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 그 첫 번째, 용문국민체육센터

주말에 딱히 긴 여행을 못할 때는 평소 다니는 수영장이 아닌 다른 수영장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오늘 오후 문득 길을 떠났습니다.


지도를 검색해 보다 결정한 그 첫 번째 순례지는 지하철(정확히는 전철, 중앙선)로 가 볼  수 있는 경기도 용문의 국민체육센터였습니다.


이런 저런 일요일 오전에 해야 할 일들, 간단한 세탁과 청소 등.. 해 두고, 12시에 출발했습니다. 


청구에서 5호선으로 환승 뒤 다시 왕십리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 

플랫폼 스넥코너에서 와플도 하나 먹고, 편의매점에서 음료수도 사고.


12시 50분에 도착한 차를 타고 용문행. 일요일이라 맨 앞 칸에는 자전거를 실은 사람들이 많더군요.

운길산에서 양수 신원 국수 아신... 코스에서는 선로 옆으로 강이 간혹 보이고 그 사이에 자전거 도로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있더군요.


1시 50분쯤 되니 양평을 지나고 오 분 뒤 원덕, 다시 오 분 뒤 1시 20분에 종착역인 용문에 도착.


용문옆 앞길을 걷는데 '채김밥'이라고 쓰인 메뉴가 있는 분식점이 있어 간단히 점심을 먹을까 하고 주문해 봤습니다.

그냥 김밥속을 모두 잘게 채썰어 싼 김밥이더군요; 뭐 맛은 그냥 그랬습니다. 조금 아쉬워서 팥빙수도 하나 시켜 먹고.


용문역 앞길로 나와 왼쪽으로 꺽어지면 작은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몇 해 전 늦가을, 친구와 횡성의 풍수원 성당을 찾아가는 길에 버스를 탔던 곳이죠. 이번에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지나는 축협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용문역 주변 구경을 할 겸. 


십 분.. 이 십 분..(아무래도 서울처럼 차편이 많지는 않군요.)  기다리니 버스 한 대가 오길래 마룡리 가는 지 묻고 간다길래 탔습니다. 

두어 정거장 밖에 안되더군요. 용문고등학교 지나 마룡리에서 내렸는데.. 저 만치 체육센터건물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길이 보이질 않아 그냥 그쪽 방향 마을길로 들어섰습니다. 마을도 지나고 옆에 밭도 지나고.. 논두렁을 지나고..; 하하.


논 건너편으로 센터 건물이 보이긴 하는데 용감하게 가로길러 봤지만 그 끝에, 요즘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외래종 가시덩굴..(이름을 잊었네요)이 뒤덮고 있는 도랑이 있어... 다시 우회... ; 


짧은 방황 끝에 어쨌든 체육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옆에 잔디구장도 보이고 양평군씨름단의 훈련건물도 있더군요. 

수영장 건물 전면 벽에 자유형 하는 사람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더군요.


들어가 카운터에서 자유수영 일일입장을 계산(3천원!). 

일요일에는 9시부터 1시까지 1부. 2시부터 6시까지 2부.로 운영되고 있더군요. 저는 3시쯤에 도착했습니다.


2011년 7월에 개장한 센터라 아직 락커룸과 샤워장이 깨끗하더군요. 드디어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레인 옆 면과 앞 면 두 면이 전면 유리창. 자연채광이 되는 수영장입니다. 바로 이 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바람을 쐬려는 목적도 있지만. 


대부분 지하에 있어 늘 어둑한 도심의 수영장들에 비해 지방에서 만나는 수영장(특히 최근에 지어진 국민체육센터 수영장)들은 자연채광 수영장이 많아서 좋습니다. 어떨 때는 (시간과 햇빛의 각도가 잘 맞으면.. ) 수면에 햇빛이 어룽어룽 비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모습을 아주 아주 아주 좋아하거든요. 


총 8레인. 한쪽에 유아풀이 있고 그 옆에는 스쿠버 강습이 가능한 다이빙풀도 있더군요. 

물도 깨끗하고, 일요일 오후라 한가해서 혼자서 한 레인을 독차지 하고 아주 편안하게 수영했습니다.  


한 시간 반쯤 수영하고, 옆 레인에서 혼자 허푸허푸 힘겹게 수영하던 꼬맹이 친구를 보고는, 쉬운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녀석.. 아직 발차기도 팔넘기기도 안되는 녀석이 기특하게도 금방 따라하더군요. 고맙다고 인사도 하구요. 


샤워하고 나와 건물을 둘러 본 뒤, 근처에 있던 한 청년에게 센터 앞 길로도 용문역까지 갈 수 있냐고 물으니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버스 타러 가서 기다리는 시간보다 차라리 더 빠를 거라면서. 길을 걸어나가 청년이 알려준 대로 농협 창고 건물 옆 길로 들어서니 그 길이 바로 역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 더군요. 지나는 기차도 보고, 이삭이 패어가는 논도 보고, 일찍 핀 코스모스와 강아지풀(?)도 보면서 걷다보니 역 앞. 


수영하고 난 참이라 다시 살짝 시장기가 돌아 뭐라도 먹을까 했지만 역시 역 앞에서는... 비싸기만 하지 맛도 없을 듯 해서 통과.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작은 군것질로 시장기를 잠재우고, 다시 주변 구경. 


터미널에 가보니 가까운 지역을 오가는 버스들의 안내판과 용문을 경유하는 장거리 시외버스들 노선표가 있더군요.

동서울로 가는 버스도 있어서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은 자주 있으니 뭐라도 먹고 출발할까 싶어


터미널을 나와 오른쪽 건너편 골목을 보니 골목 사이로 막국수집 간판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허름한 주택을 그대로 개조해 손님을 받는 집이었는데, 역 앞의 새로 단장한 식당들보다 훨 그럴듯해 보이고 제대로 찾았다 싶더군요. 역시나 몇몇 배낭을 맨 등산객들이 익숙한 듯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저도 자리를 잡고 비빔막국수를 시키니 할머니가 뜨끈한 면수를 한 주전자 가져다 주더군요. 면수를 먹어보니 소금기가 있어 면수라기 보단 육수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육수라기에는 맨숭한 맛. 어쨌든 면수를 홀짝 거리고 있자니 할머니가 눈 앞에서 메밀전을 부치시길래 사진을 찍으며 구경해 봤습니다. 막국수는 안쪽 주방에서 만들고 할머니는 바깥쪽에서 바로바로 전이나 메밀전병을 만드시더군요.


멀겋던 반죽이 짙어지면서 투명하게 느껴질 만큼 얇게 부쳐지는 메밀전.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아저씨가 "아주 얇네요" 하니 두꺼우면 맛이 없다고하십니다. "들어가는 것도 별로 없어요. 그냥 야채 이런거 채썰어 조금씩 넣고... 전병은 여기에 김치 올리고 말아내는 거지." 하고  할머니가 친절히 알려주시더군요. 


드디어 기다리던 막국수가 나와 비벼 먹어봤습니다. 첫 맛은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않더군요. 말 그대로 슴슴한. 마음에 듭니다.

두어 번 더 먹고 나니 그제서야 양념맛이 살짝 느껴지고 그래도 좀 싱거운 것 아닌가 싶은데 같이 나온 백김치와 무김치를 얹어 먹어보니 이제야 제대로 맛이 나더군요. 제가 먹는 방법을 몰랐던 거였죠.


처음 나왔을 때 양이 꽤 되어 보였는데 먹다보니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었네요. 면수로 다시 한 번 입가심을 하고..


만족스레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5시 45분 차가 6시 가까이 되어 왔습니다. 타고 보니 홍천에서 출발해 용문과 양평을 지나 동서울까지 오는 버스더군요. 기사 아저씨께 홍천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물으니 이 코스로는 두 어시간 걸리는데 고속도로를 타는 버스가 따로 있어 그건 좀 더 빠르다고 하십니다. 지도 검색하다 보니 홍천쪽에도 국민체육센터가 있어 정보를 얻을 겸 물어봤습니다. 


아니면 홍천 지나 양구..? 양구 가는 김에 박수근 미술관에도 들러보면 좋을거고... 아니면 용문에서 다음에는 원주쪽으로 가볼까..? 이런 저런 생각. 


일요일 오후라 길이 막혀 버스는 양평에서 평소 코스를 버리고 중미산을 넘어 왔습니다. 중미산을 넘을 때 , 산들 사이로 하늘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막히진 않았더군요.


서울에 들어오니 빗방물이 떨어지더군요.. 동서울에 도착. 지하철 타고... 여차저차 돌아왔습니다. 

맥주 사 돌아와 샤워하고 군만두 만들어 냠냠.



총 9시간. 일요일 오후, 첫 번째 수영장 순례길이었네요. 



양평군 용문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의 제 개인적 만족도는 별 네개★★★★였습니다. 

접근성은 좀 아쉬웠지만 이런 시설들이 주변 지역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죠.

일요일 오후 혼자 수영장 와서 허푸허푸하던 그 꼬마녀석이 살짝 부럽더군요.  이제 뻐끔뻐끔 할 수 있겠죠.


어느 눈 오는 주말에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군요.



*수영장 정보는 여기를 - http://yp21.sporex.com/


*다음 수영장순례길에 혹시 함께 하고 싶은 분 있으실까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혹은 좋아하시는 수영장으로 저를 초대해 주시거나 추천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영법 교정이나 팁 교환의 기회도 될 테구요.  




붙여넣기가 이상해서 글을 모두 다시 썼네요. 사진도 생략..; 

 

    • 자연채광이라니, 눈 오는 날이 환상이겠습니다. 


      서울 시내에는 서울대 빼고 자연채광 수영장이 없나요? 

      • 1층(지상층)에 있는 수영장들이 간혹 있긴 한 것 같지만 전면창 수영장은 아직 서울에서는 가보지 못했네요. 경주국민체육관이 그랬고, 전주 완산수영장이 그랬구요. 진주의 학생체육관도 햇빛이 비쳐들어 좋았어요. 전주와 진주의 두 수영장은 50미터 풀이구요.

    • 담담하고 특별한 여행기네요. 잘 봤습니다. 여유가 느껴져서 좋아요.
      • 월요일 아침이 되니 문득 다시 우울해진 건 함정이네요.하하. 감사합니다. 

    • 와 딸이랑 한번 가보고 싶네요. 

      • 몇 안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이들과 오신 분들 몇 팀 있었어요. 자동차든 지하철이든 나들이겸 코스 잡기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용문사나 풍수원 성당도 가깝구요. 

    • 실내수영장 하나 없는 나라에 살아 사시사철 수영복 자국을 천형처럼 새기고 살아야 하는 저로선 무척이나 부러운 실내수영장이군요. 사실은 막국수와 메밀전병이 더 부럽....ㅠㅠ

      • 그런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하네요. 사실 저도 야외수영장의 로망이 있어 예전에는 종종 찾곤 했는데 우리나라는 계절의 특성상 야외수영장은 거의 물놀이장이 되는터라... 바다도 좋지만 역시..  최근 결론은 결국 수영에 가장 좋은 곳은 수영장이다..라는 것이죠. 




        아 그래도 야외수영장에서 비 내릴 때 수영 하는 건 아직도 저의 로망 중 하나입니다. 

        • 열대의 가난한 나라들은 거진 다 야외수영장이지 않을까요... 가끔씩 두꺼비가 뛰어들어 레이스를 펼치기도 합지요. 여기만 그런가...;;


          비가 적당히 올 때는 비를 잘 못 느끼고요, 막 퍼부을 때는 숨을 잘 못 쉰다는... 고개를 들어도 물 속 ㅋㅋ

    • 인천의 LNG 저장소의 수영장도 1층에 자연채광입니다. 다만 어르신들이 많아 초보자들이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구요


      5M짜리 다이빙풀도 따로 있고, 젤 마지막 라인은 오리발 레인을 사시사철 운영합니다


      송도에서도 좀 먼 것이 함정이지만 비슷한 가격으로 스쿼시, 암벽등반, 헬드 등등을 할 수 있어서 송도 사시는 분들에게는 좋습니다.

      • LNG저장소의 수영장이라... 왠지 덜덜 하네요. 그래도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가 볼 수 있겠지요. 정보 감사합니다. 

    • 수영 배운지 3달째인 초보로서 이런 글 무지 환영입니다!! 앞으로 자주 순례기, 혹은 순례 모임 공지 글 올려주셔요.


      저는 요즘 평영 발차기 연습을 하는데, 당최 앞으로 나가지 않아 멘붕 중인 왕초보라ㅠ_ㅠ 비록 실력 차는 무지 나겠지만 시간 날 때 참여하고 싶네요 ㅎㅎ


      자연채광이 되는 수영장에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수영하기... 캬 생각만해도 행복하네요:)  

      • 네 기회되면 만나 같이 순례해봐요. 영법도 알려드리고. 석 달이든 일주일이든 즐길 수 있으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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