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준비

아래 노인 xx 글 관련해서....문득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 소설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제드의 아버지는 부유계층이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 괴로워하다 결국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한 제드가 달려갔을 때 시설에서는 몇 장의 서류를 줄 뿐입니다. 깔끔하고 번듯하지만 비정한 그 시스템에 제드는 울분을 터트리죠. 이제 그에겐 가족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의료민영화처럼 그런 시설이 도입된다면 산업화 양산을 막을 수 없을 테고 그 풍경은 소설 속 모습으로 다분히 연상되는 건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요. 소설 속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유럽엔 그런 시설이 비밀스럽지만 제법 정착화되었나보다 했습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모든 것은 이미 산업화가 돼있는 건지도요. 유품정리 사업도 작년에 처음 들었던 거 같아요


죽음에 대한 선택적 문제보다는....지금 현재 상조사업의 부실이나 유품정리인에 대한 터부 등 한국사회는 사는 데만 급급하지 죽음에 대해 너무 대비가 없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고를 염려하는 대비라기 보다 내가 출근을 하기 위해 씻고 가방을 챙기는 것 같은 대비로서 말예요.

어머니가 수의를 장롱 깊숙히 보자기에 싸두신 걸 보긴 했지만 저는 막상 닥치면 정작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상조 보험 든 거 전화만 하면 끝나나요?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이것저것 미리 여쭤봐야 하는 것인지, 그래도 되는 것인지 머릿속에서만 맴돌지 말은 나오지가 않아요. 어머니와 제가 그나마 의견조율 해본 건 서로의 장기기증 정도네요. 제 물건에 대한 처리는 친구에게 대충 언질은 줬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겠죠.


죽음에 대한 얘기, 아침부터 울적하고 재수없다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이보다 중요한 준비도 없을 거 같아요.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막상 닥치면 어찌 어찌 다 하게 되더라.....를 내 죽음에선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일 테니까요.



    • 네 그래서 전 어디 가다 인공호흡법 같은게 써졌으면 유심히 봅니다.

    • 한국에서 종교를 떠나 죽음 담론을 진지하게 오랫동안 이야기해 볼 상대나 집단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우울증 등등 그 대화가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상황에서 나눌 수 있는 안전함까지 따진다면 매우 어렵겠죠. 그러고보면, [정의란 무엇인가]란 하버드 교양수업 이후에,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예일대 교양수업이 인기였죠. 대학 1학년 교양에서 쉽게 다뤄볼만한 주제들이 대화가 부재된 상태에서 각개전투하며 이론을 쌓아가다보면 극단에 이르를 수 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특히 노인이 죽음에 대해 견고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은 그리기 힘들죠. 대부분 클리셰적인 '내가 얼릉 죽어야겠다(살고 싶다)' 또는 '너희들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숭고한 결말)' 정도가 상상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니까요. 노인 입장에서도 비노인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꺼내기엔 어렵죠. 단, 노인만이 죽음에 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노화에 대한 오랜 경험 때문이고 그런 접근은 세대차별일 가능성이 높다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이건 '한국에는 아름다운 노년이 없다'란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의 노년보다, 노년에 대한 판단과 상상 영역의 문제로서요.

    • 서른도 안된 친구 하나를 갑자기 보냈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거 같아요.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겠구나. 친구는 죽음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못하고 그냥 떠나버렸거든요. 그 때부터 내가 죽으면 장례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라는 걸 가끔 친구들에게 하곤해요. 얘기하는 걸로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날 때 글로 정리하고 싶어요. 내 장례식은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 라고 확실히 정리해두면, 날 사랑했던 사람들이 내가 원했던 방식으로 장례를 치뤄주면서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장례를 원하는 지도 알고 싶어요.
    • 왜냐하면__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많은 부분 미루고 있단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가끔영화__ 심폐소생술도 어설프게 잘못하면 고소당하는 등의 이야기도 들어서 선한 사마리아 되기 힘들단 생각이 드네요. 




      잔인한 오후__ 저도 이런 담론이 좀 진지하게 논의되는 환경으로 바뀌어갔으면 싶지만 한국은 시비붙는 싸움이나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세월호의 거대한 죽음 앞에 이런 참담한 상태인 것도 이런 사회인식이 미비한 문제도 있다고 보거든요. 보상 충분히 받을 거 아니냐, 이 정도면 할만큼 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 보면서 말이죠.




      fingermails__ 친구한테 빌린 돈 혹시나 못 갚고 죽을까봐 걱정한 적 있어요. 세월호 사고 나고 서둘러 갚아줬어요. 물건을 살 때도 꼭 필요한가 되짚게 되고 아직 니어링 부부만큼은 아니지만 소박함에 가까워지려고 해요. 책이 가장 골칫거리; 


      정리 잘 하게 돕는 것보다 최대한 정리할 게 없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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