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뒤로는 투표를 해야 하나 싶어요


  왜냐면 할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요. 계속 안하고 있고 아마 끝까지 안할 거 같네요. 겁이 많아서 보통 이런 글 쓸때 제목에 이름을 언급 안해요. 박근혜가 구글링하다가 볼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그냥 써봤어요 대통령선거날 썰을 한번 풀어보죠.


 그날은 아침에 투표를 한 후 TV를 보고있는 게 싫어서 뭔가 시간을 때울 걸 찾기로 했어요. 그게 레미제라블이었죠. 영화는 무지 길었어요. 딱 영화가 끝날 때쯤 출구조사가 다 나와 있을 시간이니 그때 쯤 문재인의 당선 소식을 듣겠구나 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불이 하나 둘 씩 다시 들어올 때, "젠장! 남은 인생 중 두 시간을 확실히 낭비했군!"하는 외침이 영화관을 메웠어요. 그리고 주위를 보니 모두가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뭐, 그 말을 한 게 저였으니까 쳐다본 거였겠죠. 용산 롯데시네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몇 걸음 걸을 때 '다행이야, 박근혜가 이기고 있대'라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어요. 정합성이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 문장을 다시 한번 분석해본 후 고개를 돌려 얼굴을 확인해 봤어요. 목소리만 젊은 건 줄 알았는데 얼굴도 젊더군요.


 휴


 어쨌든 그날 듀게에 이 글을 쓰다가 취소했는데 거의 2년 쯤 지나서 다시 써도 거의 비슷하네요. 어쨌든 몇 시간 후 박근혜 당선이 확정되자 이 나라의 국민들과 같은 편이 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박근혜가 어쩔 수 없이 나왔던 TV토론들만 봤어도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역량은 커녕 기본적인 지식도 없고 낮은 수준의 어휘 구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문학적인 소양 같은 건 있지도 않은, 뒷배경이 없었다면 구청장도 못 해 먹을 사람이란건 다들 알았을텐데 그걸 다 보고서도 박근혜를 찍다니...박근혜를 찍어서 이득을 보는 계층이 그랬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근혜를 찍어서 이 나라의 수준과 역사에 흠집을 내놓은 걸 보고 어이가 없었죠. 박근혜에게 무슨 짓을 당하든 그들은 동정할 가치가 없어요.


 그야 박근혜는 몇 년 후 내려가겠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이었던 나라가 2000년대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역사에 영원히 남을 거고 그건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의 국민이라고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해요.


 개인적으로 이명박은 나쁘지 않았어요. 저는 그를 높게 평가했죠. 그는 역사가 그에게 맡긴 소임을 다 했어요. 투표를 잘못 한 국민들에게 벌을 내리는 일 말이죠. 그렇게 국민들을 가르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국민들을 준비시키는 일 말입니다. 그가 5년동안 그 일을 너무나 잘 해서 이명박에게 고액과외를 받은 국민들이 이제 박근혜를 안 뽑겠거니 했는데...게다가 박근혜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TV에 직접 나와서 인증을 다 해 줬는데도 대통령이 됐으니 할말이 없군요. 그냥 내 주식 오르는 것만 신경쓸 수밖에.


 어떤 실패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순간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디딤돌 말이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012년 대통령선거는 평가전이 아니라 본선이었어요. 어차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상 정치에서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떤 대통령후보가 나오든 저것보다도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나올 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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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참 레미제라블은 나쁘지 않은 영화였어요. 그때 영화가 끝나고 내린 판단은 너무 성급한 거였어요.












 

    • 투표할 기력을 읽었다면 어쩔 수 없긴한데 다른 사람들 위해서 투표율이라도 올려주시면 그것도 나름 보람있는 일일 거에요. 누굴 찍지 않더라도 투표용지에 장난이라도 치면 기권표라도 되잖아요.
    • 박근혜 : facebook_like.gif

    • 2012년 대통령 선거는 국가기관(국정원, 사이버군사령부 등등)의 여론조작이 판을 치던 상황에서 치뤄진 선거였고


      언론환경이 압도적으로 박근혜에게 편파적이었던 선거였어요


      국민의 선택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을 왜곡시킨 시스템을 고치는게 우선이죠. 

    • 저도 솔직히 실망이 이만저만이...


      그당시 전 노인정치를 탓했는데


      노인들만이 아니더군요(응?)


      제가 젊은 편에 속하는데 친구 중 하나가 박사모


      저 보면 박원순 욕하는데 어이가....




      내가 이 꼴을 내 이 소중한 젊은 날에 참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니 기가 막힙니다




      노무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한국은행이 그렇게 좋아하는 견조한 성장을 이룬 시기가 바로 노무현 때인데


      사람들은 왜 노무현 때문에 돈을 못 벌었다고 생각할까요


      모든게 꼬여있으니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 저도 목동에서 같은 시간 레미제라블을 봤죠... 즐겁게..맥주를 사면서 룰루랄라 하는거야 했었죠.


      이후로는 투표에 출석만 합니다.

    • 이번 지방 보궐 선거 결과를 봐도 새누리당 장기집권 체제로 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대권도 아마 그쪽에서 나온 후보가 가져가겠죠.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에 나오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어요. 희망이 보이니 더욱 절망이 커지는 듯한... 

    • 잘 읽었습니다. 글이 참 술술 잘 읽히네요.


      2년 전 출구조사 뉴스에 안심하고 비행기 탔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결과 듣고 충격 받았던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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