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너무나 불쾌했던 만화...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초등학교(저때는 국민학교)를 다닐땐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과를 봤어요..동아전과..표준전과..그런거요.

어떤 학습내용들이 구성되어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요;;그 많은 과목들을 넣을리 없고..어쨌든 굉장히 두꺼운 책이 었는데요.


그리고 아이들 재밌으라고 군데군데 짦은 이야기나 만화등이 끼워있었어요.특히 전과의 강자 동아전과는 좀더 학습적이었는데 후발주자들이자 시장의 떨거지들이었던 다른 전과들이 유독 아이들을 호객하기 위해서 그런 요행,흥미위주의 페이지를 더 많이 채우는 경향이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제가 본 만화도 그런 전과 뒤쪽에 끼워져 있던 만화였는데요.

작가는 당시 원로 남성 작가였었던것 같아요.매우 익숙한 그림체인데 사람들을 좀 동글동글 사랑스럽게 표현했죠.디테일도 나름 살아있었구요.그러나 디자인처럼 깔끔한 형태는 아니었고 삐뚤삐뚤한 라인을 살리는게 특징이었어요.한국 아동 동화책의 삽화에 참 잘 어울리는 그림체였습니다.


어쩄든 매월 그렇게 연재를 하던 만화였어요.그냥 소소한 아이들의 생활을 다루는 만화였는데 별로 눈이 띄지 않았고,재미도 없었고,제겐 관심밖의 연재였죠.

그런데 어느날의 만화 내용은 고학년이던 저의 분노를 깨우는 내용이었어요.만화를 보고 씩씩 거리면서 잘때도 그 만화를 씹는 생각을 하면 잤던게 기억나요.최초로 전과에 엽서보낼뻔 했어요.항의엽서요.그럴정도로 제 투지를 불태웠던 내용이었는데..이런거였죠.


아이가 있는데 그냥 평범한 아이에요.그런데 참 기능적이게도 어느날부터 아이가 뭐가 푹 빠진거에요.그게 책인지,게임같은건지는 모르겠어요.아무튼 유흥거리였어요.그래서 학교에서도 그것만 하고,집에와서도 방에 박혀서 그것만 하고 있는거에요.아버지가 일하고 돌아왔는데 쳐다도 안보고 그러고 있지요.아버지가 꼴을 보고 하루는 깜짝 놀라고,다음날은 혀를 차요.그런데 그 다음날도 그러니까 뚜껑이 열리신거에요.애를 뚜드려 팼나?..그건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튼 불같이 화를 내고 아이 옷을 다 벗겨서 현관 밖으로 쫒아낸거에요.

아이는 펑펑 울고 들여보내달라고 애원해도 집안의 아버지는 문앞에 서서 괴롭지만 강경하게 버티시죠.그리고 아이는 한동안 그렇게 발가벗겨진채로 아파트 복도에 쭈그리고 있는데..친구가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본거에요.그것도 여자아이가...측은하게 봤는지 왜 그러고 있는지 물어봤는지는 기억 안나는데 어쨌든 보고 갔고 아이도 크게 놀라요.얼마뒤에 아버지는 아이를 다시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잘못에 대한 용서를 받아내요.그리고 다시 천사처럼 변하셔서 아이를 꼬옥 안아주지요. 마지막엔 방에서 지쳐 자고 있는 아이를 문틈으로 슬쩍 보며 부처같은 미소를 짓는 아버지의 얼굴로 끝을 맺는 만화였어요..


나랑 비슷한 또래인데!! 

그걸 읽는 제가 다 치욕스럽고..너무너무 불쾌하고..그런 끝맺음도 정말 화가 나고..아무튼 감정 대폭발이었어요.

아..그 분노가 지금도 한켠에 남아있어서 또 샘솟네.

그 어른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린 만화라는게 딱 보였는데 그게 너무 꼰대같고 정말정말 싫었어요.


음...이걸 왜적었지?..그냥 갑자기 생각나더라구요.그렇게 싫었던 만화가..;;

    • 이 글 읽고 빨가벗고 현관앞에서 쭈구려 앉아있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다행이 늦은 밤이라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 음..제 기억에 제가 빨가벗겨져서 내쫒긴 기억은 없는데...그냥 망각하고 싶어서 잊은거고,그런 경험떄문에 그 만화가 지독히도 싫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그냥 병적으로 싫었거든요;
    • 예전엔 ... 80년대 정도까지만 해도 홀딱벗겨서 문밖에 내놓은 식의 훈육이 꽤 많았습니다.
      현실이 그러했으니 그 만화의 표현이 유난히 과격했다고 하기는 어렵죠.
    • kdk/ 아 그 때...그 분이셨...
    • 무서워요. 저런 게 미화되고 정상적이라고 각인시키는 교육이.
    • 저도 초등학교때 이해 안가는 동화같은게 참 많았어요..
      반공동화는 기본이니까 제끼고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보리라는 여자아이가 맨날 집에서 닭을 하면 다리를 한번도 못먹어요. 그래서 먹고싶은 마음에 몰래 훔쳐먹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덜컥 걸리죠. 그래서 할머니한테 엄청 맞아요.
      보리가 울면서 자는데 잠결에 엄마가 약을 발라주면서 할머니가 너 미워서 그런거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너는 마음 모른다.. 이랬는데 그 마음을 그때도 정말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했고 지금도 모르겠네요;
    • 전에 한번 본 빅뱅 자서전에 보면 그중 누군가가 밥먹다 숟가락 집어던져가지고 아버지한테 발가벗겨 집밖으로 내쫓겼던 경험을 써놨는데 솔직히 내 생각은 '내쫓길만 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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