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의외로 실망스러웠어요;;;(스포일러 있습니다)

사실 입소문 이런거 전혀 안듣고 사전 정보가 전혀 없이(마블 영화라는 정도?) 친구 따라 극장에 갔습니다.  제가 마블 유니버스에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문에 가오갤에 대해 기대치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요. 그럼에도 실망을 꽤 하게 되네요.  물론 이 영화 특유의 매력적인 유머코드나 흥겨움 같은 장점들은 보였습니다만 그걸 상쇄시킬 정도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느꼈어요.  

단점을 몇가지 꼽아 보자면


1. 90년대 비디오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악역

저는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인 로난 더 어큐저라는 인물에 대해서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이며 목소리만 그럴 듯하게 으르렁대는 멍청이 정도의 인상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다스 베이더 마냥 이러쿵 저러쿵 할 거 없이 평면적 캐릭터에 나쁜 짓 조금만 보여줘도 다 커버할만한 외모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구요. 애초에 이 영화의 악역 집단인 크리 제국 자체가 그냥 파워 레인저에나 나올 법한 B급 악당 정도로 묘사되고 있어요. 실체와 목적도 불분명하고 침공 이전에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라 얘들이 누군지 그냥 잘 모르겠어요.

영화를 본 후에 찾아보니 로난 더 어큐저나 크리 제국이나 원작 세계관에서는 삐까번쩍하게 장대한 설정이 쓰여져 있는 듯 했고 세계관 내에서 뭔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듯 합니다만... 2시간짜리 영화 자체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 같은 역대급 캐릭터를 바란 건 절대 아닙니다만, 같은 회사 제품인 스파이더 맨 시리즈에서의 고블린이나 닥터 옥토퍼스 급 퀄리티의 묘사를 해주길 바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ㅠ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로난 더 어큐저의 행동만 표현될 뿐 이 캐릭터가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는  전혀 안 나와요. 이래서야 로난은 전형적인 고전 비디오 게임식 악역 밖에 못되지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이유도 없이 나쁜 놈 말입니다.

저는 이 영화만 보고서는 왜 로난 더 어큐저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잔다르를 파괴하고 싶은 건지 그 동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영화 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사건인데도요. 제가 원작을 안 봐서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만 설정 상으로는 드높은 충성심과 전사로서의 명예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카더라... 는데 영화만 보고서는 식상하게 나쁜 놈일 뿐 도저히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단 말이죠. 

그리고 이 캐릭터가 재미가 없을지라도 영화 내의 상황이나 다른 캐릭터들의 조화를 통해 영화가 흥미로워질 수 있는데 주인공 일행이 빠지고 로난 등의 악역들만 나오는 장면은 긴장감이 비교적 떨어지고 평범해지며 흥이 안 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히어로 영화로서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런 부분 없이 스페이스 오페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재미없는 악당을 내거는건 히어로 영화로든 스페이스 오페라로든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맞서 싸울 나쁜 놈들이 부실한데 히어로들이 흥을 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2. 인피니티 스톤

이 영화에서 내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물건이 인피니티 스톤입니다. 마블 유니버스의 창조주인 네메시스가 만든 보석인데 시간 정지, 영혼, 공간 조정, 행성 파괴 등등의 히어로 물에서는 최상급의 막강한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보석들이라고 하네요.

사실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설정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 쓴 양산형 판타지 소설 설정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만한 설정이죠. 그런데 이 설정이 마블 유니버스 상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고 카더랍니다... 뭐 저런 물건이 세계관 내에 존재한다면 중요하게 다룰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 저는 역시 이 영화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다루는 방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영화 전반부에서 인피니티 스톤은 오브에 담긴 채고, 등장인물들이 이걸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죠.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 뭔지도 모르는 둥그런 물체를 가지고 몇십분 동안 아웅다웅 하는 모습에 감정 이입을 해주기란 참 힘든 일이었어요. 

감독이 이게 엄청나게 중요한거다! 하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관객을 궁금하게 하는 테크닉을 보여줬나?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하구요. 영화 전반부에 오브는 주역들이 손에 쥐고 다니는 돌맹이에 불과한 정도였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도 '저 돌맹이가 뭔데 저렇게 열심히 싸우나.' 정도의 불구경 수준이었구요. 초반부에서는 주역 캐릭터들을 구축해야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감안은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초, 중반부까지는 캐릭터가 영화를 많이 채워주는 편이구요.

그런데 중반부에 오브가 개봉된 뒤 인피니티 스톤의 효능이 콜렉터란 인물에 의해 요약식으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콜렉터의 노예인 카리나가 갑툭튀해서 인피니티 스톤을 들고 자폭하죠. 콜렉션 하우스는 완전히 박살나구요. 이 영화에서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묘사는 그걸로 끝입니다. 영화 후반에서 로난 더 어큐저가 이걸 들고 '우와와와왕, 파워업' 하는 장면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만...... 영화 러닝타임 내내 인피니티 스톤을 가지고 죽을 둥 살둥 싸움박질을 하는데 묘사가 이것뿐이라니 좀 그렇죠. 좀 센 핵폭탄 정도 위력인가 싶은 정도? 그토록 위험한 물건이라는데 주인공들은 그걸 대충 들고 다니고 연출력 부재 덕에 인피니티 스톤이 화면에 나와도 별 긴장감 조성도 안되죠. '이 물건은 행성을 파괴할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 있다네 블라블라' 한다고 긴장감이 생기는 거 아니잖아요. 연출을 해줘야 그런 줄 알지. 

지켜보는 제 입장에서는 인피니티 스톤을 꼭 되찾아야겠다는 영화의 흐름에 공감해주기가 참 어려웠어요. 크리 제국과 악역이라도 제대로 표현되면 인피니티 스톤이 아니라 구식 화승총을 찾으러 간대도 긴장을 유지하며 봤겠지만 그것도 아니죠.

애초부터 매력적이지 않고 평범한 설정이었으니 원작에 종속당하지 않고자 대충 이런게 있다고 치고 다른 것에 집중하려는 시도였다고 봐줄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두고 대혈투를 벌였다면 아예 다루지 않는 것도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이걸 버림패로 쓰더라도 좀 밀고 당기고 팽팽한 연출력으로 소화시켜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중에 떡밥을 회수하지 않더라도 인피니티 스톤을 잠깐 떨어뜨렸는데 인피니티 스톤의 능력 중의 하나가 갑자기 발현되서 주인공들이 식겁한다든지 하는 연출은 15초만 투자하더라도 뽑아낼 수 있죠.

이 영화는 캐릭터를 말할 때에는 재미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장면들에서 시간을 들여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하려는 로난, 욘두 등의 악당들과 그걸 염려하는 노바 같은 세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런 부분에서의 연출력이 평범했기 때문에 관객 입장으로선 3파전이 벌어지건 4파전이 벌어지건 간에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장면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지요.

잔다르라는 도시가 왜 침공당해야만 하는지, 왜 꼭 인피니티 스톤이 있어야만 잔다르를 파괴할 수 있는 건지(크리 제국은 우주선도 많은데 그냥 함포로 쏘면 못 이기나?)에 대한 설명, 개연성도 부족하기 때문에 부정적 시너지 효과가 증폭되구요. 인피니티 스톤을 버릴 거면 아주 버려버렸어야죠.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 해매는 로난이나 욘두 같은 인물들을 시시껄렁하게 묘사하고 좀 힘을 뺐으면 저도 '인피니티 머시기가 뭔 상관임? 웃기면 그만이지.' 하고 봤을 겁니다. 

그런데 영화가 주인공 일행 아닌 인피니티 스톤과 그에 관련된 세력, 갈등과 싸움을 묘사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A급이에요. 주인공들을 다룰 때처럼 B급도 아니고 주류의 정서로 재미없고 진지하게 다루는 거죠. 이런 장면들에선 연출력은 평범했고 영화적 재치는 상실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원작이 발목을 잡는 거 같아요. 이 영화가 인피니티 스톤에 시간을 할애해서 득본 건 하나도 없거든요. 애초에 스토리에 중점을 안두는 영화인데 그런 멍청한 물건 두고 싸우는 것보다 주역 캐릭터들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3. 캐릭터 묘사

이 영화에서 심리가 제대로 다루어지는 인물은 스타로드 정도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상세하게 묘사가 되고 있죠.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보여주기로 표현해주는 인물이 스타로드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겠습니다. 스타로드는 시간을 들여 묘사한 값을 해주고 영화 내내 흥겹게 극을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굉장히 평면적으로 다루어지는데요, 예의 그 말해주기는 전가의 보도처럼 통용되죠. 감옥 씬에서 로켓과 드랙스는 줄줄이 자기 과거사를 읊어대고 가모라 역시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본인 입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감옥 씬에서 어떻게든 캐릭터 설명을 해내려고 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로켓 같은 경우 '말하는 너구리라고 차별당해서 매우 힘들었음 징징' 류의 대사를 매우 진지하고 격정적으로 내뱉지요. 지켜보는 제 입장에서는 별 복선도 없이 갑자기 이런 감정을 터뜨리니까 대략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좀 쿨한 배드 애스 캐릭터라면 그냥 '잡것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대충 산다' 하고 넘길 문제이기도 했고요. 유쾌하던 캐릭터가 갑자기 엑스맨 흉내를 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캐릭터들이 루저라고 납득시키려는 건가 싶기도 하구요.

그것도 툭 지나가듯이 말했으면 또 모르겠는데 옛다 과거사다, 관객들 내면 연기 보고있나? 하고 던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차라리 안 다루는 게 나았다 싶을 정도로요. 이런 정보를 안다고 그 뒷부분에서 로켓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다고 캐릭터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죠. 이러느니 차라리 그루트처럼 단순하지만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스타워즈 프리퀄의 아나킨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캐릭터의 드라마가 자연스럽게 표출되는게 아니라 강박적으로 설정을 따르려고 하는 느낌? 인체개조, 정신조작 등의 무자비한 실험을 당해서 아픔이 있다는 설정이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이렇게 감옥 신까지를 소화해 낸 결과 구축된 캐릭터들이 매력적인가 라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띄우게 되네요. 

가모라는 아바타의 여주와 차이점을 찾기 힘든 반듯하고 정의로운 여캐 정도, 드랙스는 근육 빵빵하고 단순한 힘캐 으리남 정도로만 묘사되고 이야기에서 그 이상의 힘을 쓰지 못해요. 조연 캐릭터라서 비중을 덜 줄 수는 있는 건데요. 허나 이 영화가 캐리비안의 해적 마냥 원톱 잭 스패로우만 믿고 가는 영화도 아니고 팀의 유기적인 캐미스트리를 챙겨야 할 텐데 5인방 중에 2명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건 좀 문제지요. (그래도 가모라가 최종 결전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하는 것 처럼 귀여운 장면을 좀 더 추가해 주면 괜찮아질 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로켓과 그루트를 매력적으로 뽑아냈다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루트는 저도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로켓은 캐릭터 본연의 매력보단 그냥 말하는 너구리가 총을 쏘는 컨셉이 재밌는 거 아닌가 싶어요. 저는 로켓이 한 솔로 스타일의 투덜이 캐릭터인데 한 솔로와는 달리 미묘하게 자주 열폭하고 짜증나는 구석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캐릭터가 성격이 더러워서 짜증을 내도 귀엽고 웃기게 낼 수 있는 건데 로켓은 매우 진지하고 재미없게 짜증을 내는 편이죠. 과연 이 캐릭터를 인간으로 바꿔놔도 똑같이 매력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캐릭터들의 동기 묘사 또한 빈약한 부분이 많은데, 영화에서 이 캐릭터들은 팀을 짜서 거대 빌런인 크리 제국에 대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들이 그렇게까지 할 요인이 있었나요? 가모라는 뭐 적의 수장인 타노스가 싫다니까 그려려니 하고 드랙스는 로난이 원수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이런 동기도 크리 제국이 얼마나 악한 지에 대한 묘사가 완전히 생략된 채로 캐릭터가 일일히 말해주니 좀 이입이 안 되고 붕 뜨죠.)

그런데 영화 상으로 나타난 바로는 스타로드와 로켓은 적당히 약삭빠르고 잇속을 차리는 캐릭터들인데 전형적인 트레저 헌터 캐릭터상이죠. 그런데 이런 캐릭터들이 거대 제국과 싸우게 하려면 뭔가 강한 동기를 유발시켜야 되는데 이 캐릭터들은 스리슬쩍 정의감이 생겨요. 별다른 묘사가 전혀 없이요. 그리고 이런 행동이 가능하게 하려면 이 캐릭터들 간에 강한 유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인물들이 로난과 대적하러 가는 시점에서 그런 캐미가 있었는가? 도 의문스럽네요. 이 캐릭터들을 하나로 묶을 루저 정서가 보도자료처럼 잘 표현되지도 않은 거 같구요. 로난에게 패배한 후 스타로드가 '우리는 ~~~해서 루저이지만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는 요지의 말을 하는데......

이게 뭡니까. 교장선생님이에요? 주입식 설명인가요? 로난 일당에게 한번 패배한다고 루저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인생이 루저인게 잘 표현됐어야죠. 스타로드의 성장 과정을 상상해 보면 불쌍하게 컸을 거 같긴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현재 시점에선 뺀질뺀질하게 좋은 우주선 타고 잘 사는 것 같이 보이고 욘두에게도 꽤 당당하게 굴며 먹고살기 힘들다거나 빚에 쪼들린다거나 하는 부분도 없죠.드랙스나 가모라 같은 인물도 로난에게 가족을 잃거나 하는 등 비극적인 개인사가 있긴 하지만 그건 과거가 불쌍한 거지 영화가 표방하는 B급으로 찌질한 루저 히어로 정서와는 거리가 멀지요. 이게 루저면 어릴 적에 고아로 큰 사람들은 죄다 루저게요?

루저라는 것이 찌질성이 아니라 가족 등의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이라고 친다 하더라도, 비극은 누구나 겪는 것이며 이 인물들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정의를 추구할 만한 충분한 요인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여요. 게다가 이런 정보들은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장면으로 보여지는 게 아니라 인물들이 주절주절 읊어줄 뿐이라 공감이나 이입이 잘 안됩니다. 그리고 이런 루저 정서를 주인공들이 공유할 수 있게 묶어주는 영화적 장치도 전무하지요. 난데없이 스타로드가 '우리는 모두 루저' 라고 갑자기 급정리할 뿐이구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한다고 갑자기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이 영화에서는 스타로드만 유년 시절의 상실감으로 인해 찌질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을 뿐 다른 인물들은 루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특히 가모라와 드랙스는 정상인에 가깝지 않나요? 그루트 역시 인간이 아닐 뿐 선량하고 좋은 친구구요. 이 사람들이 왜 루저인지 설명 한번 안해주고선 삐까번쩍한 우주선 타고 다니며 저런 대사를 치니 멍해지더군요.


4. 불균일

이 영화는 올드팝과 함께 시작하죠. 이 영화에는 스타로드와 로난의 최종 대결 장면에서 보여지는 것 같은 매력적인 고유의 정서가 분명 존재합니다. 유머도 꽤 재미있는 편이구요. 

그런데 그런 B급 정서가 영화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지독하게 지루한 장면들이 동시에 존재해요. 주인공 일행이 화면에 나오고 투닥거릴 때는 괜찮은 편인데, 로난 더 어큐저와 크리 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안 좋은 의미로 파워 레인저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흔해 빠진 악당들이 모여서 악당 모의를 하거나 노바 공무원들이 대책을 세우거나 하는데 끔찍하게 지루해요. 이런 장면들에서는 이 영화 고유의 정서가 상실되고 질 낮은 블록버스터 급으로 퀄리티가 떨어져 버립니다. 주인공들의 진지한 장면에서도 힘이 확 빠지는 것 같았구요.

전투신 또한 그런 인상을 주는데요, 앞서 말한 동기 묘사의 빈약함 문제가 큽니다. 크리 제국이 뭔가 위압적이고 사악한 세력이라는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보니 크리 제국이 대침공을 벌여도 전투신에 몰입을 할 수가 없어요. 주인공들은 몰래 도망갈 수도 있는 건데 정의감으로 싸움에 끼어든 겁니다. 그럼 당연히 관객이 크리 제국이 나쁘고 잔다르는 꼭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게 만들었어야죠. 하지만 영화는 둘 다 실패합니다. 영화 내에서 잔다르나 세계관이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SF에 나오는 흔한 우주 도시' 일 뿐이구요.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전투신 자체는 비주얼이나 CG가 훌륭한 수준인 데 비해 정작 전투신이 흥겨움과 긴장감을 그닥 주지 못합니다. 감정 이입 문제를 떠나서 전투신을 다루는 연출력 자체도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그리고 크리 제국의 침공으로 인한 대형 전투신이 2번이나 반복되기 때문에 템포 조절 실패 및 영화가 늘어지고 클라이맥스가 중복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중간에 한 번 시계를 보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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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점을 늘어놓으면서 로튼토마토 점수를 한번 봤는데 92%에 육박하네요. 이 영화의 장점을 분명 인정하지만서도 이렇게까지 호평을 받을 영화였나요? 제가 아무리 관대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해봐도 이 영화는 분명 내러티브가 허술하다는 약점이 있는데요.

원래 평점을 신경 안쓰기는 하는데 내 취향에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식 유머도 좋아하고 히어로도 좋아하고 스페이스 오페라, B급 정서 모두 좋아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저도 재미없었습니다. 히어로물 같지도 않았고. 등장인물들의 매력도 잘 모르겠고. 세속적인 인물들이 갑자기 개과천선 하는 부분도 갸우뚱 했고. 긴장감 없는 거야 전체적인 톤이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인물에 대한 몰입이 안되다보니 전반적으로 시큰둥하게 되더라고요.
    • 러닝타임을 30~40분 정도 늘려서라도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좀 더 해주는게 나았을거 같기도 해요. 가모라 같은 캐릭터는 원작에서는 우주에서 제일 치명적인 여자라는데 영화만 봐서는 통..... 우리반 반장해도 되겠던걸요.

    • 1번은 구구절절 공감하고 영화에서 제일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에 주인공들의 이야기(모험과 관계맺기)에 무게와 초점이 쏠렸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확실히 스타로드인데 말씀하신 것처럼 나머지 캐릭터들이 색깔이 없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그래서 영화의 악당과 인피니트 스톤이 그 자체로는 식상하지만 주인공들이 주는 즐거움 덕분에 살았다고 봐요. 그런데 제가 뭐라고 하건 글쓴 님께서 안맞으셨으면 그런겁니다. 저도 평이 그렇게 좋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보고 화가 날 정도로 싫었는데요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거죠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는 영화가 존재할리 없다고 봅니다.





    • 검정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영화는 캐릭터에 명운을 건 캐릭터 영화나 다름없지요. 뭐 제 취향이야 저렇지만 다른 관객들은 대체로 스타로드, 로켓 라쿤, 그루트 3인방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 하더군요. 나머지 2인의 묘사가 빈약하고 평범하게 표현된다는 얘기는 종종 나오는 듯 합니다만.

    • 저같은 경우엔 나머지 둘도 소소하게 재밌고 좋았어요. 딱히 우열을 가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다만 그루트와 스타로드가 더 애정이 가긴 합니다. 


      어머니를 잃은 아이가 만화책같은 판타지 세계로 도약하는 영화다보니 스타로드에게 무게가 쏠리는게 맞고 모든 주연이 다 똑같은 비중으로 그려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 (스포 있습니다) 글쎄요, 이 영화의 특성이나 분위기상 로난마저 복잡한 내면을 갖거나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악당이었다면 결말 장면이 맥빠졌을 것 같아요. 오히려 비디오게임에나 나올 법한 전형적인 악당이기에 B급 히어로들이 전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결판을 내는게 쾌감을 주었다고 보기에, (닥터 옥토퍼스나 고블린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전에 저런 식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허탈했겠죠;;) 악당은 딱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바와 크리의 관계나 잔다르가 갖는 의미는 조금 더 보여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지만요.




      캐릭터 묘사도 내면 심리를 다 다룰 필요가 있나 싶네요. 로켓이 내 경력은 이렇고 저렇고 과거사를 설명해도 그건 크게 의미가 없어요. 실제로 비중을 부여한 것도 아니고요. 걍 "얘는 이런 과거가 있어. 별로 이 영화에서 중요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설명하지 않을 순 없으니까 30초 정도로 넘어갈게"라고 감독이 관객들에게 익스큐즈를 구하는 정도인 듯 해요. 로켓이 진짜 어떤 캐릭터인지 보여주는 부분은 탈옥 부분이죠. 오히려 저는 그 부분이 로켓/그루트/드랙스의 캐릭터성을 따로 불필요한 장면을 할애하지 않고도 잘 보여준다고 보았어요. 어차피 이 캐릭터들을 모으려면 감옥이든 뭐든 강제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탈옥은 어차피 필수적인 과정인데 재미있기까지 하니까요. 오히려 이 모든 캐릭터들의 심리나 과거에 집중했다면 배가 산으로 갔겠지요.




      가모라나 드랙스의 매력이 나머지 3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많이들 공감을 하는 바이고 좀 더 나은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만, 어차피 한 편의 영화로 결판을 보려는 시리즈는 아니고 나름 차분함을 줄 캐릭터도 필요하다고 보면 이해는 해 줄 법 했습니다.

    • 로튼에서의 호평과 북미 흥행 대박은 미국 평론가/관객이 영화를 보는 관점때문이기도 한데요, 애초에 시작이 88년으로 제시되고 영화 내내 그들 입장에서는 추억의 팝송인 음악들이 깔리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80년대 풍의 주인공/동료/악당을 가져와서 이걸 비틀고 뒤집는데서 웃음을 주는 작품이기에 캐릭터나 특유의 정서에 대한 호감이 (한국 관객들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제가 미국 거주 중이라 첨언하면 극장 내의 반응도 아주 좋았고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같은 영화라면 얘기가 전혀 다르지만, 내러티브라는 건 논리적인 결함만 없다면 이 영화에 있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봐요.

    • 저도 악당은 딱 악당으로서만 충실하면 된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뭐 그걸 감안해도 로난은 지나치게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생각이에요.  이 영화에서 악역이 인간미가 있으면 이상할수도 있다는 건 맞는데 차라리 좀 똘끼, 코믹성이 있다거나 진지하게 구는데 이상하게 웃긴다거나, 혹은 허세를 부리거나 블랙코미디를 보여주거나 하는 식의 다른 방식의 매력을 보여줬으면 좋을 텐데요. 주역들이 나오는 신은 볼만한데 로난이나 욘두가 나오는 신은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주인공 캐릭터에 영화의 모든 걸 몰빵하다보니 주인공이 안나올 때에는 재미가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 이 부분이 저랑 의견이 좀 갈리는 듯 싶네요. 저는 악당까지 코믹하거나 똘끼가 있으면 영화 자체가 산으로 갈거라고 생각하고요,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진지하고 무게잡는' 80년대풍 악당을 B급 허세충만한 주인공 그룹이 보통 히어로 영화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방법으로 때려잡는 것이 포인트라고 보았습니다. 악당이 코믹했다면 그 부분에서 오는 (긍정적인 의미의) 위화감이 전혀 없었겠죠. 

        •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80년대풍 무게잡는 악당을 썼기 때문에 결말은 굉장히 독창적으로 뽑아낸 거 같아요. 로난이 왓 아유 두잉 할때는 저도 많이 웃었죠.

    • 캐릭터 묘사의 경우는 꼭 무슨 플래시백을 써서 과거지사를 줄줄 읊으란 건 아니고 말씀하신대로 인물의 대사나 일상에서의 자잘한 디테일, 잔동작, 사건에 대해 보여주는 반응 같은걸로도 챙길 수 있는 건데 제가 봤을땐 이 영화에선 그런 부분에서 독창적인 모습이나 인물에 대해 이해, 공감을 쉽게 해주는 행동들이 많았다기보단 '아 얘는 이런 애니까 딱 이 정도 행동을 하겠지' 같은 평이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감옥 장면에서 로켓이나 드랙스 성격으로 탈옥을 하는 건 당연한거고 좀 때려부순다는 거야 다 이미 관객이 납득, 예상하고 넘어가는 거 아닌가요. 드랙스가 우직하며 격투에 능하고 라쿤이 성격이 더럽고 지략가적인 면이 있다는 건 그야말로 기능적인 표현이지 캐릭터를 풍부하게 해주지는 않지요. 그런데 영화는 딱 거기까지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스타로드가 기를 쓰고 워크맨을 찾으러 가는 장면은 시간 얼마 안쓰고도 스타로드의 상실감과 결함을 보여주고 관객이 스타로드에 대해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좋은 표현이었어요. 그루트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 역시 잘 표현되는 편이고요.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인물에 대해선 이런 작지만 효과적인 디테일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가모라의 경우도 삶의 목적 없이 명령만으로 살아온 인생에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장면들에서 가모라가 공허함을 가진 캐릭터라는 인상은 받기 힘들죠. 이런 묘사도 시간을 크게 투자하지 않고도 가능한 부분일텐데요.

    • 제 감상은...

      1. 악당은 그 정도 무게감이 딱

      2. 콜렉터가 보여준 영상 하나만으로 드럽게 재수없는 물건이라 받아들임

      3. 로켓 생김새가 귀여워서 그 성격 아니면 관객이 너무 빠져듬

      4. 원래 병풍


      어느 영화든 아쉬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만 영화의 무게를 잘 파악하고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이 영화에 너무 빠져들어서 걱정이네요.
    • 대체로 동감합니다. 옛날 비디오게임 같다는 느낌은 저만 받은 게 아니었네요. 비슷한 서사를 많이 경험해서 그런지 다음 장면이 예상되기도.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가야 하다보니 캐릭터들 성격도 최대한 발휘된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초중반은 아기자기하게 재밌었는데, 중후반부에 동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몰입이 안됐어요. 

    • 저도 이영화 엄청 지루하게만 봐버려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말이 동어 반복적이란 생각이 들고, 쌍팔년도 반공영화 보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친구~~ 친구~~ 블라블라하는 장면에서, 정말 영화 보는 내내 시큰둥:: 매력을 하나도 못찾겠습니다.

    • 저도 시작하고 1시간 까지는 꽤 재미있게 봤던 거 같아요. 중후반부에 스케일이 커지고 사건들이 벌어지는 데 인물들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고 감정 이입 하기가 힘들었던 게 제일 큰 재미 저하 요인인것도 비슷하구요.

    • 영화 제대로 안 보고 까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2번 항목만 봐도. 살짝 터치만 해줘도 별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무기라는데... 뭔 설명과 설정이 더 필요할지...(핵무기나 세균병기의 은유같은 느낌) , 루저 운운하는 부분만 해도... '우린 모두 루저야'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라도 쉽게 알아들을 중의적 표현이었잖아요. Loser(<-수정).. 잃어버린 사람, 가족을, 인생을, 고향을 잃어버린 인물들. 그 한마디로 서로의 공통점을 묶으며 동시에 과격한 모습 뒤에 숨은 복층적 캐릭터도 설명이 되고. 동시에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놓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자는 동인도 제공되는 거죠. 너무 단순화시켰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겠지만 러닝타임 안에서의 타협은 불가피했을 것이고. 저 정도면 충분히 요약했다고 생각되는데요?

      • 뻔한 것지만:; Loser 아닌가요? 전 그 부분에서 손발 퇴갤 수준의 오글거림을 느끼면서.. 이 영화 참 너무한다란 느낌을 얻어서::  우뢰매 보던 감성이 필요했나 봅니다.

      • 오우 ~ 주인공들이 너무 태평해 보여서 그 대사라도 없으면 안되겠던데요.
    • 근데 영화나 창작 작품의 매력을 결정하는 건 구조나 뭐 그런 것의 완벽성은 아닌 거 같아요.


      말씀하신 내용 대부분 동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재밌게 봤거든요... 결국은 개개인에겐 어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큰듯.


      왜 반하면 곰보도 보조개라고...(...)

    •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매력과 군상극이 개인에게 얼마나 먹히느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대다수에게는 잘 먹힌 편인거 같구요. 저한테는 좀 안 먹힌거 같네요;;; 캐릭터에 모든 걸 걸고 내러티브는 조금 신경 안 쓴 영화인데 저 같이 이 영화의 캐릭터가 안 먹히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의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만 가지고 있는 영화인데 이렇게 안 먹히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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