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뽑은 '명량' 명장면 기사를 보고..

'명량' 감상을 올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건지 '그래서' 인기 있는 건지 고민 중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이런 기사를 읽었습니다. 
"관객 3천명이 뽑은 명장면 1위로는 백성들이 소용돌이에 빠진 이순신 장군의 배를 끌어올리는 장면(33.1%)이 꼽혔다. 탐망꾼의 아내 정씨 여인이 절벽에서 치맛자락을 흔드는 장면(21%)이 그 뒤를 이었다. 대장선이 왜군에 둘러싸였을 때 집중포화를 당하거나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뒤를 이었다. 평단에서 호평한 전투 장면보다는 이순신과 백성들 간의 감정이 강조된 드라마를 인상적으로 본 것이다. .... 60대 이상 관객 중 절반 이상(55%)이 백성들이 이순신의 배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남편, 두 자녀와 함께 영화를 본 장신자(58·주부)씨는 "지도자와 백성이 서로를 귀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는 장면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거 다시 고민해야겠어요. 개인적으로 저 두 장면은 노골적, 작위적이고 뜬금 없고 개연성도 없어서 '후손 아그들...' 장면 다음으로 아쉬운 장면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수 관객은 그 두 장면에 감동하고 만족했다면 명량은 '그래서' 인기 있는 쪽이 맞고 감독은 몰라서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잘 알아서 이렇게 만든 것이 됩니다.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가요. 천만 관객이란 평소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젊은 층만 공략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죠. 일년에 영화 한 편도 안 보는 분들도 복선이나 함축된 의미 찾기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져야 합니다. 우수한 제작자라면 당연히 일부 하이엔드 유저들이 투덜거리더라도 메인 타겟 소비층의 니즈를 중심으로 상품을 제조해야겠지요.

다수 관객들이 만족한다고 하심에도 불구하고 찌질하게 투덜거려 봅니다. 저 두 장면의 기능적 필요성은 충분히 알겠는데, 넣으려면 좀 더 매끈하게 넣었으면 좋겠어요. 백성들이 장군선을 끌어올리는 장면을 클라이맥스로 써먹을 생각이면 초중반에 미리 관련된 장면을 슬쩍 넣어두는 거죠. 예를 들어 어민들 고깃배를 징발하여 부서진 배를 수리 창고로 밧줄로 끌고 가게 사역을 시켰더니 생업에 지장 많다고 사보타지를 하며 장군과 대립하는 장면 같은 거. 

어차피 영화 내적 설득력이란 과학적 정합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객들 머릿속에 순간 앞에 본 내용과의 연관성 아니 '연관성이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면 되는 거겠죠. 어차피 영화란 눈의 잔상 효과를 이용한 착각의 예술. 너구리 외계인, 나무 외계인이 나오는 마블 무비도 불평 없이 신나게 보는데요. 유기적으로 연결된 암시와 복선에 관객은 관대하게 속아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힘 줘야 할 장면에는 미리 워밍업을 시켜 놓아야 몰입되어요......라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만 너보다 잘난 전문가들이 알아서 만드셨고 다수 관객은 지금 상태로 충분히 감동하는데 뻘 소리 말라 하실 듯하여 셧업. 잘 만든 영화가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잘 된 영화가 잘 만든 것인지도.
    • 저는 솔직히 저 두 장면을 '후손들이 우리 고생한...' 과 더불어 최악의 장면으로 뽑고 있었는데...;;


      그나마 좋았던 장면이라면 거처를 불태우고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저도 그 두 장면에서 정말 실망스럽고 싫었어요. 지나치게 인공적이고 재미도 없었거든요. 내셔널리즘에서 오는 불편함도 그렇구요.
      • 이 영화에서 저에게 가장 좋았던 장면은 이순신이 꿈결에서 죽은 동료들을 보고 오열하는 부분이었어요. 이순신이 겪었던 고통의 무게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장면이었죠.

        잘 된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 맛있는 식당이 잘 되는 식당이 아니라 잘 되는 식당이 맛있는 식당이다, 라는 말이 떠올라서 씁쓸하네요ㅠㅠ.
        • 저도 그 꿈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풀어헤친 머리, 누가 귀신이고 누가 사람인거냐... 그 후, 거북선이 불타는 장면으로 이어진 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 저는 죽은 전우들에게 술 한잔 같이 하자던 백발의 이순신 장군 그 장면이 제일 좋았습니다.

      • 저도요.이순신 개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담담한 장면들이 두어개 보였는데 그때가 좋았어요
    • 조선일보 기사라서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맥스무비 설문이라니

    • 평소 1류 평론가보다 3류 창작자가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제가 명량에 대해 자꾸 투덜거리게 되는 이유는 아쉬움예요. 반만 년 역사에 흔치 않은 레알 슈퍼 히어로로 3부작을 만든다는데 더 멋지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거죠. 제 친구의 한 마디. "마블은 가짜 히어로로도 잘도 만드는데 어찌 진짜 히어로로 이것밖에 못 만든단 말인가.."

      • 진짜'니까' 이것밖에 못하는 게 아닐까요

    • 난중일기 따라 역사적으로 만들면 굉장히 우울한 하드보일드 영화 하나 나오는거죠. 저는 이게 더 좋습니다만...^^;;

      • 난중일기 완역본 그대로 찍으면 정력 절륜하신 장군님 덕에 의외로 베드씬도 자주 나오게 됩니다. 자칫하면 '님포 매니악 볼륨 III'가 될 지도. 게다가 상대가 주로 어린 계집종들이라 여성 관객들의 혐오를 살 수도 있어요...

        • 그건 빼고 만들...




          당대 무인 3호(였던가요?)가 검, 매, 기생이라 어떤 무인이라도 일기를 쓰면 응당 나올 내용이기는 하죠. ;;;

    • 감독과 제작자는 아마 디메이저7님 한테 이럴거 같아요.


      그렇게 만들면 영화 재미없어요.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서 막상 보면 재미없어요.


      그렇게 대꾸하거나 아니면 못들은 척 하며 저리 가버린다.


      일류평론가가 뭐라 하면 


      내가 해논 밥먹는 주제에 라며 삼류창작자는 투덜거리죠.

    •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해 평을 하는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명량과 교황에 대한 열광이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이 안보이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탈출욕구가 분출된것  같다는 거죠


      이순신과 같은 영웅이 이끌어 주거나 교황같은 종교지도자가 힐링을 해 주거나...


      그만큼 현실에는 민중들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반증일까요?

    • 제가 제일 인상깊게 본 장면은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와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라는 이순신 최대의 명대사 두개가 역였던 본진방화후 출정장면이었습니다. 저 두 대사가 반드시 나올텐데 어떻게 나올까? 했는데, 저 둘을 이렇게 엮었구나, 하면서 무척이나 인상에 남더군요

    • 저는 개연성없이 끌어내는 영화 싫어하는데 딱 그런 부류일 것 같아서 아직 안 보고 있습니다.ㅠ


      그래도 많은 사람이 봤으니까 볼까 싶기도 한데 보고나면 이게 어떻네 저게 어떻네 따질 것 같아요.


      지금 주변사람들이 그걸 들으면 길길이 날뛸 것 같아서ㅠ 고민이네요.


      봐야될까요... 말아야 될까요...

    • 저는 이해가 가네요. 제가 볼 땐 울거나 박수치는 관객도 있었거든요.
    • 저는 교전이 시작되고 첫 합을 뜨던 장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왜군의 조총 일제사격을 받아낸후 포격으로 반격하는 장면이요. 진짜 장쾌하고 카타리시스가 왔어요. 그리고 백병전 초반에 판옥선으로 들어오는 왜군에게 조린환 먹이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실 현대 영화에서 볼수있는 무기체계랑 비슷한건데 그게 중세로 그것도 조선으로 가니까 굉장히 신선해 보였거든요

    • 함께하니 좋구나. 가 제일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 영화에 익숙한 눈으로 볼 때 다소 촌스러워 보이더라도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지점이 분명했다면 그것 역시 명장면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 아닐까요

    • 그 기사대로라면 '진중권'이 말한게 정확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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