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사과 맛봐요, 소리없이 공감하기
1.저희 집에는 2년마다 한번씩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가 있습니다. 열매가 엄청 많고, 향기도 좋은데 막상 먹을려고 하면 푸석푸석하고 파이로 구울수도 없는 그런 사과. 지금 익었습니다. 며칠 전에 보니까 우리집 담장 넘어 길가에 어떤 모르는 두 사람이 아예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사과를 따고 있더군요. 제가 정원을 향한 문을 여는 소리가 나자 사다리를 접습니다. 재빨리, '들어와서 더 따세요' 라고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뭐라고요?' '아 들어오셔서 더 따세요, 우린 이 사과 아무것도 안해요.' 그러자 이분들이 들어옵니다. 남자는 다시 사다리를 열고 올라갑니다. 여자분은 지난번에 이 사과를 가지고 사과 무스를 만들었는데 맛있었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보는 행동을 하는 걸 보자 선물이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나와서는 여자분께 사과하나 달라고 말합니다. 남자분이 선물이 손에 딱 맞는 작은 푸른 사과를 줍니다. 사과를 보고 냄새를 맏고 그러던 선물이가 저보고 제가 요즘 스카이프로 연락하는 한국에 있는 J에게 전화를 하잡니다. 일하다가 답한 J얼굴을 보자 사과를 내밀면서, 초록 사과 맛봐요 라고 말합니다. 그것도 J가 이해 못할까봐 스웨덴어 영어로 말하면서요 (아 선물아 한국사람한테는 한국어로 해야하는데). 아이도 J도 같이 함께 웃습니다.
2. 머리아프고, 어지럽고, 등근육이 다 아프고 목 뒷도 아프고, 점심도 안먹고, 그냥 조금 일찍 퇴근한 엄마는 오후에 2시간이나 잤습니다. 기다리던 선물이가 침대에 들어옵니다. 선물아 부르는 데 답도 없이 엄마 배에 머리를 두고 누운 선물이, 선물이 등을 쓰다듬는 엄마. 선물이 태어나서 부터 쭉 엄마는 선물이가 아플때, 무서워 할때, 선물이 졸릴때 늘 등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선물이의 머리 무개가 은근히 무겁다고 느낄 쯤 선물이가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엄마 몸위에 완전히 태아모양으로 올라와 눕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 많이 커서 발도 삐져 나가고 조금만 움직이면 엄마 몸에서 떨어질거 같아요. 아이를 감싸 안고, 선물아 몇년 전에만 해도 이렇게 하면 엄마 품에 꼭 들어왔는데 이렇게 많이 크다니, 엄마 선물이 많이 많이 사랑해. 답이 없는 아이, 얼굴 표정도 보이지 않는데 따뜻합니다. 어린 강아지 처럼요. 불편했던지 다시 일어나서 이번에는 엄마 발있는데 머리를 두고 엄마 발가락 가지고 장난 하는 선물이, 엄마는 엄마 손보다 커진 선물이 발에 뽀뽀하면서 어이구 우리 선물이는 발도 예뻐요 라고 말합니다. 어쩐지 씩 웃는 아이 얼굴이 보이는 듯. 선물이가 다시 일어나서 엄마 옆에 제대로 눕습니다. 그리고 잠이 듭니다. 엄마는 이제 일어나서 Tv 도 볼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뭐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아이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면서 옆에 누워 아이 숨소리를 듣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입니다. 엄마도 다시 잠이 드나봅니다.
음.. 제가 댓글을 대신 달자면, 그 냄새는 다른 사람한테는 모르지만 엄마에게는 정말 좋은 냄새죠. 그 머리카락 냄새는 절대로 어른에게선 날 수 없는 그런 냄새거든요.
땀 흘리면 아무래도 쿰쿰한 냄새가 나지만 어른에 비해 기름기가 적게 분비되서 그런지 냄새가 가벼워요.
지금 자고 있는데 아침에 깨면 한 번 또 맡아봐야겠어요.
아이와 같이 있을 때 편안하고 잠이 오는 느낌, 지금은 그게 뭔지 알아요. 제게 딸이 없었다면 아마도 평생 몰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선물이는 엄마가 만지는 걸 좋아하나 봐요. 제 딸래미는 만지는 걸, 특히 손을 잡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무정한 딸래미 같으니라고.. (누구 탓도 못하는게 저도 잔정이 없거든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어요. 이번엔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댓글 남깁니다. 아이와 함께 자는 낮잠은 꿀잠이죠. 그런 잠 항상 잘 잘 수 있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