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판떼기에 돌 놓는 게임이죠."
신의 한수를 보고, 바둑에 대해 호기심이 좀 생겨서 검색을 하다
서봉수 9단이라는 기사분의 어록을 봤습니다.
과문해서 처음 들어보는 성함이지만, 조훈현9단이 독주하시던 시기에 연구생같은 엘리트 출신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내기바둑을 두시다 프로가 되셔서 거의 유일하게
조훈현 9단의 상대가 될만한 바둑을 두셨던 분이라고 하네요.
후덥지근한 날씨처럼 미문에, 수사에, 꾸밈에, 허레허식에 휘감겨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의미부여를 하느라 텁텁한 나날,
저 아웃사이더같은 기사님의 대답에는 뭔가 시원한 맛이 있네요.
너무 거창해지진 말아야겠다.. 혼자 생각하려다 글 남깁니다.
강아지죠.
선생님, 치아관리란 무엇인가요?
제목 보자 똑같은 생각 했는데, 참 사람이란 게... 그렇네요.
전에 머리깎으러 가던 미용실 아저씨가 갈때마다 손님 없으면 하고 계시길래
저 스무살 때였는데 그때부터 바둑에 대해 좀 연구해봤었어요
재미있지만 한겜을 완결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게 가장 걸리더군요
속기로 둘 순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길다고 생각했었고 그때부터 체스에 눈을 돌리게 되었던거 같아요
바투라고 하는 게 잠깐 나왔었는데요 짧은 시간에 둘 수 있고 바둑과 거의
동일한 이론이 적용되는 거였는데 몇년전에 문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확실히 바둑이란 오래 생각하는 재미로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람의 아름다움이란 생각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듯해요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하니 존재한다고 했던가요
체스도 국적은 좀 다르지만 (유럽으로는 체스 한국으로는 장기, 인도 출신이란 설이 유력한데)
생각하는 재미가 있고요 저도 첨엔 3분짜리 주로 두었는데 이제는 15분짜리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부담스런 시간일 수 있지만 그 생각하는 시간동안이 행복할 수 있단걸
점점 느껴가고 있는 중이에요
미생이나 위의 영화같은 2차 창작물들 덕분에 호기심은 생겼지만..
오목도 한번 이겨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냥 영원히 동경의 영역으로 둘 생각이었는데..
체스 예찬해주시니 또 호기심이 생기네요.
조용히, 치열하게 싸우고 이기든 지든 신중하게 복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참 보기좋죠.
현실에선 그만큼 정당하고 깔끔한 승부도, 승복도 패배가 온전히 교훈이 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이창호 기사가 어느 인터뷰에서 똑 같은 질문에
'돌의 효용성을 극대화한 것' 이라고 한 기억이....
이 양반 참, 드라이하군! ㅎ 하던.
현실적으로 들리면서도 단단한 철학이 있는 대답이군요. 좋네요.
바둑이란게 룰이 참 간단합니다. 381로, 흰돌, 검은돌 번갈아 둘 뿐이고 두눈이 안나면 죽는다~ 이 얼마나 단순한 규칙입니다만,
별 괴물같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 단순해 보이지만, 딱 실력만큼 둘 수 있는 것이 바둑입니다. 바둑~ 이 단순한 규칙 / 쌓아온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는 승부라는 점에서 인생이나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돌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 기본중의 기본이고 단단한 철학이라고도 하기 뭐한게, 18급 두는 시점부터 죽어라 듣는 말이 저 말이고,
번갈아 두는 특성상. 똑같은 돌수가 바둑판 안에 놓여지는데, 승리를 위해서는 효용성이 좋아야 합니다.
모든 스포츠가 나아가서는 전체 인생이 바둑판 안에 있습니다, 아니 바둑에 견져볼 수 있습니다.. 저는 바둑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보다는, 축구도 인생도 다 바둑같다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보는 관점에 달라지니.. 하하하
서봉수, 참 매력적인 인물이고 바둑 실력 또한 출중하지만 뭐랄까 조훈현이나 이창호 같은 정통파와는 달라요. 잡초같이 커와서 일가를 이뤘지만, 정통 고수들에게는 역시 밀리는 느낌? 그래도 조-서 대결이라면 서봉수 응원하고 싶네요~
어렸을때 바둑이랑 장기를 배울때 생각하면 장기는 나라따먹기? 바둑은 땅따먹기?정도로 편하게 생각했어요
인생을 담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뭐든 의미부여를 하면 그렇고 바둑이라고 해서 특별하다는 생각은 못한것 같아요
누구는 바둑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둑이란 정해진 틀안에서 정말 평등하게 정해진 규칙안에서 싸우는 거죠.
하지만 바둑에서 배우는것을 인생에서 써먹는다?
그렇진 않더군요, 인생이란게 정해진 틀이라면 틀이겠지만 평등하지도 않고 정해진 규칙대로 싸우는것도 아니니까요.
예, 바둑두다보면 세상이 평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똑같은 하나의 돌이 놓여져 있는데, 누군가의 돌은 큰 집이 되고 누군가의 돌은 단순히 공배밖에 되질 않습니다. 인생과 비유하고 인생을 배운다는 것이.. 아 바둑을 두면서 난 이렇게 세상 사는 법을 배웠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지요. 뻔한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바둑 두다보면 간단한 삶의 교훈들이 참 많이 와닿을 때가 있답니다. 그리고 규칙 이야기가 나와서 세상에 바둑만큼 간단한 규칙을 갖고 있는 놀이가 어디 있을까요? 누군가는 절묘한 신의 한수를 찾기 위해서 평생을 바치지만, 일반 사람들은 망망한 바둑판 세계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다 알 수 없기에, 대충 이 곳이 최선이다 싶은 곳에 돌 하나 두는 거지요. 그럼 상대방이 거기에 대해서 반응하고, 또 내가 반응하고... 바둑에서의 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고.. 최선의 수, 최적의 수는 모르는 상황에서 한 수 한 수 둘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