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

토요일은 와인 마시는 날!!

친구 생일을 맞아 집으로 쳐들어갑니다.

남자셋 여자 셋이 시트콤 찍듯 우정을 나눈지도 어언 10년이 지나 이제 3X번째 생일.

오랜만에 다 같이 모입니다.

(한 명이 빠지긴 했군요.)

 



 

오늘의 테마는 샤블리에 굴.



 

이 아름다운 잿빛 돌꽃이여.

 

 

 

조개화석이 발견된다는 떼루와르의 논오크 터치 샤블리는

그 미네랄과 첨예한 산도로

굴의 비린내를 사라지게 하며,

마치 천국에 온듯한 마리아쥬를 선사하...개뿔.

역시 석화는 청주랑 먹는 게 킹왕짱.

 

 

 

굴을 얹은 부르스케타로 즉석 제조. 여러분 아 하세요.

 

 

 

빵이 떨어지면 그냥 이렇게 

 

 

 

 

시금치 두부 샐러드.

 

 

 

레몬향이 나는 봉골레.

전부 친구의 작품. 우리무리중, 저 포함, 남자들은 청소도, 밥도, 설겆이도 애보는 것도 다 참 잘합니다.

그래도 ASKY.

 

 

 

친구님하가 쏘신 무려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쎼.

생일이라 사치스럽게.

 

2.

친구가 있다는 게 다행이죠.

친구들의 눈으로 나를 본다는 것.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나를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발견한다는 것.

그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전에 고등학교 때 한창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화가의 전시회에서 심오한 질문을 해댔다

화가는 한참 쳐다보더니 쌩까버렸다

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창 뜨고 있던

여류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저런 모습에서 한 발치도 변한 거 없이 늙어가는 나.

그것에 대한 친구들의 성토.

지친 토요일.

 

3.

양친이 남기시고 나간 아침 설겆이를 하고,

방을 쓸고, 닦고, 산책을 나갑니다.

강아지풀, 억새. 아즉 그리도 시퍼런 능수버들. 플라타너스.

대학로 - '노란' 은행잎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김수근의 '적갈색' 벽돌 건물.

발에 와닿는 보도블록의 감촉.

평범하다면 평범할 일상적인 것에서 살아있구나 느낍니다.

그러고 보면 한동안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어쩌면 행복은 지친 몸에서, 회상으로만 가능할런지도요.

 

4.

집에도 굴이 있네요.

라면 스프는 넣지 않고, 굴 3국자에 소금, 파, 마늘로 끓인

오늘의 해장라면. 

 

 

 

 

 

    • 이 글보고 이성복 시집 살 마음을 먹었어요 전반적으로 뽐뿌글이심. 와인 굴 다 너무 좋아요. 근데 저도 와인과 해산물 조합이 별로더라고요 회에 스위트 와인 마신 게 최악의 기억..
    • 전 오늘 김장한 집에 초대받아가서 굴보쌈 먹었다지요.
      하지만 와인은 부럽다지요.
    • 와인은 저도 먹었으나, 굴 넣은 라면에 굴복합니다. 입에서 눈물이 흐르네요.
    • 사람들이 우아하고 맛깔나게 굴을 즐기는 동안 나는 왜 저기에 끼지 못하는 걸까 손가락만 줄줄 ㅠㅠ
      제 평생에 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날이 오기는 할까요... 전복이나 바지락 정도는 극복했는데.
    • 오오 이 게시물 보고 냉장고에서 발효하고 있는 굴이 생각났어요. 얼른 와인이랑 먹어치워야지.
    • 유니스 / 저도 날 바다거에 와인은 잘 모르겠어요.
      러시 / 굴보쌈!! 평안도 만두집에서 만두전골 굴보쌈 와인해서 번개를 (엉?)
      기미명 / 끓이기 쉬워요. 지금 마트로 굴은 아주 넉넉히!!.
      27hrs / 저도 여전히 안먹는 음식이 좀 있어서...
      calmaria / 일요일 저녁의 만찬, 부러워요. 전 아직도 숙취가.
    • 오늘 하루종일 라면 한개와 커피밖에 못먹었는데... ㅠ.ㅠ
      -빵보다 굴이 더 많았던 거군요!
      -지난주에 산 시금치는 그냥 무쳐먹었는데, 샐러드도 도전해봐야겠어요. 그냥 발사믹식초만 춍춍 뿌리면 새콤달콤 맛나겠죠?
      "아. 나 지금 정말 행복하다."라고 무심코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근데 그게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 아부럽다..
      라면이라도 하나 먹고싶지만 참고 잘겁니다
    • 우와!! 쌩떼밀리옹 그랑크뤼 오꼬뱅 이거 정말 부럽네요!!
    • 냠냠뇽 / 저도 오늘은 저 라면하나에 찬밥, 커피가 다였어요.ㅠㅠ
      사람 / 참으시면 병됩니다(응?)
      하미덴토 / 제가 생테밀리옹 와인을 좋아해서 강제 구매시켰~~ 잘 익어서 괜찮더군요:-)
    • 우와! 생일이셨군요. 축하드려요.

      스위트와인에 해산물은 별로지만, 달지 않은 샤블리라면...샤블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요!! 겨울에 레몬즙 샥 뿌린 석화와 새우를 샤블리와 먹고 싶은 게 벌써 몇 년간의 숙원인지 모르겠는데 그걸 해치우신 분이 별로라고 말씀하시니 슬퍼지네요.

      2003년 생때밀리옹 그랑크뤼를 선물로 요구할 수 있다니 부러운 친구관계입니다. 틀림없이 더 많은 걸 베풀고 계시겠지요.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라는 글이 쓸쓸하게 와닿네요. 한살 한살 나이 들수록 다만 원하는 건 품위있게 절제를 지키며 상대와의 거리를 알고 나이 드는 것. 연애방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듯이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도 혼자 배워나가야겠지요.
    • 봄고양이 / 응? 친구생일이었는데요;;;; 석화와 새우 번개를 치시면 제가 샤블리는 들고 나가지요!!
    • 헉! 샤블리 두근거린당. 석화와 새우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급히 찾아봐야겠군요.
    • 음식들 맛있어 보이네요ㅠㅠ 전 어렸을 때 굴을 못 먹다가 커서 극복한 케이스인데, 그냥 남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먹고 싶어져서 몇번 시도하니깐 먹게 되더라고요. 식탐은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는;;
    • 봄고양이 / 정말치시는건가요 적금을깨서라도 ㅎㅎ
      라이나 / 봄고양이님의 번개를 기대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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