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명량을 봤습니다만 그리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2014년 여름 대규모 한국영화 4편 중 해적 빼고 다 봤습니다. 이미 본 3편에 대해선 보기 전에 기대치를 낮춘 상태였고, 해적은 조만간 볼 것 같지만 역시 기대치는 낮습니다. 군도는 조선 배경의 웨스턴 활극으로 즐겁게 봤지만 딱 거기까지고, 해무는 전반부의 업적을 후반부에 날려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명량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데 단점이 훨씬 눈에 띄는군요.


장점은 역시 명량 해전 시퀀스와 최민식의 이순신 연기입니다. 명량 해전 직전의 전반부가 지루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나쁘진 않았습니다. 비록 실제 역사적 고증과는 거리가 매우 먼 설정이지만 대규모의 선상 백병전 자체는 처절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순신만큼은 최민식 덕분에 유일하게 빛을 발합니다.


단점은 이순신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조선군의 다른 인물들 중에선 배설(김원해)이 그나마 기억에 남지만 실제 역사의 배설은 영화와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순신한테 찌질거린것도 맞고 정말로 탈영하긴 했지만요. 왜군은 전반부에는 구루시마와 와키자카의 갈등 같은게 있지만 후반부에는 그냥 보통 왜군 악당 수준이고요.


영화 속 일본어는 준사 역을 맡은 실제 일본 배우(오타니 료헤이)가 있는지라 다른 배우들의 일본어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최근에 봤던 '모스트 원티드 맨'에서는 (영어권 배우가 연기한) 독일인 캐릭터가 영어권 캐릭터처럼 영어를 그대로 쓰는게 굉장히 거슬렸는데, 명량에서 (한국인 배우가 연기한) 일본인 캐릭터가 한국인 캐릭터처럼 한국어를 그대로 썼다면 어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음악도 맘에 안들었습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비긴 어게인', '매직 인 더 문라이트'와 같은 음악이 좋은 영화들을 본지라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장 맘에 안드는건 역시 해전 중 백성들의 등장 씬입니다. 다른거 다 떠나서 정말 뜬금 없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역할 면에서 명량의 이정현보다 군도의 윤지혜가 더 낫습니다.)


역사적 사실과의 일치 여부는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최대한 넘기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300'의 우르크하이같은 페르시아군 묘사, '부러진 화살'의 실제 사건 왜곡(실제 사건의 김교수는 쉴드를 받을만한 거리가 전혀 없습니다.)과 같은 중대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보는 편이지만요. 일단 10년 전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나온 철쇄드립을 안 친것만 해도 참 다행입니다.(그래도 전체적인 고증 자체는 불멸의 이순신이나 명량이나 결국 도찐개찐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흥행 면에서 성공할거라고는 예상했지만 1000만 이상의 관객을 기록할줄은 몰랐습니다.(개인적으로는 600~800만 정도로 예상했죠) 뭐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본인을 포함해서 까는 사람들 엄청 많지만 흥행에 성공한걸 보면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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