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참모총장 책임의 결과
육군참모총장이 윤일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지요.
참모총장 개인에게는 대단한 불명예일지 모르겠으나,
그가 앞으로 살아갈 삶을 생각하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책임을 진다"에 합당한 행동인지 의문입니다.
대장으로 전역한 그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평생동안 매달 452만원의 군인연금을 수령하게 됩니다.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으니, 교수나 각종 위원회 위원, 재단 이사장 등 갈 수 있는 자리가 정말 많을 것입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등의 장관급 자리에 공석이 생기면, 항상 하마평에 오를 것입니다.
그는 퇴임 후에도 주위사람들에게 "총장님"이라 불리며 대접받을 것이고,
그의 가족들은 "참모총장의 부모, 배우자, 아들, 딸"이 되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것입니다.
참모총장 입장에서는 물러나는 것 이외에 어떤 책임을 더 질 수 있겠느냐 생각하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한 서민은 사의를 표명한 것이 과연 "책임을 지는 것"인지 아리송하고,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책임을 지는 행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자가 물러나기를 바란 사람은 많더군요.
그리고 이제는 윤일병 사건 당시의 국방부장관이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나기를 또 바라고 있고.
가만 보면 공무원 커리어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게 목표지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뭔 일을 잘 하겠다는 게 목표가 아닐지도.
저도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좀 다른 얘기같지만 정운찬 제 친정쪽 집안으로 같은 종씨인데 친정쪽 집안행사에 초대되어 와서 다들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려고 혹은 인사라도 한번 하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잃는 것이 무엇인지.. 돈? 명예? 권력? 건강? 잃은 건 아무것도 없지 않나요?
공인이 공적 지위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자 최대의 책임 아닌가요? 그 개인의 신상에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바램이죠. 전 노무현이 완벽하게 결백한 건 아니라고 보지만 그를 압박한 사람들의 심리도 이글과 마찬가지였겠죠.
언제든지 다시 임명될 수 있는 일반 장관과 달리,
현역 군인인 참모총장에게는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작은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요.
공무원/군무원들의 경우엔 한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그 당사자에게 있어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참모총장은 물러나면 다시 임명될 일은 없겠죠 - 굳이 따지자면, 가능성은 낮지만 꼭 등용하자고 맘먹으면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될 순 있긴 하겠네요. )
제가 현 참모총장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없지만,
글쓴님의 반응으로는 육군참모총장과 그 가족이 퇴임 후에,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네요.
윤일병 사건은 분명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할 심각한 사안이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하나의 사건으로만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고위직 공무원은 이러나 저러나 말이 많죠 뭐.
워낙 그쪽 물이 어디 하나 아닌 곳 없이 드러운 것도 우리 다 알고 있고,
게다가 세금 받고 일하는 사람이니 엄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있다 봅니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물러나는 건 도망간 거지 책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임지고 해결하든, 책임지고 보상이든 배상이든 하든, 책임지고 감옥엘 가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 보고 책임졌다고 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뭐 공무원 커리어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 많은 임금과 편한 복지 등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말씀처럼 그리 가벼운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내 자식 죽여놓고 저것들은 떵떵거리면서 사네, 싶겠죠. 하지만 그 부족함은 군대에서 채워야 한다는 전제 아래 총책임자로서 참모총장의 책임을 물어야지, 개인에게 부족함을 채워봤자 어차피 다른 의미에서 깃털 때리기 아니겠습니까. 전두환처럼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인명을 살해한 게 아니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물어야하니까요.
그런데 군대와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과 참모총장 개인이 책임지는 방식은 다릅니다. 구체적으로는 참모총장 개인이 보상, 배상을 할 수도 없고, 감옥에 가는 건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저는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체벌을 가할 수도 없고.. 불명예퇴직이니 연금이나 앞으로 각종 처우에 페널티를 줄 수 있겠네요. 하지만 굳이 참모총장 개인을 넘어 그 주변 사람까지 불명예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회사원 등 조직생활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업무 중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칩시다. 경우에 따라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본인이 조직생활을 그만두는 것보다 더 강하게 책임지는 방법이 있나요? 물론 윤 일병 사건처럼 엄청난 사건이 자신의 책임 아래 벌어지는 건 상황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그건 뒤집어 말해서 우리 직업이 참모총장이 아닌 거랑 비슷한 거죠.
퇴직 후 얻는 혜택을 생각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참모총장에 대해 저는 별다른 지식이 없습니다만, 글에 거론된 명예와 혜택은 그 직위에 올라갈만큼 국가에 헌신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받는 보상입니다. 국민연금이나 노령연금 타는 사람들은 연금 받기 위해 은퇴한 뒤에 또 일하는 것 아니잖습니까. 뭐 계급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직위에 비합리적으로 보상이 많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고요.
물론 말씀대로 은퇴 후 각종 타이틀을 가질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저는 몇 줄 위에서 회사원 예를 들었는데, 사표 써도 재취업을 하거나 가게 하나 차리거나 여하튼 그리고 그 중 많은 타이틀은 이번 총장이 임기 중 유례없는 군대 내부 폭행 사망 사건으로 불명예퇴직했다는 점이 고려된 가운데 주어질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총장님 운운하며 대우해주겠죠. 그렇지만 이건 총장의 잘못도 아니고 사회 전반적인 문제죠.
사퇴가 그리 가벼운 방식은 아니라는 제 견해에도 그 결과가 긍정적이냐면 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 직후 총리가 사퇴 드립을 쳤던 걸 생각해보면, 책임지는 건 물러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시정한 뒤 물러나는 게 적절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세월호 참사처럼 실시간으로 수습 국면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니 이 상황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리 지키려고 버틴다, 고위직은 놔두고 말단만 자르기한다고 욕 먹을 겁니다. 실제로 장관이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했을 때 여론이 그랬죠.
또 새로운 인사를 통해 더 강력하게 군 문화를 개선하기를 기대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총장이 옷을 벗으면 그 이하로 줄줄이 벗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 결과 승진하는 사람만 신나게됐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군을 해경처럼 해체할 수도 없고 누군가 그 자리를 채워서 재발방지책을 책임지고 만들어야죠. 그 자리를 채우는 게 박공주 사람 심기판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건 총장의 사퇴 문제와 별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