장수들에게 해전에 임할 때 마다 일본군의 배 근처도 가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하죠. 난중일기 읽을적 마다 '왜선을 깨트렸다...내가 왜선을 깨트리니...라는 구절이 단지 적을 물리쳤다는 수식어인줄 알았다가 말 그대로 대포로 부수어 버렸다는 뜻이란걸 알고...헐;; 했던 기억이 납니다.ㅋ
참고로 당시 실제 조선군의 해상 백병전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네요. 일본군이 조선군의 배 위로 뛰어들면 갑판위의 조선군들은 재빨리 아랫층으로 도망쳐 내려갑니다. 영화에 보면 노 젓는 사람들이 있는 아래 1층 공간 말입니다. 모두 거기 숨어서 문을 꼭 닫고 버티면 위에서 일본군들이 문 열려고 쿵쾅 거리며 날뛸때 근처의 조선 수군 배가 일제히 활을 쏴서 갑판위의 일본군들을 모두 제압해서 잡는거죠.
물론 영화상이니 해상 백병전 만큼 멋지지는 않겠지만, 이순신 본인이 백병전은 절대 안된다고 부하 장병들에게 계속 훈시를 내린터에 이런 장면 하나쯤은 나왔어도 재미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더군요ㅋ
진짜 역사스페셜이랑 불멸의 이순신이 역사왜곡 엄청 해버렸군요. 또 그걸 고대로 쓰는 무식함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